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님 성전] 지상의 남루한 집 한 채
[미소스님 성전] 지상의 남루한 집 한 채
  • 김영태
  • 승인 2006.04.1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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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밝은 밤 창 아래 앉아 옛 스님들의 시를 읽는다. 잡다한 생각이 일어 마음이 고요하지 못할 때 선시를 읽게 되면 마음의 평화를 만날 수가 있어 좋다. 가난과 궁핍과 외로움 속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했던 선사들의 삶의 모습은 내게 삶의 행복을 일깨워준다.

그들의 자유와 그윽한 즐거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람이 새는 토굴에서 혹은 아무도 없어 외로운 산 중에서 그들이 건져 올린 행복을 보며 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다. 마음이 번잡함을 피해 있고 마음이 가난에 걸리지 않는다면 바람이 새는 집도 외로운 산 중도 모두 행복한 삶의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나는 흐뭇해한다.

“양기산의 임시 거처 지붕과 벽 엉성하니 방바닥 가득 뿌려진 눈의 구슬. 그러나 목 움츠리어 가만히 탄식하며 생각노니, 나무 밑에 거처하신 옛 어른의 일.”

양기파의 개조 양기 선사의 선시다. 엉성한 집에 거처하면서도 그는 엉성한 집의 지붕과 벽을 타고 들어와 방바닥에 가득한 눈을 보고 눈의 구슬이라 표현하고 있다.

제자가 있어 집을 고치자고 하지만 스승은 집을 고치지 않는다. 고쳐야할 것은 엉성한 집이 아니라 이 집처럼 엉성하기 그지없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라고 스승은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무 아래서 도를 닦던 옛날의 어른을 부러워한다. 가난과 추위에도 구애 받지 않고 오로지 마음 닦는 일에 전력하는 선사의 모습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오대산에 가면 서대라는 암자가 있는데 사람도 찾지 않는 아주 외딴 곳이다. 비가 오면 닫히고 해가 뜨면 열리는 그 너와집은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닫지 않고 살아가는 열린 거처이기도 하다. 이 암자에는 언제나 단 한 명의 수행자가 산다. 그는 인적이 끊긴 곳에서 참선을 하며 살고 있다. 때로 바람소리와 꽃잎이 지는 소리는 문가를 머물다 가지만 사람이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하루내 참선하고 샘에서 물을 길어 차를 다려 마시는 것이 그 곳 생활의 전부다. 그러나 그 곳에 사는 스님의 표정은 밝다. 외로움의 어두운 흔적이나 불행의 자국을 찾을 수 없다. 말은 없지만 그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옛 스님들의 토굴가의 의미를 나는 서대에 가면 만나고는 한다.
옛 선사의 선원도 서대의 암자도 모두 남루하다.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들이치는 곳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곳의 남루와 외로움을 탓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남루와 외로움을 스스로 택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다. 남루한 지상의 집 한 채에서 그들이 일구어내는 것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인 것이다. 물질이 앞서고 존재는 뒤에서 끌려가는 세상이다. 마음을 잃어버린 존재의 모습이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이 우리가 마음을 쉴 수 있다면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행복을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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