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을 선도하는 종교인으로서 환부역조는 신앙을 혼란시키는 행위다. 도의적으로는 대의명분을 말살시키는 것이다. 결국 민족정기에까지 혼란을 가져오는 불미스러운 짓이다.” 만암은 종정직을 미련 없이 내던지고 백양사로 은거했다. 55년 8월의 일이었다. 종적을 역임한 성철(性徹)은 생전에 ‘한국불교의 법맥’이란 저술을 통해 조계종 종통이 태고의 계열에 있음을 정밀하게 고증했다.
선불교는 석가의 깊은 깨달음을 상징하는 한 송이 꽃과 미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남송시대의 선사 무문혜개(無門慧開)가 편찬한 무문관(無門關)은 선의 기원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영축산에서 설법을 하던 세존께서 대중에게 한 송이 연꽃을 들어보였다. 대중은 그 영문을 몰랐으나 가섭만이 홀로 미소를 지었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진리에 이르는 바른 안목(正法眼藏ㆍ정법안장), 열반으로 향하는 영묘한 마음(涅槃妙 心ㆍ열반묘심)을 가섭에게 전하노라.” 정법안장은 불법의 진수, 열반묘심은 절대적 깨달음이다. 염화미소(拈華微笑)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탄생했다.
중국 선의 비조는 인도에서 건너간 달마(達磨)다. 중국 선은 신라의 법랑(法朗)에 의해 한국에 전래된다. 법랑은 진덕왕 4년(650년)에 당에 들어가 선종의 제4조 도신(道信)의 법맥을 계승하고 돌아온다. 본격적인 한국선의 전개는 고려시대 태고보우의 구산선문 통합노력과 임제선의 수용에서 출발한다.
태고보우의 법맥은 환암혼수(幻庵混修)-구곡각운(龜谷覺雲)-벽계정심(碧溪淨心)-벽송지엄(碧松智嚴)-부용영관(芙蓉靈觀)-청허휴정(淸虛休靜)으로 전해져 조계선을 형성한다. 불교의 암흑기였던 조선중기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 경허(鏡虛)의 출현으로 조계선은 그 정체성을 복원하고 깨달음의 꽃을 피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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