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입증 안 된 바꿔치기…'구미 여아 사건' 다시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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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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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심 법정 향하는 친모 석모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대법원은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경북 구미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가 '아기 바꿔치기'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에 이어 1·2심이 인정한 범행 시점 등이 증거와 사실관계로 단단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추가 심리를 요구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에는 두 명의 아기와 두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피고인 석씨의 딸 김모(23)씨는 2018년 3월 30일 낮 12시 56분께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A양(출생 당시 3.485㎏)을 출산한다. 김씨는 다음 달 9일 '한 아기'를 안고 산부인과를 퇴원한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2월 9일 석씨는 김씨의 집에서 세살 된 아이가 혼자 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석씨는 아이 시신을 매장하려다 이튿날 남편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초반 김씨가 친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가 석씨로 밝혀져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딸 A양의 행방은 온데간데없고, 석씨의 딸 B양만 김씨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석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끝에 석씨가 2018년 3월께 B양을 몰래 낳은 뒤 그달 말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A양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결론내렸다. 두 아이가 뒤바뀐 시점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로 특정했다. 검찰은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납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석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산부인과에서 3월 31일 0시께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0㎏이었는데 4월 1일 0시께에는 3.21㎏으로 나왔다는 점과 4월 1일 오후 4시께 아기 발목의 식별띠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대법원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A양을 낳은 점, 석씨가 낳은 B양이 김씨 손에 자라다가 사망한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고 단정 지을 직접적인 근거는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반면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우선 석씨가 B양을 낳은 시기에 물음표를 던졌다.

수사기관은 당초 석씨가 B양을 3월 초순에 낳았다고 봤다. 물론 B양 출생 시점을 확실히 입증할 증거는 없다.

그런데 기록상 석씨는 2017년부터 다니던 회사에서 2018년 1월 27일 퇴사를 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를 했다. 수사기관이 지목한 B양 출산 시점인 3월이 임박해 굳이 다시 입사한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직장에서 3월 6일 조퇴를 하고 이튿날에는 결근했다는 정황을 들어 그 무렵 B양을 낳았다고 봤다. 그러나 석씨는 2월 재입사 후 3월 말까지 총 28일을 근무하면서 그중 이틀을 제외하고는 하루 10시간씩 모두 연장근무를 했다. 만약 3월 초에 아이를 낳았다면 석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누가 어디에서 돌봤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목한 바꿔치기 범행 시점인 '3월 31일∼4월 1일'에 B양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은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퇴원할 때 안고 나간 아이가 김씨의 친딸 A양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신생아 출생 후 3∼4일 동안은 태변과 수분을 배출하느라 몸무게가 줄 수 있는 점, 신생아실에서 아기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점, 해당 산부인과는 신생아실 입구까지만 출입이 자유로울 뿐 신생아를 밖으로 데리고 가는 건 산모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증거로 제출된 아기 사진들을 보면 3월 30일부터 퇴원 직전인 4월 8일까지 생김새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봤다. 특히 A양은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혀 있었는데, 다음 달 7일 찍힌 아기 사진에도 그런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문가에게 아기 사진 판독을 의뢰해 동일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동기 역시 문제가 됐다. 하급심은 석씨가 자기 딸(B양)을 손녀(A양)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납득하지 못했다.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딸과 손녀에 대한 애정에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고, 그런 동기에서 납치까지 했다면 김씨의 방치로 B양이 죽음에 이를 무렵 석씨가 왜 나서지 않았으며 B양 시신을 발견한 후 왜 은닉을 시도했냐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문제 제기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김씨가 낳은 친딸 A양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석씨는 언제 어디에서 B양을 낳았고,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확한데도 석씨는 왜 끝내 B양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지, 아이 바꿔치기는 언제 이뤄진 건지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건 석씨와 김씨뿐이다.



[그래픽]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관계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검찰이 사망한 구미 3세 여아 친모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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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심 법정 향하는 친모 석모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대법원은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경북 구미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가 '아기 바꿔치기'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에 이어 1·2심이 인정한 범행 시점 등이 증거와 사실관계로 단단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추가 심리를 요구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에는 두 명의 아기와 두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피고인 석씨의 딸 김모(23)씨는 2018년 3월 30일 낮 12시 56분께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A양(출생 당시 3.485㎏)을 출산한다. 김씨는 다음 달 9일 '한 아기'를 안고 산부인과를 퇴원한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2월 9일 석씨는 김씨의 집에서 세살 된 아이가 혼자 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석씨는 아이 시신을 매장하려다 이튿날 남편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초반 김씨가 친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가 석씨로 밝혀져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딸 A양의 행방은 온데간데없고, 석씨의 딸 B양만 김씨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석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끝에 석씨가 2018년 3월께 B양을 몰래 낳은 뒤 그달 말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A양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결론내렸다. 두 아이가 뒤바뀐 시점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로 특정했다. 검찰은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납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석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산부인과에서 3월 31일 0시께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0㎏이었는데 4월 1일 0시께에는 3.21㎏으로 나왔다는 점과 4월 1일 오후 4시께 아기 발목의 식별띠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지난해 1심 법정 향하는 친모 석모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대법원은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경북 구미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가 '아기 바꿔치기'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에 이어 1·2심이 인정한 범행 시점 등이 증거와 사실관계로 단단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추가 심리를 요구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에는 두 명의 아기와 두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피고인 석씨의 딸 김모(23)씨는 2018년 3월 30일 낮 12시 56분께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A양(출생 당시 3.485㎏)을 출산한다. 김씨는 다음 달 9일 '한 아기'를 안고 산부인과를 퇴원한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2월 9일 석씨는 김씨의 집에서 세살 된 아이가 혼자 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석씨는 아이 시신을 매장하려다 이튿날 남편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초반 김씨가 친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가 석씨로 밝혀져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딸 A양의 행방은 온데간데없고, 석씨의 딸 B양만 김씨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석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끝에 석씨가 2018년 3월께 B양을 몰래 낳은 뒤 그달 말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A양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결론내렸다. 두 아이가 뒤바뀐 시점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로 특정했다. 검찰은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납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석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산부인과에서 3월 31일 0시께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0㎏이었는데 4월 1일 0시께에는 3.21㎏으로 나왔다는 점과 4월 1일 오후 4시께 아기 발목의 식별띠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대법원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A양을 낳은 점, 석씨가 낳은 B양이 김씨 손에 자라다가 사망한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고 단정 지을 직접적인 근거는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반면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우선 석씨가 B양을 낳은 시기에 물음표를 던졌다.

수사기관은 당초 석씨가 B양을 3월 초순에 낳았다고 봤다. 물론 B양 출생 시점을 확실히 입증할 증거는 없다.

그런데 기록상 석씨는 2017년부터 다니던 회사에서 2018년 1월 27일 퇴사를 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를 했다. 수사기관이 지목한 B양 출산 시점인 3월이 임박해 굳이 다시 입사한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직장에서 3월 6일 조퇴를 하고 이튿날에는 결근했다는 정황을 들어 그 무렵 B양을 낳았다고 봤다. 그러나 석씨는 2월 재입사 후 3월 말까지 총 28일을 근무하면서 그중 이틀을 제외하고는 하루 10시간씩 모두 연장근무를 했다. 만약 3월 초에 아이를 낳았다면 석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누가 어디에서 돌봤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목한 바꿔치기 범행 시점인 '3월 31일∼4월 1일'에 B양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은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퇴원할 때 안고 나간 아이가 김씨의 친딸 A양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신생아 출생 후 3∼4일 동안은 태변과 수분을 배출하느라 몸무게가 줄 수 있는 점, 신생아실에서 아기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점, 해당 산부인과는 신생아실 입구까지만 출입이 자유로울 뿐 신생아를 밖으로 데리고 가는 건 산모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증거로 제출된 아기 사진들을 보면 3월 30일부터 퇴원 직전인 4월 8일까지 생김새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봤다. 특히 A양은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혀 있었는데, 다음 달 7일 찍힌 아기 사진에도 그런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문가에게 아기 사진 판독을 의뢰해 동일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동기 역시 문제가 됐다. 하급심은 석씨가 자기 딸(B양)을 손녀(A양)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납득하지 못했다.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딸과 손녀에 대한 애정에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고, 그런 동기에서 납치까지 했다면 김씨의 방치로 B양이 죽음에 이를 무렵 석씨가 왜 나서지 않았으며 B양 시신을 발견한 후 왜 은닉을 시도했냐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문제 제기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김씨가 낳은 친딸 A양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석씨는 언제 어디에서 B양을 낳았고,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확한데도 석씨는 왜 끝내 B양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지, 아이 바꿔치기는 언제 이뤄진 건지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건 석씨와 김씨뿐이다.



[그래픽]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관계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검찰이 사망한 구미 3세 여아 친모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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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대법원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A양을 낳은 점, 석씨가 낳은 B양이 김씨 손에 자라다가 사망한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고 단정 지을 직접적인 근거는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반면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우선 석씨가 B양을 낳은 시기에 물음표를 던졌다.

수사기관은 당초 석씨가 B양을 3월 초순에 낳았다고 봤다. 물론 B양 출생 시점을 확실히 입증할 증거는 없다.

그런데 기록상 석씨는 2017년부터 다니던 회사에서 2018년 1월 27일 퇴사를 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를 했다. 수사기관이 지목한 B양 출산 시점인 3월이 임박해 굳이 다시 입사한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직장에서 3월 6일 조퇴를 하고 이튿날에는 결근했다는 정황을 들어 그 무렵 B양을 낳았다고 봤다. 그러나 석씨는 2월 재입사 후 3월 말까지 총 28일을 근무하면서 그중 이틀을 제외하고는 하루 10시간씩 모두 연장근무를 했다. 만약 3월 초에 아이를 낳았다면 석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누가 어디에서 돌봤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목한 바꿔치기 범행 시점인 '3월 31일∼4월 1일'에 B양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은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퇴원할 때 안고 나간 아이가 김씨의 친딸 A양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신생아 출생 후 3∼4일 동안은 태변과 수분을 배출하느라 몸무게가 줄 수 있는 점, 신생아실에서 아기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점, 해당 산부인과는 신생아실 입구까지만 출입이 자유로울 뿐 신생아를 밖으로 데리고 가는 건 산모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증거로 제출된 아기 사진들을 보면 3월 30일부터 퇴원 직전인 4월 8일까지 생김새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봤다. 특히 A양은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혀 있었는데, 다음 달 7일 찍힌 아기 사진에도 그런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문가에게 아기 사진 판독을 의뢰해 동일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동기 역시 문제가 됐다. 하급심은 석씨가 자기 딸(B양)을 손녀(A양)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납득하지 못했다.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딸과 손녀에 대한 애정에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고, 그런 동기에서 납치까지 했다면 김씨의 방치로 B양이 죽음에 이를 무렵 석씨가 왜 나서지 않았으며 B양 시신을 발견한 후 왜 은닉을 시도했냐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문제 제기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김씨가 낳은 친딸 A양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석씨는 언제 어디에서 B양을 낳았고,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확한데도 석씨는 왜 끝내 B양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지, 아이 바꿔치기는 언제 이뤄진 건지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건 석씨와 김씨뿐이다.

지난해 1심 법정 향하는 친모 석모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대법원은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경북 구미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가 '아기 바꿔치기'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에 이어 1·2심이 인정한 범행 시점 등이 증거와 사실관계로 단단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추가 심리를 요구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에는 두 명의 아기와 두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피고인 석씨의 딸 김모(23)씨는 2018년 3월 30일 낮 12시 56분께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A양(출생 당시 3.485㎏)을 출산한다. 김씨는 다음 달 9일 '한 아기'를 안고 산부인과를 퇴원한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2월 9일 석씨는 김씨의 집에서 세살 된 아이가 혼자 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석씨는 아이 시신을 매장하려다 이튿날 남편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 초반 김씨가 친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가 석씨로 밝혀져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딸 A양의 행방은 온데간데없고, 석씨의 딸 B양만 김씨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석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끝에 석씨가 2018년 3월께 B양을 몰래 낳은 뒤 그달 말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A양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결론내렸다. 두 아이가 뒤바뀐 시점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로 특정했다. 검찰은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납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석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산부인과에서 3월 31일 0시께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0㎏이었는데 4월 1일 0시께에는 3.21㎏으로 나왔다는 점과 4월 1일 오후 4시께 아기 발목의 식별띠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대법원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A양을 낳은 점, 석씨가 낳은 B양이 김씨 손에 자라다가 사망한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고 단정 지을 직접적인 근거는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반면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우선 석씨가 B양을 낳은 시기에 물음표를 던졌다.

수사기관은 당초 석씨가 B양을 3월 초순에 낳았다고 봤다. 물론 B양 출생 시점을 확실히 입증할 증거는 없다.

그런데 기록상 석씨는 2017년부터 다니던 회사에서 2018년 1월 27일 퇴사를 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를 했다. 수사기관이 지목한 B양 출산 시점인 3월이 임박해 굳이 다시 입사한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직장에서 3월 6일 조퇴를 하고 이튿날에는 결근했다는 정황을 들어 그 무렵 B양을 낳았다고 봤다. 그러나 석씨는 2월 재입사 후 3월 말까지 총 28일을 근무하면서 그중 이틀을 제외하고는 하루 10시간씩 모두 연장근무를 했다. 만약 3월 초에 아이를 낳았다면 석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누가 어디에서 돌봤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목한 바꿔치기 범행 시점인 '3월 31일∼4월 1일'에 B양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은 김씨가 산부인과에서 퇴원할 때 안고 나간 아이가 김씨의 친딸 A양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신생아 출생 후 3∼4일 동안은 태변과 수분을 배출하느라 몸무게가 줄 수 있는 점, 신생아실에서 아기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점, 해당 산부인과는 신생아실 입구까지만 출입이 자유로울 뿐 신생아를 밖으로 데리고 가는 건 산모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증거로 제출된 아기 사진들을 보면 3월 30일부터 퇴원 직전인 4월 8일까지 생김새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봤다. 특히 A양은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혀 있었는데, 다음 달 7일 찍힌 아기 사진에도 그런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문가에게 아기 사진 판독을 의뢰해 동일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동기 역시 문제가 됐다. 하급심은 석씨가 자기 딸(B양)을 손녀(A양)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납득하지 못했다.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딸과 손녀에 대한 애정에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고, 그런 동기에서 납치까지 했다면 김씨의 방치로 B양이 죽음에 이를 무렵 석씨가 왜 나서지 않았으며 B양 시신을 발견한 후 왜 은닉을 시도했냐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문제 제기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김씨가 낳은 친딸 A양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석씨는 언제 어디에서 B양을 낳았고,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확한데도 석씨는 왜 끝내 B양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지, 아이 바꿔치기는 언제 이뤄진 건지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건 석씨와 김씨뿐이다.



[그래픽]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관계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검찰이 사망한 구미 3세 여아 친모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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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검찰이 사망한 구미 3세 여아 친모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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