은퇴한 군 장성들의 불교모임인 ‘성불회’가 서울시 시유지에 사찰을 지어놓고 임대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채 4년 가까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이 사찰은 시유지를 활용해 동네 주민이나 주변 건물 방문객한테서 주차료를 받는 수익사업까지 벌이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서울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 들머리에 있는 충정사는 불교 신자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0년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낼 때 건립한 절로서, 90년부터 예비역장성불자연합법회(성불회)라는 단체가 운영해 왔다. 91년 수도방위사령부가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전한 뒤 서울시가 이곳에 한옥마을을 조성할 때 다른 건물(50채)과 함께 철거됐어야 하지만 유일하게 남았다.
남산 1호터널 도로 직선화 사업 때 철거가 불가피해졌지만, 성불회는 건물을 새로 지어 95년 현재 자리인 남산한옥마을 들머리로 절을 옮겼다. 이에 앞서 93년 9월 성불회와 서울시가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성불회는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한 뒤 일정 기간 무상 사용하다가 연간 건물·토지 사용료가 건축비(11억2천만원)를 초과한 시점이 되면 임대료를 내게 돼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나 충정사는 무상 사용 기간 만료일인 2002년 4월 서울시가 연간 임대료 1억8천만원을 부과하자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고 버티었다. 되레 충정사는 2004년엔 의회에 청원해 연간 사용료를 5분의 1로 낮추는 조례 개정까지 얻어냈지만, 줄어든 연간 임대료 3500만원도 내지 않고 있다. 지금껏 밀린 임대료만 5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충정사는 현재 사찰 공터(시유지)에 20면 정도의 주차장을 마련해놓고 동네 주민들에게서 월 사용액 14만원씩 받고 방문객한테서 시간 요금을 받는 등 주차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주차료를 받지 말라고 단속하고 있지만 주차장법이 미비해 처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정사 쪽은 “28일 총회를 열어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