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 분리를 넘어 희망으로
종속, 분리를 넘어 희망으로
  • 윤남진
  • 승인 2009.06.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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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비전을 담는 새로운 시스템의 설계③-1

※ 앞으로 2회에 걸쳐 서술할 '외부적 환경과 대응'을 주제로 한 글에 사용될 주요 용어들과 그 용어들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하는 설명입니다.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주제어 : 87년체제, 시민, 시민사회, 불교자주화, 정교분리, 관용
 ∙87년체제_'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핵심으로 하며, 두 번의 정권교체를 통해 이 절차적 정당성이 공고히 된 87년 6․10민주화운동으로 성립된 정치체제'의 뜻으로 사용
  ∙시민_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계층으로서 '중간계층(중산층)'을 지칭하여 사용하는 '시민'이 아니라 주권에 참여하는 혹은 자유롭고 평등한 주권자로서의 개인이라는 보편적 의미로서의 '시민'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
  ∙시민사회_국가(제1섹터, 대표적으로 '정부'), 시장(제2섹터, 대표적으로 '기업'), 시민사회(제3섹터, 대표적으로 'NGO' 또는 '비영리조직')로 구분 할 때의 의미로 사용
  ∙불교자주화_근현대사에서 불교를 굴절시킨 원인이 국가권력의 불교예속화 및 분열통치 등이었다고 인식하고, 법과 제도 및 비제도적 관행에 의한 억압기제의 철폐와 교단 내부의 권력추종 혹은 의존 구조를 혁파함
  ∙정교분리_국가권력과 종교 사이에 명백한 분리의 벽이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이자 국가권력의 행사에 있어서 특정 종교에 대한 비선호주의의 원칙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
  ∙관용_정치, 종교, 도덕, 학문, 사상, 양심 등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단순히 '폭력과 강제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차원을 넘어,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우월주의나 배타주의를 넘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라는 뜻으로 사용.

이번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이 글을 연재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또 문제의식이기도 한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에게는 불교(근현대)사의 여러 연구 문헌들을 들여다 볼 때마다 느끼는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역사연구 문헌들이 역사적 사실과 전개과정, 그에 따른 단계적 성격구분 등은 기술하고 있지만, 그것을 관통하고 있으며 역사전개에서 전반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유의(또는, 古來의) 원리적 전통 혹은 지배적 이념이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규명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점에 대해 좀 도전해 보고 싶은 바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불교교단이라고 하는 조직체의 운영원리, 즉 불교조직체의 정치원리, 정치적 전통, 혹은 정치이념, 정치체제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교계에서 ‘종단정치’라고 하면 그것은 대체적으로 ‘일부 권승들이 그들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벌이는 야합, 협잡, 암투 등과 같은 정치극’ 정도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연상태를 벗어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이래로 ‘그 시대의 정치’가 ‘그 시대의 인간’을 만들어 온, 아리스토텔레스 이전부터 인간은 ‘정치적 동물’인 것입니다.

또한 ‘정치’라는 것을 앞서 언급한 ‘삼류 정치암투극’ 정도의 것으로 폄하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는, 대중의 정치 냉소로 인해 ‘소수 권력암투극 주연들’의 극중 위치와 개런티가 더욱 확고해 진다는 것과 조직경영의 무능력자들을 번거로운 세속사의 초탈자로 미화시키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아끼셨던 밧지족에 대한 언급과 이의 승가적 적용인 이른바 ‘칠불퇴법(七不退法)’의 원리적 정신, 논어(論語)의 곳곳에서 언급된 정치에 대한 공자의 논의들을 보더라도, 특정한 집단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에 따라 그것을 실현하는 데 가장 합당한 고유의 조직운영 즉 정치의 이념과 원리가 반드시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얘기가 길어지면 사족이 될 듯하니, 루소('사회계약론', '에밀'의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로 대신할까 합니다.

"나는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든 간에 어떤 국민도 그들의 특정한 정부가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 이외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백록』                          
      
이제 교단 내부의 이야기를 마치고, 교단을 둘러싸고 있는 외적 조건 혹은 사회적 환경과 그에 대한 대응 또는 응전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으며,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차례입니다. 이 주제는 우선 정교분리의 문제,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국가권력과 종교의 관계문제를 크게 한 갈래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갈래는 불교는 시민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관계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시민사회와의 관계와 역할문제입니다. 물론 이 두 갈래는 시민사회와 국가권력 간의 상호관계가 그러하듯이 결국은 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1920~30년대 만해 한용운을 영수로 하는 '만당'에 뿌리를 둔 '조선불교청년총동맹'이 '정교분립(政敎分立)'을 3대강령의 하나로 내세운 이래,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정교분리'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선각자들의 의식적 강령이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국가의 입법적 요구로 본격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불교, 나아가 한국의 종교가 이제야 비로소  헌법적 정의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근대성의 완성'을 향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불교계는 현대사를 통하여, 1962년_불교단체 운영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과 같은 '불교재산리법'이 정화과정에서 비구측의 환영 속에 제정된 이래로, 1987년 <전통사찰보존법>으로 대치되고 적어도 94년 출범한 '개혁종단' 하에서 97년도 <전통사찰보존법>의 재개정을 통해 인사 및 재정(재산관리) 상의 직접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되기까지,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분리' 문제가 아닌 '예속'문제와 싸워야 했습니다.

불교사는 아마도 서울시청광장에서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2008년 8월 27일을 매우 의미 있는 날로 기록, 평가할 것이라는데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불교는 최초로, 자신과 결부된 문제를 대한민국 시민 모두의 공익에 관련된 문제로 전환하여 해결의 단초를 마련함으로써 매우 중요한 시민적 자유와 권리의 하나를 확장하는데 '의미 있는 최초의 기여'를 하였습니다. 지난해 불교계의 결집으로 빛을 본 <국가공무원법>상에 국가공무원의 복무에 있어서 종교적 차별을 금지하는 개정입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현재 대한민국의 입법자들이나 정부관리 혹은 지도층이나 일반시민들이, 이 법의 개정이 서구사회 내부에서 16세기 후반부터 130년간의 종교전쟁(가톨릭과 개신교, 그리고 개신교 교파들 사이의)이 어떻게 종식될 수 있었는지의 경험을 압축적이고 평화적으로 결산한 것과 맞먹는 의미를 갖는다고 깨닫게 되기까지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지난 2008년에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임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리가 60년 전 제헌헌법의 죽은 문구로부터 광범한 시민대중에 의해 체험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듯이, 정교분리의 헌법 규정도 이렇게 살아 숨쉬게 된 것입니다.  
 
이것(국가공무원법 개정)은 단순이 이 하나 만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불교계의 국가권력에 대한 대응과 시민사회에 대한 관계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 문제에서 보면, 불교계는 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의 합동징수를 요구했고, 94년 개혁 종단부터는 외형적으로 공원입장료의 폐지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욱 근본적으로 자연공원법 체계에서 벗어나,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유산법>으로의 전면 개정과 이에 따른 '문화유산지역'으로서 공원 구역 내 사찰 경내지를 지정,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이릅니다. 이는 그간 불교계의 재산권 침해의 문제라는 협소한 차원를 넘어 헌법 제9조(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를 갱생시키는 문제로, 과거의 묵은 의제가 시민사회적 차원에서 해석되고 조명되는 여과과정을 거쳐 새롭게 세팅되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종교편향, 종교차별, 공무원의 종교적 중립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현재의 문제들도 '종교'의 테두리를 넘어 시민사회일반에서,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원리로서 관용의 문제(종교적, 민족적, 문화적, 이념적 등등의 불관용자에 대한 시민사회에서의 대응문제)로 보편의제화되어야 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국가권력과 불교의 관계에 있어, 혹은 국가권력에 대한 불교의 대응에 있어서 이런 변화는 정보지식사회, 브로드밴드민주주의(광대역네트워크민주주의)라고 하는 이른바 일반시민사회에서 '87년체제'를 넘어서는 사회문화적 양상과 결부지어 살펴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제3섹터인 시민사회의 성장과도 긴밀히 연결된 문제입니다. 또한 이런 외적환경의 변화가 (특히 불교 인터넷 언론의 성장 등과 같이) 불교 내부의 변화에도 매우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윤남진_불교시사 블로거

전국불교운동연합, 깨달음의 사회화운동, 조계종총무원과 포교원 등에서 일했다. 현재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에서 종교 및 NGO 분야로 특화된 사회통계 및 여론의 조사/분석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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