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최우선 과제는 인재양성이고, 중앙종회와 총무원장이 하지 않으면 수좌회가 나서도록 하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좌들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나 수좌들을 대표하는 혜국 스님의 발언이었던데다 수좌들이 종단 현실문제에 대한 참여를 시사한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
도법 스님은 '지리산 야단법석' 4일째인 17일 오후 혜국 스님에게 "조계종단의 미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승가를 비롯한 사부대중 교육에 관한 혁명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는 종단의 미래는 없고 선방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나와서 데모하자는 것 아니다. 문제의식만 갖고 뜻을 모으면 할 수 있다. 어떤 원장, 본사주지, 종회의원이 나오던 절체 절명의 원칙을 출재가 교육에 두고, 어떤 예산보다 교육예산을 우선한다는 것을 천명하도록해야 한다"며 "선방의 수좌대중들이 이런 인식을 했을 때 종단에 변화가 올 것이고, 한국불교 미래가 나아질 것이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혜국 스님은 "강원 율원도 못하고 선원에서 인재를 키우자는 것 맞는 얘기다. 실은 중앙종회와 총무원장의 문제다. 종단과 종회는 도대체 뭐하나"라며 "신도들도 들고 일어나 줘야한다. 교육 문제는 나서서 하겠다."고 밝혔다.
혜국 스님은 "그러나 자신 있는 일은 아니다. 수좌대표가 서울가서 종회의원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 버렸다는 피해의식이 수좌들 사이에 많다"며 "중앙종회와 총무원장이 안해주면 우리라도 해야 한다는 데 대해 수좌들의 의식을 개혁해 보겠다"고 말했다.
혜국 스님은 이어 한국불교가 간화선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간화선은 중도연기법을 깨달아 반야공성을 온전히 전해 내려오는 수행법이기에 요즘처럼 논리적으로 또는 알음알이로 헤아리는 세상에서 볼 때 최상승법이요 역대조사가 이미 고증하신 너무나 소중한 수행법이다"면서도 "간화선은 여러가지 수행법 중에 하나지, 꼭 간화선만으로 깨달음에 이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각묵 스님은 "간화선은 초기불교에서 보면 여러 수행법 중에 저 아래에 있다"며 "그나마 수좌회대표이신 혜국 스님이 'Only one'이 아니라 'One of them'이라고 한 것은 놀라운 변화다"고 말했다.
향봉 스님은 "성철 스님의 지도까지 받아가며 간화선을 한 혜국 스님조차도 수 십년을 수행하고 현재도 정진 중이지 않으냐"며 "그렇다면 간화선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수행의 결과와 경험들이 일상적 상식이 되고 수행도량에서 삶이 되고 있다면 야단법석에서 제기된 여러가지 치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며 "간화선이 제일 좋다는 혜국 스님의 표현은 오직 간화선 뿐이어서 다른 것을 부정, 배제, 경시하는 쪽으로 흐른다. 간화선과 다른 수행법을 통해 깨달은 것은 다를 수가 없다. 깨달음을 실현해 가는 방식과 과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삶의 방식이 되게 할 것인가이다"고 주장했다.
혜국 스님은 "수행 체험과 결과가 일상적 삶이 안되고 잇는 것이 사실이다. 노력해야 하는 데 걱정이다"고 답했다.
진오 스님은 "'한국 불교 무엇이 문제인가'는 선방에서 책임질 일은 아니다"면서도"종단의 인재양성, 도제양성, 선방제일주의에 대한 비난은 불교가 사회에 공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진오 스님은 이어 "시대가 바꿨기 때문에 스님들에 대한 기대가 많다. 선방 스님들에 대한 기대도 많다. 하심의 자세 요구된다"며 "이 사회의 스님들에 대한 기대는 어려운 사람들 곁으로 오라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혜국 스님은 "무서운 지적이다. 선방에서 하심이 안되고 있다. 나도 45년 중노릇해서 수행따로 삶따로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관 인생관이 바로 서면 삶도 저절로 되는 게 하심이다"며 "습관이란 무섭다. 이론적으론 서 있는데 삶은 습에 젖어 못따라 간다. 간화선은 우리나라에서 특이하게 단점을 안고 왔다. 하심을 한참 더 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님은 이어 "어제 제기한 해제비 문제, 해제비 받아 해외여행가는 문제.. 입이 열개 라도 할말 없다"고 덧붙였다.
도법 스님은 "선방은 선방으로, 수좌는 수좌답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선방이라고 하는 형식적 틀, '이것이 수좌다'라고 하는 잘못된 틀. 이것을 바꾸자는 거다."라고 역설했다.
도법 스님은 "대승불교적 본래면목의 인생관을 갖춘다면, 즉 방향만 맞으면 아무리 천천히 가도 도착한다"며 "봉암사가 크고 화려해지는 데 반해 초입의 마을이 황폐화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를 스님들이 추구하는 것을 눈감고 있는 것이 과연 선방인가? 수행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도법 스님은 "결국 인재를 키우는 문제다. 종단 현실 놓고 보면 누구도 이해관계를 떠나서 문제제기 역할할 사람이 없다. 가능한 것이 수좌다. 상징성과 힘을 갖는 곳이 선방이고 수좌대중이다."며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전법이라고 하는 것을 담아낼수 있도록 어떻게 조계종을 바로 세울 것인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제안해야 하는데 그동안 수좌 선방의 이익을 추구하고 주장했지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더라. 그렇다면 나처럼 돌아다니며 이익을 좇는 유랑잡승과 뭐가 다르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