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님 성전] 하루
[미소스님 성전] 하루
  • 김영태
  • 승인 2006.09.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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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마다 하루를 계획한다.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할까 하고 시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아주 세밀하게 하루를 계획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하루를 삼등분해서 계획을 세우고는 한다. 별로 특별한 일이 없는 산승인지라 하루의 일과가 늘 똑같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하루를 계획할 때면 날마다 하는 일도 다르게만 다가온다. 그렇게 하루를 계획하면서부터 내게 오는 하루하루가 날마다 새로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루를 앞에 두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는 계획을 세우다 보면 그것 자체가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언제나 하루의 계획을 잘 실천 하는 편은 아니다. 어쩌면 그 일정을 지키지 않는 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마음이 그렇게 단단하지 못한 것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것은 별거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조그마한 행위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 저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큰 항아리를 가득 채우듯 지혜 있는 이는 이런 식으로 조그마한 행위라도 소홀히 하지 않아 마침내 크나큰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 구절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내가 진정 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는 한다. 나는 내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발견하지 못한다. 하루를 소홀히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를 계획하지만 하루를 위해 열심히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다지 지혜 있는 사람의 행위는 아니다.

우리는 보통 하루를 인생의 아주 작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부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가 있는 사람은 하루를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그는 하루를 인생의 전부로 본다. 오늘 하루를 떠난 인생은 없기 때문이다. 하루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생 전부를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가질 때 비로소 하루의 소중함에 눈뜨게 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이렇게 삶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 한다. 인생을 진정 사랑하는 법을 배운 사람에게는 이 세상 무엇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일상의 행위와 만남 그리고 느낌까지 그에게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다.

산사에서 날마다 내게 오는 하루는 향긋하고 투명하다. 그런 하루 속에 나를 그려 넣는 아침이면 나는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하루를 닫을 때 내 마음 속에는 하루의 약속을 실천하지 않았다는 자책이 남는다. 아는 것은 세살 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실천 하는 것은 백살 먹은 노인도 어렵다는 한 선사의 말씀이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면 문득문득 가슴에 와 닿는다. 실천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삶의 기쁨은 그렇게 실천을 통해서만 온다. 지금 내 삶의 자리는 때로 우울하고 때로 기쁘다. 날마다 좋은 날들을 위하여 나는 오늘도 하루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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