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를 다녀온 후, 보드가야에서 가야(Gaya)거쳐 라즈기르(Rajgir)로 향한다. 라즈기르는 우리에게는 독수리를 닮은 영축산(靈鷲山)이란 이름으로 친숙한 곳이다. 국악으로 익숙한 영산회상(靈山會相)의 기원이 바로 이곳이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법화경을 설법하던 장면을 그린 불교음악으로부터 영산회상이란 이름이 유래한 것이다.
가야에서 라즈기르까지의 약 60km는 두 개의 산맥이 나란히 달리고 있는 사이에 길이 나 있었다. 부처님도 이 길을 걸으셨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것이, 이 길은 산줄기를 따라 작은 마을들을 연결하고 있고 최단거리로 두 지역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 경치도 좋았거니와 부처님 시절의 옛 길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하여, 걸음을 떼는 순간마다 그 시절 그 공간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 느낌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불자라면 걸어보시길 권유하고 싶다.
보드가야로 가는 길목에서 순례하는 스님들을 만났다. 중국에서 왔다고 하시는데, 아마도 티벳쪽 사람들 같다. 우리와는 반대로 Rajgir에서 Bodh Gaya로 진행중이다. 순례하시는 스님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태국에서 본, 걸으시는 부처님 모습이 연상된다.
인구10만의 라즈기르시에 도착했다. 라즈기르에는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성지도 있어서 많은 인도인들이 순례하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명소다.
이곳에서 며칠동안 머무르면서 그 유명한 죽림정사부터 방문한다. 원래 이름이 Venu Van 이라는 죽림정사(竹林精舎)는 당시 부처님을 극진히 모신 어느 왕이 희사한 절집이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손을 본 곳이어서인지 이름에 걸맞는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다. 곧바로 영축산으로 오른다.
독수리를 닮았다는 뜻의 원어인 Gridhkut Vulture Peak 가 한자어로 영축산으로 번역되었다. 영축산(靈鷲山). 혹은 영취산이라고 하기도 한다. 영축산은 부처님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부처님이 1천여 제자들에게 법화경을 설법하는 '영산회상'이 바로 이 자리에서 열린 것이다.
“석가께서 아무 말씀도 않고, 꽃잎 하나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자 다들 의아하게 좌우를 둘러보는데 오직 한 사람 迦葉(가섭) 존자만이 혼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바로 염화시중의 미소다.
이곳에서 설법하신 법화경의 요체는 '우리 모두가 부처'라는 것.
“어떤 사람도 자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어떤 것이 될 순 없지만, 부처가 될 수는 있다. 자신만 모를 뿐 원래 부처이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평등의식도 설파하신 것이다. 왕자 출신 부처님의 위력적인 말씀이다.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당시의 관념을 뿌리부터 뜯어고치는 듯한.
마침 한국에서 온 한 무리의 불자들이 영산회상의 자리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다. 그 뒷모습들이 마치 성불하고 있는 부처의 모습과 닮았다. 그렇다. 우리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