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자와 표심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자로 선거를 공고, 선거가 개시됨에 따라 출마를 준비해 온 스님들이 출마선언 시기를 조율 중이다.
지금까지 각명, 대우, 도영, 월서, 자승, 정념, 종하, 혜총 스님 등이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전 중앙종회의장 자승 스님이다. 자승 스님은 29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출마를 선언한다. 당초 이날 조계사 사적비 제막식이 예정됐으나 10월 8일로 미뤄지는 바람에 이날 출사표를 던질지는 확실치 않다.
오랜 기간 선거를 염두에 둔 자승 스님은 최근 중앙종회내 5개 종책모임을 모두 끌어안음으로써 경쟁자가 설 자리를 내주지 않는 등 사실상 독주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선거의 승부를 가름하는 키를 갖고 있다. 단순비교로는 선거인단 321명 가운데 81명에 불과하지만, 이전 선거에서 선거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나머지 240표의 표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자승 스님은 중앙종회 뿐만 아니라 상당수 교구본사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자승 스님 진영의 소식통은 "이미 안정적인 당선이 가능한 지지표를 확보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자승 스님은 출마선언에 앞서 종책공약 확정과 선거대책본부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선거대책본부장에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과 전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 전 호법부장 도진 스님 등이 거론된다. 이른바 '5자연대' 수뇌부는 24일 2차 회동을 갖고 선대본부 인선 작업을 마무리 한다.
최근 유포된 괴문서와 자승 스님 승적 관련 유인물 등은 자승 스님의 지지기반이 워낙 강해 이를 와해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달새 '자승 독주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 포교원장을 지낸 도영 스님이 급부상했다.
도영 스님은 원만한 성격으로 출재가를 막론하고 종단내 신망이 두터운 어른이어서 조계종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총무원장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른 인지도와 호응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지표가 없는 점은 치명적인 결점이다.
오랜 기간 출마를 준비해온 자승 스님과 달리 도영 스님은 종책토론회를 열려다 무산된 바 있는 해인승가대 총동문회와 중앙승가대 총동문회, 동국대 석림동문회 등으로부터 권유를 받고 출마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도영 스님은 승산이 희박한 출마가 곧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아 아직까지도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은채 주석처인 완주 송광사에서 칩거, 장고에 들었다. 대신 도영 스님을 지지하는 젊은 층의 스님들이 주축이 돼 출마와 관련한 종단내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
도영 스님은 27일 오봉산 양주 석굴암 천일기도 800일 회향법회에서 초청법문을 할 예정이다.
5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지난 5월 중앙승가대 동문들과의 한라산 산행에서 밝힌 평소 소신이 알려지면서 출마의 뜻이 있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초에는 3개 교육기관 동문회 주최 종책세미나 발표 기자회견에서 출마여부와 관계없이 입장발표를 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출마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최근 중앙승가대 동문들과 함께 백두산 산행을 다녀온 정념 스님은 내주께 선거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념 스님이 자승 스님 독주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출마를 포기하고 도영 스님과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스님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념 스님은 24일 조계사 50선지식과 함께하는 화엄산림 지장산림법회에서 초청법문을 하기로 돼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원로의원 종하 스님은 청정한 종단, 운영 투명화 등을 3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사부대중, 인재양성, 제도개선, 우선사업 중심으로 종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원로의원 월서 스님은 이달말 출마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월서 스님은 "원로의원 신분이어서 행동거지가 신중해야 하고 매우 조심스럽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5일 출마를 선언한 각명 스님은 파벌에 의한 종단권력 독점을 우려하고 종책모임 해체와 수행자 우대, 소외당한 승려의 권리 신장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대우 스님은 2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재가자의 사찰경영 종단운영 참여, 비구니 권리 신장 등을 역점 종책으로 제시했다. 대우 스님은 미얀마문화원에 선거운동을 위한 캠프를 차렸다.
포교원장 혜총 스님 출마설도 견지동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 감로사 주지인 혜총 스님은 2006년 조계종 제5대 포교원장으로 취임했다. 스님은 오랜 기간 부산에서 활동하며 사회복지, 어린이 포교, 사회 참여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