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님 성전]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보며
[미소스님 성전]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보며
  • 김영태
  • 승인 2006.08.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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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처럼 다시 신성암을 찾아왔다. 나무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오대산 중에게도 한낮의 더위가 몸에 붙는다. 더우면 부채를 부치다 그래도 더우면 계곡으로 내려간다. 맑은 물들이 흘러가는 소리가 심장 깊숙이 와닿는 느낌이 든다. 나무 잎들이 그늘을 드리운 바위에 앉아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물소리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음악은 아주 매혹적이다. 그것은 사람의 감성을 깨우는 정형화된 음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비우는 명상의 음악이다. 자연을 자연보다 더 잘 그리는 화가가 없듯이 음악 역시 자연보다 편안하고 상큼하게 연주하는 연주자는 없는 것 같다.

계곡에 앉아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내가 참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어느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계곡을 집에 두고 있으며 어떤 부자가 이토록 쑥쑥 뻗은 아름드리 나무가 가득한 산을 정원으로 둘 수 있을까. 일부러 조성하지 않아도 산과 계곡은 그 자리에 있고 가꾸지 않아도 그것은 그냥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자연은 최고의 정원인 것이다. 그냥 이 자리에 서있기만 하면 자연은 내게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과 음악을 건네 주기 때문이다.

내가 여름이면 이곳 오대산 신성암에 머무르는 이유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계곡의 물소리를 듣기 위해서이다. 물을 바라보고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물과 같이 그렇게 집착 없고 차별 없는 물의 마음을 닮아 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렇게 계곡에 앉아 물 같은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

이곳의 암자는 골짜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이 암자가 자리한 골의 이름이 신성골 이다. 신선과 성인이 살아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신성골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깊은 골과 그리고 한없이 맑은 빛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낙엽송들은 이곳이 ‘신성’이 살았던 곳이라는 것을 유감없이 말해 주고 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신성’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이곳에 살던 ‘신성’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집착 없고 차별 없고, 나누고 비우는 그런 물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계곡을 흐르는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신성’의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물빛이 그토록 맑은 것이라 생각이 든다.

바위에 앉아 물소리에 젖어 있으면 나도 ‘신성’이 되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든다.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고요해지는 것이다. 비로소 잃음에서도 집착에서도 자유로워지는 느낌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이골에 ‘신성’이 살고 있다면 그 중 하나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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