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와 전통 속에서 평화와 상생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기에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민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화와 상생의 가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다종교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종교간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공직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종교편향 사건들은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위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한 사건들이 적지 않았지만,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문화한 헌법의 정신마저 무너뜨릴 위기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또, 종교의식 강요를 거부했던 한 고등학생을 쫓아낸 학교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상식이하의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정부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방송언론, 교육기관을 비롯한 공공영역에서조차 특정종교를 우대하고, 다른 종교를 차별하는데 거리낌 없이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방치하였다가는 반만년의 유구한 민족문화와 전통은 결국 구시대의 유물이나 타파해야 할 우상으로 전락해 버리거나, 더 나아가 종교간 분쟁으로까지 발전할 개연성이 높아져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는 지난 827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종교간 분쟁을 예방하고 정교분리 침해를 바로잡고자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관계법령의 제개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요구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너나할 것 없이 종교차별금지 입법화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정부의 무관심과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 그리고 일부 개신교도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종교차별금지 입법화는 요원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대구경북 불자들의 의지를 모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종교차별금지 입법화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에 가졌던 일말의 신뢰를 접고, 일천만 불자들의 의지를 모아 불법佛法을 수호하고 종교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침묵과 무관심은 자비가 아닙니다.
잘못된 편향을 바로잡고 사회가 바로설 수 있도록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결연히 일어서야 합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의지를 모아서 오늘 우리는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종교편향을 종식시키기 위한 대구경북 범불교대책위원회 출범을 선언합니다.
대구경북지역의 모든 불자들이 참여하는 범불교대책위원회는 지역의 종교편향을 감시함은 물론 종교간 평화와 화합을 위한 가교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구경북 지역을 종교간 평화와 화합의 모범지역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종교차별금지 입법화 약속,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52, 단기4331년 11월 1일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공동위원장 ․ 동화사 주지 허 운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