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대한불교조계종이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뒤 일어난 가장 극적인 변화는 1994년의 종단개혁운동이었을 것이다.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저지운동에서 촉발한 94개혁운동은 한국사회 최초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성공한 사례라고 호평받았다. 종단의 권력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종단개혁의 빛은 바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개혁의 초심이 실종되었거나 개혁세력이 기득권 권력으로 편입되어 부단한 개혁의 장애물이 되기에 이르렀다는 야박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개혁회의 5대지표는 정법종단의 구현, 불교자주화 실현, 종단운영 민주화, 청정교단 구현, 불교 사회적역할 확대를 표방했다. 3대 개혁과제는 불교자주화, 제도개혁, 인적청산이었다. 현재 조계종단의 모습을 보면서, 개혁과제들이 어떻게 배신당했는지 확인한다. 종권세력은 자주화가 아닌 정교유착, 선거개입을 일삼고,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는 한 사람의 손아귀에 떨어져 있어 제도개혁은 요원하다. 94년 개혁 당시 인적청산 대상이었던 이들이 – 서의현 만이 아니라 이번에 원로의원으로 추천된 불국사 종상, 전 총무원장 또한 징계 대상이었다.- 되살아나 지금 종단의 핵심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으로 있으면서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총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던 설조스님에게 94년 멸빈한 서의현(속명 서황룡)이 복권되어 대종사품수까지 받은 일에 대해 물었다. 설조 스님은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당시 개혁회의 주체들이 이미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대표적으로 재정의 공개와 통제 조항을 종헌에 넣어야 한다고 하는 의견에 대해 개혁회의 의원 80명 가운데 18명만 찬성, 60명 이상이 반대했던 일을 들었다. 말만 개혁이고 실제로는 개혁 반대였던 것이다.

설조스님은 그러면 사찰운영위원회라도 만들자. 신도대표들이 참여해서 예산과 결산이라도 점검하도록 하자라고 해서 사찰운영위원회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설조스님이 뒤에 주지였던 불국사에서조차 사찰운영위원회 구성에 2년이나 걸렸다. 사찰운영위원회에 신도들도 넣었는데, 실제 운영해보니 예산서를 돌리지 않고 현장에서 배포했다. 재무스님은 “예산안은 극비문서입니다.”라며 회의 후에는 다시 예산서를 회수했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이 예를 들며, 종단 구성원들의 인식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군소종단들이 재정공개를 투명하게 한다고 반성했다.

“아무개 집안은 중 아들둬서 부자됐다.”는 말이 도는 지역도 있는데, 이 말은 “중 아들 둬서 지옥문이 열렸다.”는 말이라며, 종단의 재정관리 문제점이 결국 더 큰 문제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2018년, 목숨을 건 단식을 41일간 지속함으로써 조계종 적폐청산운동의 불길을 크게 키워 결국 설정 총무원장을 중도퇴진시킨 설조스님을 만났다. 94년 개혁회의 부의장과 불국사 주지, 교계신문 사장을 지낸 설조 스님은 당시 종단의 재정 투명화와 파계한 최고위직 승려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팔순 노구를 이끌고 단식 정진을 선언하여 불교 적폐청산 운동을 사회적 의제로 떠올리게 하였다.

‘붓다연대기’ 저자이며 미디어붓다 대표를 지낸 이학종씨가 설조스님을 만나 근황을 묻고 불교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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