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유기농, 청와대의 유기농
백악관의 유기농, 청와대의 유기농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1.24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에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지난 3월의 일입니다. 100㎡ 크기의 백악관 텃밭에는 55가지의 각종 채소와 딸기 등을 심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비트(BEET·근공채)는 빠졌다고 했습니다. 미셸은 "대통령도 싫든 좋든 잡초를 뽑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악관에 텃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43년 2차대전 때였습니다. 전쟁 중이라서 밭 이름을 빅토리 가든이라고 불렀다네요. 친환경 운동단체인 ‘키친 가드너스 인터내셔널(KGI)’의 설립자인 로저 도이든은 올해 들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 것을 주문하는 청원운동을 펼쳤습니다. 7만5천명이나 서명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악관 텃밭은 철저히 친환경 유기농으로 관리됩니다. 재배되는 채소 등은 백악관 식단에 제공됩니다. 언젠가 적었습니다만, 백악관 식사 비용은 오바마 가족이 지불합니다. [“국빈을 위한 정찬이나 의원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 휴일에 열리는 외교사절단 환영회 등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지만 대통령 자신과 가족 및 개인적인 손님을 위한 식사는 모두 대통령 개인이 부담한다. … 대통령들마다 백악관으로 들어와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식사비 청구서를 받아들고는 놀라곤 한다. ‘하나같이 불평을 하더군요.’ 월터스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로잘린 여사가 식사비에 놀라던 장면이 특히나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그녀는 조지아 주 출신이었는데 당시 그곳의 물가가 워싱턴 DC보다 쌌거든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하루 아침에 일류 요리들로 메뉴가 바뀌는데, 요리에 올리는 장식만 해도 어떻겠어요.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만큼 돈이 많이 들죠.’”(시사큐비즘 '대통령의 밥값은 누가 낼까', 2009년 1월 21일, http://blog.ohmynews.com/cjc4u/247740)] 국가가 밥을 먹여주지 않습니다. 외빈들을 위한 만찬 비용만 국가 몫입니다. 유기농에 필요한 퇴비는 백악관 식당에서 남은 음식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살충제는 무당벌레와 사마귀입니다.

지난해 11월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유기농 식품 운동을 선도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요리사 앨리스 워터스가 오바마 당선인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습니다. 첫 번째 조언은 백악관 조리장을 새로 채용해 현지(백악관 내 정원이 가장 이상적이다)에서 재배된 재료로 제철 유기농 식단을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백악관의 식습관이 미국민들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미 전임 부시 대통령때부터 유기농 식단은 실천되고 있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제 오바마 가족의 식단은 푸드 마일리지로부터 자유로운 백악관 텃밭에서 생산된 제철 유기농 식단으로 상당부분 꾸려지는 셈입니다.

양수리의 우리말 이름은 두물머리입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되는 지점이지요. 두물머리는 1978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원지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1995년에는 남양주와 양평의 열두 농가가 모여 영농조합 팔당상수원유기농업운동본부(현 팔당생명살림)를 조직합니다. 유기농업운동을 전개하는 철저한 민간조합입니다. 본래적 의미의 농업협동조합입니다. 지금처럼 관료화되거나 금융기관화되지 않은 농협이라는 의미입니다. 진짜 자조조직입니다.

2011년에는 두물머리를 중심으로한 팔당 지역에서 아시아 최초로 세계유기농대회(IFOAM OWC)가 열립니다. 그만큼 두물머리 유기농업을 세계유기농연맹에서도 인정했다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이런 팔당댐 주변 유기농업이 4대강 개발로 위기에 처했습니다.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를 비롯한 100% 유기농업을 하는 몇 몇 마을은 유일한 경제활동 근거지를 잃고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2008년 현재 약 3조 2,000억 원입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전년대비 47% 정도 급성장했다는 점입니다. 친환경농산물이 전체 농산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10% 정도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이 말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실적을 한번 살펴볼까요. 2008년에는 무려 172,533호로 매년 70.2%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기농산물이 58.9% 증가했고, 무농약은 62.7%나 증가했고, 그래도 조금 간편한 저농약은 무려 85.0%가 증가했습니다. 저농약이 해를 지나면 무농약이 됩니다. 무농약이 해를 지나면 유기농산물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급속도로 성장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일정부분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물머리 주변 일대에서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팔당댐 완공으로 겨우 수몰을 면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농업에서는 물론 토지소유권을 행사하는데 2중 3중의 규제에 묶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출구가 바로 유기농업이었습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지만 몇 십년의 노력 끝에 이제 두물머리와 팔당과 양평은 유기농업의 중심지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4대강 개발로 그간의 노력이 송두리째 허물어지려 합니다.

선거 공약 속에는 두물머리 일대의 유기농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습니다. 물론 4대강 사업도 선거공약이었습니다. 그 두 공약이 충돌한 셈일까요. 가치의 충돌 속에 더 우선시 돼야될 가치는 무엇일가요. 단지 정책적 가치의 충돌 문제에 불과한 것일까요.

내년 예산에서 한식의 세계화 사업 예산이 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 한식이 유기농 한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와대 식단도 유기농, 시민들의 식단도 유기농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땅도 사랑하고, 생명도 사랑하고, 우리 농업도 사랑하는 그런 미래였으면 좋겠습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