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웰빙한방] 비아그라와 녹용
[황치혁의 웰빙한방] 비아그라와 녹용
  • 황치혁
  • 승인 2006.10.0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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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 중에서 양방과 한방의 시각이 다른 점은 적지 않다. 한방의 중요 개념인 기의 존재를 인정하는 양방 의사들은 별로 없다.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체질 의학에 의한 처방을 쓰지 않는 한의사들도 증상은 같아도 사람에 따라 치료를 달리 치료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를 긍정하는 의사선생님들은 많지 않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 중에 남자들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정력과 성생활에 대한 것이다.

“성생활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성생활은 권장되어야 한다”는 최근의 기사를 보면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의서 생각이 난다. “사람은 60살이 되면 정액을 간직하고 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절제할 것을 절제할 줄 모르고, 끊어야 할 것을 끊지 못한다면 이로 인해 생명을 잃게 된다”는 의서(‘천금방’)의 소녀론. 성생활을 절제하란 얘기다. 여러 의서를 보아도 성생활은 적은 게 좋다고 말한다.

한의학과 서양 의학이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정액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 의학에선 정액이란 인체의 대사 과정에서 무한대로 쉽게 생산되는 물질이라고 본다. 정액은 단백질 몇 그램이란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양 의학에선 정액이 고기나 우유를 먹으면 쉽게 만들어지는 물질은 아니라고 본다. ‘동의보감’을 보면 “사람 몸에는 정이 모두 1되6홉 있다. 정액이 그득하게 쌓이면 3되까지 되나 적어지면 1되도 되지 못 한다”고 나와 있다. 사용하는 만큼 쉽게 채워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보통 한 번의 성생활로 반 홉가량 잃는데, 잃기만 하고 보태주지 않으면 정액이 줄어들고 몸이 피곤해 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나치게 정을 소모하면 기가 쇠약해 지고, 기가 약해지면 병이 생기므로 정은 사람 몸에서 가장 소중한 보배라고 주장한다. 얼마든지 생산되고 쓰면 쓸수록 잘 만들어진다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주장하고 있는 서양 의학의 생각과는 차이가 많다.

하지만 이런 한방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 듯하다. 최근 양방에서 쏟아져 나온 정력제 위력이 워낙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성매매 방지법 때문에 발기 부전 치료제 시장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까지만 해도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동창회에 나가면 의사 친구들에게 혹시 발기 부전 치료제 처방전을 써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였다. 보양약 하면 녹용을 떠올릴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한방이 발기 부전 치료제 때문에 KO패를 당한 셈이어서 정액에 대한 생각조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현상을 접하면서 걱정을 하는 한의사들이 많다. 수입이 주는 것도 우려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발기부전 치료제에 의존, 성생활을 할 때에 나타날 문제를 걱정한다. 앞에서 지적했듯 한방에선 정을 지나치게 소모하면 기가 쇠해지고 병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색을 밝히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발기 부전 치료제를 이용해 무리한 방사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생활 때문에 특히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보는 경우는 음허 환자들이다. 잘 어지럽고 손발이 화끈거리며 몸에 열이 오르다 땀이 나며 열이 사라지는 것이 대표적인 음허증이다. 잘 때에 땀이 나거나 건망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음허증 환자들이 과도한 성생활을 하면 음허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허리와 다리에 힘이 빠지고 시큰거리며 심하면 이명이 생긴다. 퍼올릴 물이 거의 없는 우물에서 밑바닥에 조금 남은 한 방울까지 긁어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음허증이 진행되면 성욕이 과도하게 항진되기도 한다. 음이 허하면 몸안의 화를 갈무리할 수 없고, 화가 성욕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꺼지기 전의 불꽃이 더 밝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허증인 폐결핵 환자들의 성욕이 강해지는 이유다.

과도한 성생활로 음허증 등의 여러 문제가 생긴다면 일단 성생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소진된 정을 몸에 채우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성생활을 하더라도 사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사람들도 성관계시 사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접이불사’를 양생법에서는 권한다. 현대 의학에서 본다면 접이불사로 인해서 전립선 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과도하게 정이 소모된 분들은 사정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발기 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기 전에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인지, 운동이 부족한 것인지, 흡연 때문이지 잘 살피고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기 축구를 하거나 조깅을 해도 정력이 좋아질 수 있다. 담배를 끊어도 하체가 튼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몸의 기력이 되살아 나지 않으면 정을 보충시키는 보양약을 복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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