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과 동티
청와대 이전과 동티
  • 법응 스님
  • 승인 2022.07.3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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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람 예약 공식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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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났다’라는 말이 있다. 한자어로는 '동토(動土)'다. 금기를 어기거나 거목, 큰 바위 등 공동체에 상징적인 어떤 사물이 훼손되었을 때, 혹은 집수리나 이사를 잘못해서 사단이 났을 때 쓰는 말이다. 물론 과학 및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특정한 일을 마구잡이로 추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액난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 혹은 어떤 심리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며 그 명분으로 탈권위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상으로부터의 탈피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이다. 부정적 국민여론과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집무실 이전이 너무나 급속하게 졸속으로 이루어지면서 101경비단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 배경에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은 채 세간에서는 소위 풍수설에 대한 새 대통령 내외의 믿음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소문만 파다했다.

대통령의 취임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개원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취임 후 80여 일이 지난 현재 윤석렬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국민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하였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위 및 지지율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 덩달아서 여당과 관계자들의 구설만 난무하고 있으니 ‘동티’가 났다는 표현과 맞아 떨어진다.

나는 <불교닷컴>을 통해 “대선과 지도자의 자세(2022.2.2.)” “윤 당선자님 그냥 청와대에 거주 하십시오(2022.3.20.)” “득보다 실이 많은 용산 이전(2022.3.24.)” “금강경과 준비되지 않은 청와대 이전(2022.4.1.)” “대통령실 청사 명칭(2022.6.16.)”이라는 글을 연달아 올리며 작금의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내심 동티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나왔듯이 취임 초기임에도 새 대통령에 대한 급속한 지지율 하락은 거듭되는 인사 참사, 비전과 어젠다의 실종, 국정운영 방식과 능력에 대한 실망, 민생은 외면한 채 권력 암투에 매몰된 듯 보이는 여당, 그리고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 등이 꼽히고 있다.

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통령의 편향되고 좁은 사유세계와, 능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해 자못 오만한 듯 보이는 말과 태도 등에서 드러나는 문제들, 즉 ‘부덕’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윤석렬 정부의 정치는 한 마디로 ‘협량과 불통의 정치’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협량과 불통의 기세가 맹렬한 지도자의 주변에 국정운영은 물론 의전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지식과 통찰력, 실무능력을 고루 갖추고 헌신하는 인재가 있을 리 없다.

잡보장경 권제삼 ‘용왕게연’ 중 한 대목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하여 주고받는 말마다 악을 막아 듣는 이에게 기쁨을 주어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성내거나 미워하지 말라.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위험에 직면하여 두려워 말고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 부려 만용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라.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지혜롭게 중도를 지켜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보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와 처지를 살필 줄 알고 부귀와 쇠망이 교차함을 알라.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우선 대통령의 출퇴근으로 인해 일일 한두 시간 정도의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고, 이로 인해서 안정감 부재와 참모와 여유로운 소통에 까지도 영향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현 청사에서 대통령이 얼마만큼이나 집무에 안정성과 쾌적감을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때로는 경내 정원에서 휴식과 참모와 격의 없는 대화도 필요한데 말이다. 청와대와 같이 집무처와 숙소가 동일한 경내에 위치 시 장점이 많음을 왜 간과 했는지 이해가 어렵다. 필자는 지난번 기고를 통해 청와대 사무실을 개조하거나 이전 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집무처와 숙소가 동일 경내가 아니기에 영부인의 의전과 그 준비에 따른 시간과 장소의 제약성 등이 대두되고 있다. 향후 어떻게 개선할지 두고 볼 일이나 이는 외무부장관 관저로 이전을 해도 해결이 어렵다.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그 자체의 장점과 대통령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대통령의 개성이나 인성적 특성으로 볼 때 득보다는 실이 많다. 

지난번 스페인 국왕 접견 시 사전에 전례의 동영상을 미리 보여주고 연습을 했다면 우왕좌왕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도끼는 한손으로 쥐고서 과감하게 내리쳐야 한다고 사전에 주문했어야 했다. 두 손으로 잡으니 높이 들 수도 없고 힘과 가속도가 붙지도 않으니 한 번에 잘라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전문 참모기능의 부재다.

지난 29일 대통령이 신촌지구대를 방문했으면 직원들과 빙 둘러 앉은 후 차라도 마시면서 차분하게 애로사항이나 경찰제도 등에 대한 건의 사항은 무엇인지 등 진솔하게 대화를 했어야 했다. 생명력 없는 행사가 분명하다.

제아무리 미운 이준석이라 해도 국정 수반이 ‘내부 총질’이라는 단어는 쓸 말이 아니다. 직위가 세상의 대인(大人)과 거물(巨物)인 사람이 경거망동(輕擧妄動)하면 자신은 물론 세상에 큰 해를 끼치니 금하고 금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서 집무를 보고 거주했기에 제왕적 내지는 권위적이었으며 그 말로가 평탄치 못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탈 청와대의 한 이유라면 현재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는 과연 탈권위적이고 소통이 원활한지, 국가의 미래가 담보된 정책이 생산되고 국민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 또 당은 화합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람과 세상의 길흉화복도 마음 씀씀이와 진정성 있는 행동에 따라서 달리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그동안의 사단 즉 동티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난 80여 일 간의 통치를 돌아보며 과감한 방향의 전환과 함께 인사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국태민안을 발원하며, 대통령의 통치와 일거수일투족에 문제가 있으면 국민의 삶이 지옥고이기에 한마디 했다.

장자가 말하기를

“나에게 선하게 하는 자에게 나 역시 선하게 하고,
나에게 악하게 하는 자도 또한 선하게 할지니라.
내가 이미 사람에게 악하게 하지 않으면 남도
능히 나에게 악함이 없을 것이다.” 라 했다.

장자왈(莊子曰)
어아선자 아역선지(於我善者 我亦善之)
어아악자 아역선지於我惡者 我亦善之)
아기어인 무악(我旣於人 無惡)
인능어아 무악재(人能於我 無惡哉)

/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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