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79. 애증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79. 애증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9.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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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이 깊은 것같이
미움이 깊을 수 있다
미움만큼 사랑이 깊어
미움도 사랑도 아닌 애증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메마른 사막에 공기처럼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어
때론 사랑처럼 미움이 다가오고 미움처럼 사랑이 다가오고

보고 싶지 않아도 날마다 보는 사이
억 겁 인연이 바람처럼 왔다 홀씨와 함께 사라지듯
순간 순간이 끊겨 진 무성 영화 필름 이어지듯

천국을 원하지만 죽는 것이 두렵고
일터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서 자유롭지 못해 일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처럼.

 







#작가의 변
연인 혹은 부부끼리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마주 보고 먹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만나게 되면 보통은 연인이 나란히 앉고 다른 팀을 마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그런데 살다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라고 하듯이 눈높이는 중요하다. 연인끼리, 부부끼리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마음을 합하기 위함이다. “아” 하면 “어” 한다고 오래된 사이엔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 보고 그 사람을 읽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관심이 깊으면 사랑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랑 불꽃만큼 미움의 불꽃이 눈에서 타오르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워하는 마음도 없다. 기대가 없으면 원하는 것도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이십 대 같이 깨방정을 떨어 본다. 춤을 추기 위한 스탭도 밟아 보고 이단 뒷차기를 시도해 보지만 몸은 왜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냐고 나무라듯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온다. 뒤따라오던 아내가 아직도 애들이야. 그래서 마음은 아직 이십 대라고 말을 하니 아내가 다 그렇지 혼자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몸뚱이는 점점 힘겨워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마음은 아직도 꽃밭을 날아다니는 여름날의 벌과 나비와 같은 것이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직장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 가서 밤새 춤을 추고 놀다가 아침 해장을 하고 꽐라가 돼서 다시 출근하던 그 시절의 추억처럼 가끔씩은 클럽에 가서 춤을 출 기회가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춤꾼은 아니다. 그냥 막춤이지만 기분을 낼 장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민 초기 캐주얼잡으로 일하던 호텔의 송년회에서 나이트 같은 기분을 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던 일이나 뉴웨스트민스터에서 후레이저 강을 따라 운행하는 배에서 춤판을 벌이면서 함께 흥에 겨워 춤을 추던 일들은 이민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농작물이나 꽃들은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을 마치 사람의 평생에 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높은 고산 지대의 꽃들은 6월에도 추운 밤 날씨 탓에 날 크지도 못하고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버린다. 9월이면 눈발이 날리는 고산 지대에서 그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빨리 서리가 내리기 전 모든 것을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은 삶인데, 처음 살아가는 삶인데도 누군가 알려 준 것처럼 말이다.

어제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배추 3포기를 샀는데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배추 한 포기에 10불 8불 7불이다. 그래도 싼 것을 산다고 샀는데 그랬다. 상하이 복쵸이는 파운드에 2불 50센트라 한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야채를 무게로 파는데 파운드가 그 단위이다. 파운드는 454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얼마하고 팔아서 몇 포기에 얼마 하는 예측이 쉽지만, 캐나다는 이렇게 계산하다가 훅 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기에 특히 많이 당한 것 중에 하나다. 아내는 그래서 배추 파운드에 99센트 아래면 사 오라고 지침을 내려 주지만 요즘은 99센트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딸이 요즘 밴쿠버에 1베드룸 아파트 렌트 비가 얼마인지 아냐고 물어본다. 1천 7백불 정도 잖아 하니까, 아니 2500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젠 밴쿠버에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타주로 이사 가던 가, 아니면 시골로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서 시골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해 줬다. 비씨 주는 지금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불 65센트이다. 점심시간을 뺀 7.5시간을 최저 임금으로 일하면 하루 받는 금액은 117불 38센트, 이것을 2주일 단위로 체크로 받는데 1173.75를 받게 된다. 한 달이면 2배인 2,347.50센트를 받으니 다운 타운의 1베드룸 렌트 비도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 주급에서 세금 떼고 이거저거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작아진다.

산 정상에 겨울이 늦게까지 머무르는 곳의 꽃처럼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 그중에 주는 옛날처럼 직접 움막을 지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누군가 돈 벌기 위해서 지은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 해야 한다. 나뭇가지를 물어서 나무에 집을 짓는 새 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주거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현실 속에 다운타운의 공원과 인도에는 텐트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다. 물론 캐나다는 세계적으로 노숙자를 위한 정책이 잘되어 다운타운 동부의 작은 빌딩이나 모텔 빌딩을 정부에서 지원하여 노숙자 쉼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원에 노숙자들이 친 텐트가 늘어만 가고 날을 잡아 일제히 철거 인력을 동원해 철거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도 힘든 현대 도시인의 삶은 척박한 모래땅에 버려진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가정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말처럼 나라에도 어린이가 많아야 하는데 도시는 사람 살아가기 힘든 빌딩 숲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마주치면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무서운 산짐승을 보는 것 같은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사채업자에 쫓기는 사람처럼 도시인들은 눈을 맞출만한 여유도 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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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이 깊은 것같이
미움이 깊을 수 있다
미움만큼 사랑이 깊어
미움도 사랑도 아닌 애증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메마른 사막에 공기처럼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어
때론 사랑처럼 미움이 다가오고 미움처럼 사랑이 다가오고

보고 싶지 않아도 날마다 보는 사이
억 겁 인연이 바람처럼 왔다 홀씨와 함께 사라지듯
순간 순간이 끊겨 진 무성 영화 필름 이어지듯

천국을 원하지만 죽는 것이 두렵고
일터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서 자유롭지 못해 일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처럼.

 





수렁이 깊은 것같이
미움이 깊을 수 있다
미움만큼 사랑이 깊어
미움도 사랑도 아닌 애증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메마른 사막에 공기처럼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어
때론 사랑처럼 미움이 다가오고 미움처럼 사랑이 다가오고

보고 싶지 않아도 날마다 보는 사이
억 겁 인연이 바람처럼 왔다 홀씨와 함께 사라지듯
순간 순간이 끊겨 진 무성 영화 필름 이어지듯

천국을 원하지만 죽는 것이 두렵고
일터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서 자유롭지 못해 일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처럼.

 







#작가의 변
연인 혹은 부부끼리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마주 보고 먹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만나게 되면 보통은 연인이 나란히 앉고 다른 팀을 마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그런데 살다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라고 하듯이 눈높이는 중요하다. 연인끼리, 부부끼리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마음을 합하기 위함이다. “아” 하면 “어” 한다고 오래된 사이엔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 보고 그 사람을 읽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관심이 깊으면 사랑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랑 불꽃만큼 미움의 불꽃이 눈에서 타오르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워하는 마음도 없다. 기대가 없으면 원하는 것도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이십 대 같이 깨방정을 떨어 본다. 춤을 추기 위한 스탭도 밟아 보고 이단 뒷차기를 시도해 보지만 몸은 왜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냐고 나무라듯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온다. 뒤따라오던 아내가 아직도 애들이야. 그래서 마음은 아직 이십 대라고 말을 하니 아내가 다 그렇지 혼자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몸뚱이는 점점 힘겨워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마음은 아직도 꽃밭을 날아다니는 여름날의 벌과 나비와 같은 것이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직장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 가서 밤새 춤을 추고 놀다가 아침 해장을 하고 꽐라가 돼서 다시 출근하던 그 시절의 추억처럼 가끔씩은 클럽에 가서 춤을 출 기회가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춤꾼은 아니다. 그냥 막춤이지만 기분을 낼 장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민 초기 캐주얼잡으로 일하던 호텔의 송년회에서 나이트 같은 기분을 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던 일이나 뉴웨스트민스터에서 후레이저 강을 따라 운행하는 배에서 춤판을 벌이면서 함께 흥에 겨워 춤을 추던 일들은 이민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농작물이나 꽃들은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을 마치 사람의 평생에 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높은 고산 지대의 꽃들은 6월에도 추운 밤 날씨 탓에 날 크지도 못하고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버린다. 9월이면 눈발이 날리는 고산 지대에서 그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빨리 서리가 내리기 전 모든 것을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은 삶인데, 처음 살아가는 삶인데도 누군가 알려 준 것처럼 말이다.

어제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배추 3포기를 샀는데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배추 한 포기에 10불 8불 7불이다. 그래도 싼 것을 산다고 샀는데 그랬다. 상하이 복쵸이는 파운드에 2불 50센트라 한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야채를 무게로 파는데 파운드가 그 단위이다. 파운드는 454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얼마하고 팔아서 몇 포기에 얼마 하는 예측이 쉽지만, 캐나다는 이렇게 계산하다가 훅 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기에 특히 많이 당한 것 중에 하나다. 아내는 그래서 배추 파운드에 99센트 아래면 사 오라고 지침을 내려 주지만 요즘은 99센트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딸이 요즘 밴쿠버에 1베드룸 아파트 렌트 비가 얼마인지 아냐고 물어본다. 1천 7백불 정도 잖아 하니까, 아니 2500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젠 밴쿠버에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타주로 이사 가던 가, 아니면 시골로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서 시골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해 줬다. 비씨 주는 지금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불 65센트이다. 점심시간을 뺀 7.5시간을 최저 임금으로 일하면 하루 받는 금액은 117불 38센트, 이것을 2주일 단위로 체크로 받는데 1173.75를 받게 된다. 한 달이면 2배인 2,347.50센트를 받으니 다운 타운의 1베드룸 렌트 비도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 주급에서 세금 떼고 이거저거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작아진다.

산 정상에 겨울이 늦게까지 머무르는 곳의 꽃처럼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 그중에 주는 옛날처럼 직접 움막을 지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누군가 돈 벌기 위해서 지은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 해야 한다. 나뭇가지를 물어서 나무에 집을 짓는 새 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주거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현실 속에 다운타운의 공원과 인도에는 텐트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다. 물론 캐나다는 세계적으로 노숙자를 위한 정책이 잘되어 다운타운 동부의 작은 빌딩이나 모텔 빌딩을 정부에서 지원하여 노숙자 쉼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원에 노숙자들이 친 텐트가 늘어만 가고 날을 잡아 일제히 철거 인력을 동원해 철거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도 힘든 현대 도시인의 삶은 척박한 모래땅에 버려진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가정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말처럼 나라에도 어린이가 많아야 하는데 도시는 사람 살아가기 힘든 빌딩 숲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마주치면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무서운 산짐승을 보는 것 같은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사채업자에 쫓기는 사람처럼 도시인들은 눈을 맞출만한 여유도 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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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변
연인 혹은 부부끼리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마주 보고 먹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만나게 되면 보통은 연인이 나란히 앉고 다른 팀을 마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그런데 살다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라고 하듯이 눈높이는 중요하다. 연인끼리, 부부끼리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마음을 합하기 위함이다. “아” 하면 “어” 한다고 오래된 사이엔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 보고 그 사람을 읽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관심이 깊으면 사랑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랑 불꽃만큼 미움의 불꽃이 눈에서 타오르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워하는 마음도 없다. 기대가 없으면 원하는 것도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이십 대 같이 깨방정을 떨어 본다. 춤을 추기 위한 스탭도 밟아 보고 이단 뒷차기를 시도해 보지만 몸은 왜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냐고 나무라듯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온다. 뒤따라오던 아내가 아직도 애들이야. 그래서 마음은 아직 이십 대라고 말을 하니 아내가 다 그렇지 혼자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몸뚱이는 점점 힘겨워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마음은 아직도 꽃밭을 날아다니는 여름날의 벌과 나비와 같은 것이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직장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 가서 밤새 춤을 추고 놀다가 아침 해장을 하고 꽐라가 돼서 다시 출근하던 그 시절의 추억처럼 가끔씩은 클럽에 가서 춤을 출 기회가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춤꾼은 아니다. 그냥 막춤이지만 기분을 낼 장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민 초기 캐주얼잡으로 일하던 호텔의 송년회에서 나이트 같은 기분을 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던 일이나 뉴웨스트민스터에서 후레이저 강을 따라 운행하는 배에서 춤판을 벌이면서 함께 흥에 겨워 춤을 추던 일들은 이민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농작물이나 꽃들은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을 마치 사람의 평생에 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높은 고산 지대의 꽃들은 6월에도 추운 밤 날씨 탓에 날 크지도 못하고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버린다. 9월이면 눈발이 날리는 고산 지대에서 그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빨리 서리가 내리기 전 모든 것을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은 삶인데, 처음 살아가는 삶인데도 누군가 알려 준 것처럼 말이다.

어제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배추 3포기를 샀는데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배추 한 포기에 10불 8불 7불이다. 그래도 싼 것을 산다고 샀는데 그랬다. 상하이 복쵸이는 파운드에 2불 50센트라 한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야채를 무게로 파는데 파운드가 그 단위이다. 파운드는 454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얼마하고 팔아서 몇 포기에 얼마 하는 예측이 쉽지만, 캐나다는 이렇게 계산하다가 훅 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기에 특히 많이 당한 것 중에 하나다. 아내는 그래서 배추 파운드에 99센트 아래면 사 오라고 지침을 내려 주지만 요즘은 99센트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수렁이 깊은 것같이
미움이 깊을 수 있다
미움만큼 사랑이 깊어
미움도 사랑도 아닌 애증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메마른 사막에 공기처럼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어
때론 사랑처럼 미움이 다가오고 미움처럼 사랑이 다가오고

보고 싶지 않아도 날마다 보는 사이
억 겁 인연이 바람처럼 왔다 홀씨와 함께 사라지듯
순간 순간이 끊겨 진 무성 영화 필름 이어지듯

천국을 원하지만 죽는 것이 두렵고
일터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서 자유롭지 못해 일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처럼.

 







#작가의 변
연인 혹은 부부끼리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마주 보고 먹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만나게 되면 보통은 연인이 나란히 앉고 다른 팀을 마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그런데 살다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라고 하듯이 눈높이는 중요하다. 연인끼리, 부부끼리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마음을 합하기 위함이다. “아” 하면 “어” 한다고 오래된 사이엔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 보고 그 사람을 읽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관심이 깊으면 사랑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랑 불꽃만큼 미움의 불꽃이 눈에서 타오르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워하는 마음도 없다. 기대가 없으면 원하는 것도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이십 대 같이 깨방정을 떨어 본다. 춤을 추기 위한 스탭도 밟아 보고 이단 뒷차기를 시도해 보지만 몸은 왜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냐고 나무라듯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온다. 뒤따라오던 아내가 아직도 애들이야. 그래서 마음은 아직 이십 대라고 말을 하니 아내가 다 그렇지 혼자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몸뚱이는 점점 힘겨워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마음은 아직도 꽃밭을 날아다니는 여름날의 벌과 나비와 같은 것이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직장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 가서 밤새 춤을 추고 놀다가 아침 해장을 하고 꽐라가 돼서 다시 출근하던 그 시절의 추억처럼 가끔씩은 클럽에 가서 춤을 출 기회가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춤꾼은 아니다. 그냥 막춤이지만 기분을 낼 장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민 초기 캐주얼잡으로 일하던 호텔의 송년회에서 나이트 같은 기분을 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던 일이나 뉴웨스트민스터에서 후레이저 강을 따라 운행하는 배에서 춤판을 벌이면서 함께 흥에 겨워 춤을 추던 일들은 이민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농작물이나 꽃들은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을 마치 사람의 평생에 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높은 고산 지대의 꽃들은 6월에도 추운 밤 날씨 탓에 날 크지도 못하고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버린다. 9월이면 눈발이 날리는 고산 지대에서 그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빨리 서리가 내리기 전 모든 것을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은 삶인데, 처음 살아가는 삶인데도 누군가 알려 준 것처럼 말이다.

어제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배추 3포기를 샀는데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배추 한 포기에 10불 8불 7불이다. 그래도 싼 것을 산다고 샀는데 그랬다. 상하이 복쵸이는 파운드에 2불 50센트라 한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야채를 무게로 파는데 파운드가 그 단위이다. 파운드는 454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얼마하고 팔아서 몇 포기에 얼마 하는 예측이 쉽지만, 캐나다는 이렇게 계산하다가 훅 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기에 특히 많이 당한 것 중에 하나다. 아내는 그래서 배추 파운드에 99센트 아래면 사 오라고 지침을 내려 주지만 요즘은 99센트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딸이 요즘 밴쿠버에 1베드룸 아파트 렌트 비가 얼마인지 아냐고 물어본다. 1천 7백불 정도 잖아 하니까, 아니 2500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젠 밴쿠버에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타주로 이사 가던 가, 아니면 시골로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서 시골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해 줬다. 비씨 주는 지금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불 65센트이다. 점심시간을 뺀 7.5시간을 최저 임금으로 일하면 하루 받는 금액은 117불 38센트, 이것을 2주일 단위로 체크로 받는데 1173.75를 받게 된다. 한 달이면 2배인 2,347.50센트를 받으니 다운 타운의 1베드룸 렌트 비도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 주급에서 세금 떼고 이거저거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작아진다.

산 정상에 겨울이 늦게까지 머무르는 곳의 꽃처럼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 그중에 주는 옛날처럼 직접 움막을 지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누군가 돈 벌기 위해서 지은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 해야 한다. 나뭇가지를 물어서 나무에 집을 짓는 새 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주거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현실 속에 다운타운의 공원과 인도에는 텐트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다. 물론 캐나다는 세계적으로 노숙자를 위한 정책이 잘되어 다운타운 동부의 작은 빌딩이나 모텔 빌딩을 정부에서 지원하여 노숙자 쉼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원에 노숙자들이 친 텐트가 늘어만 가고 날을 잡아 일제히 철거 인력을 동원해 철거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도 힘든 현대 도시인의 삶은 척박한 모래땅에 버려진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가정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말처럼 나라에도 어린이가 많아야 하는데 도시는 사람 살아가기 힘든 빌딩 숲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마주치면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무서운 산짐승을 보는 것 같은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사채업자에 쫓기는 사람처럼 도시인들은 눈을 맞출만한 여유도 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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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요즘 밴쿠버에 1베드룸 아파트 렌트 비가 얼마인지 아냐고 물어본다. 1천 7백불 정도 잖아 하니까, 아니 2500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젠 밴쿠버에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타주로 이사 가던 가, 아니면 시골로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서 시골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해 줬다. 비씨 주는 지금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불 65센트이다. 점심시간을 뺀 7.5시간을 최저 임금으로 일하면 하루 받는 금액은 117불 38센트, 이것을 2주일 단위로 체크로 받는데 1173.75를 받게 된다. 한 달이면 2배인 2,347.50센트를 받으니 다운 타운의 1베드룸 렌트 비도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 주급에서 세금 떼고 이거저거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작아진다.

산 정상에 겨울이 늦게까지 머무르는 곳의 꽃처럼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 그중에 주는 옛날처럼 직접 움막을 지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누군가 돈 벌기 위해서 지은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 해야 한다. 나뭇가지를 물어서 나무에 집을 짓는 새 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주거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현실 속에 다운타운의 공원과 인도에는 텐트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다. 물론 캐나다는 세계적으로 노숙자를 위한 정책이 잘되어 다운타운 동부의 작은 빌딩이나 모텔 빌딩을 정부에서 지원하여 노숙자 쉼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원에 노숙자들이 친 텐트가 늘어만 가고 날을 잡아 일제히 철거 인력을 동원해 철거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도 힘든 현대 도시인의 삶은 척박한 모래땅에 버려진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가정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말처럼 나라에도 어린이가 많아야 하는데 도시는 사람 살아가기 힘든 빌딩 숲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마주치면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무서운 산짐승을 보는 것 같은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사채업자에 쫓기는 사람처럼 도시인들은 눈을 맞출만한 여유도 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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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이 깊은 것같이
미움이 깊을 수 있다
미움만큼 사랑이 깊어
미움도 사랑도 아닌 애증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메마른 사막에 공기처럼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어
때론 사랑처럼 미움이 다가오고 미움처럼 사랑이 다가오고

보고 싶지 않아도 날마다 보는 사이
억 겁 인연이 바람처럼 왔다 홀씨와 함께 사라지듯
순간 순간이 끊겨 진 무성 영화 필름 이어지듯

천국을 원하지만 죽는 것이 두렵고
일터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서 자유롭지 못해 일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처럼.

 







#작가의 변
연인 혹은 부부끼리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마주 보고 먹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만나게 되면 보통은 연인이 나란히 앉고 다른 팀을 마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그런데 살다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라고 하듯이 눈높이는 중요하다. 연인끼리, 부부끼리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마음을 합하기 위함이다. “아” 하면 “어” 한다고 오래된 사이엔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 보고 그 사람을 읽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관심이 깊으면 사랑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랑 불꽃만큼 미움의 불꽃이 눈에서 타오르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워하는 마음도 없다. 기대가 없으면 원하는 것도 없다.

가끔 마음이 동하면 이십 대 같이 깨방정을 떨어 본다. 춤을 추기 위한 스탭도 밟아 보고 이단 뒷차기를 시도해 보지만 몸은 왜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냐고 나무라듯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온다. 뒤따라오던 아내가 아직도 애들이야. 그래서 마음은 아직 이십 대라고 말을 하니 아내가 다 그렇지 혼자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몸뚱이는 점점 힘겨워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마음은 아직도 꽃밭을 날아다니는 여름날의 벌과 나비와 같은 것이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직장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 가서 밤새 춤을 추고 놀다가 아침 해장을 하고 꽐라가 돼서 다시 출근하던 그 시절의 추억처럼 가끔씩은 클럽에 가서 춤을 출 기회가 있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춤꾼은 아니다. 그냥 막춤이지만 기분을 낼 장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른다. 이민 초기 캐주얼잡으로 일하던 호텔의 송년회에서 나이트 같은 기분을 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던 일이나 뉴웨스트민스터에서 후레이저 강을 따라 운행하는 배에서 춤판을 벌이면서 함께 흥에 겨워 춤을 추던 일들은 이민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농작물이나 꽃들은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을 마치 사람의 평생에 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높은 고산 지대의 꽃들은 6월에도 추운 밤 날씨 탓에 날 크지도 못하고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버린다. 9월이면 눈발이 날리는 고산 지대에서 그 작은 꽃이 할 수 있는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빨리 서리가 내리기 전 모든 것을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은 삶인데, 처음 살아가는 삶인데도 누군가 알려 준 것처럼 말이다.

어제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배추 3포기를 샀는데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배추 한 포기에 10불 8불 7불이다. 그래도 싼 것을 산다고 샀는데 그랬다. 상하이 복쵸이는 파운드에 2불 50센트라 한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야채를 무게로 파는데 파운드가 그 단위이다. 파운드는 454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얼마하고 팔아서 몇 포기에 얼마 하는 예측이 쉽지만, 캐나다는 이렇게 계산하다가 훅 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민 초기에 특히 많이 당한 것 중에 하나다. 아내는 그래서 배추 파운드에 99센트 아래면 사 오라고 지침을 내려 주지만 요즘은 99센트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딸이 요즘 밴쿠버에 1베드룸 아파트 렌트 비가 얼마인지 아냐고 물어본다. 1천 7백불 정도 잖아 하니까, 아니 2500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젠 밴쿠버에 렌트비가 너무 올라서 타주로 이사 가던 가, 아니면 시골로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서 시골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해 줬다. 비씨 주는 지금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불 65센트이다. 점심시간을 뺀 7.5시간을 최저 임금으로 일하면 하루 받는 금액은 117불 38센트, 이것을 2주일 단위로 체크로 받는데 1173.75를 받게 된다. 한 달이면 2배인 2,347.50센트를 받으니 다운 타운의 1베드룸 렌트 비도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이 주급에서 세금 떼고 이거저거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작아진다.

산 정상에 겨울이 늦게까지 머무르는 곳의 꽃처럼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 그중에 주는 옛날처럼 직접 움막을 지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누군가 돈 벌기 위해서 지은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 해야 한다. 나뭇가지를 물어서 나무에 집을 짓는 새 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주거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현실 속에 다운타운의 공원과 인도에는 텐트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다. 물론 캐나다는 세계적으로 노숙자를 위한 정책이 잘되어 다운타운 동부의 작은 빌딩이나 모텔 빌딩을 정부에서 지원하여 노숙자 쉼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원에 노숙자들이 친 텐트가 늘어만 가고 날을 잡아 일제히 철거 인력을 동원해 철거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도 힘든 현대 도시인의 삶은 척박한 모래땅에 버려진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가정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말처럼 나라에도 어린이가 많아야 하는데 도시는 사람 살아가기 힘든 빌딩 숲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마주치면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무서운 산짐승을 보는 것 같은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사채업자에 쫓기는 사람처럼 도시인들은 눈을 맞출만한 여유도 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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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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