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교와 바다와 그물
[기고] 불교와 바다와 그물
  • 법응 스님
  • 승인 2022.06.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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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 스님

망(網)의 순수한 우리말은 ‘그물’이다. 인류는 그물을 이용해서 물고기와 동물을 포획하고 경계를 표시했다. 그물은 살생과 제한의 도구가 분명하나 불교는 이 살생과 제한의 도구를 중생구제의 수단과 우주를 설명하는데 활용했다. ‘제망찰해(帝網刹海)’는 세상을 거대한 그물에 비유한 데서 나온 말이다. 불교는 그물과 함께 세상을 고해(苦海)인 동시에 향수해(香水海) 즉 '연향이 향기로운 바다'라하며, 비로해, 사나해, 석가해, 진사해 등 14가지의 향수로 장엄된 안락국이라 설명하고 있다.

불교와 그물이 통하는 것은 세상사는 물론이거니와 온갖 유정과 무정 등 자연계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불교철학을 그물에 비유 시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그물코는 망구(網口)를 구성하는 전체 구성의 한 점이다.

불교에서는 그물을 제망(帝網), 범망(梵網), 교망(敎網), 승망(僧網), 계망(戒網) 등 다양한 비유로 활용하고 있다. 물고기(魚)와 관련된 내용도 여럿이니 범어사(梵魚寺), 만어사(萬魚寺), 오어사(吾魚寺) 등 다수의 사찰명이 존재하고 있으며 단청에 쌍어문은 국내외 도처에서 발견된다. 어모(魚母)는 정토왕생의 발원을 어미 물고기가 새끼 물고기를 돌보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고, 금어(金魚)는 불화나 단청의 장인을 의미하는 용어다. 신령스러운 존재로 인식된 물고기는 간혹 중생에 비유되어 표현되기도 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동산 스님(1890~1965)이 범어사에 속한 한 암자의 오래된 우물에서 옥도장을 발견했는데 “張大敎網漉人天之魚(장대교망록인천지어)”라 새겨져 있었다.『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에서 장대교망(張大敎網)을 검색하면 통합대장경 원문 등 수건이 검색되는데 일부를 소개한다.

대방광불화엄경 제58권에 “생사의 바다에 있는 이를 위해서는 길잡이 되어 그들을 건져주며 큰 가르침의 그물을 생사의 바다에 펼쳐 두고 다스려진 이들을 다 거두어 잡으며 선근을 길러 보살의 걸림 없는 법에 굳건히 서서는 일체 보살의 일을 성취하고 모든 부처님 처소에 머무르십니다.(生死海者 爲作導師 而度脫之 張大教網 亘生死海 諸調伏者 攝而取之 長養善根 安立菩薩 於無礙乘 究竟一切諸菩薩事 住諸佛所)”라는 구절이 있다.

『금강반야바라밀경오가해』에서는 “황면노자가 적멸도량으로부터 생사의 바다에 가시며 큰 가르침의 그물을 펼쳐서 인천의 고기를 건지시니, 한 중생도 저 그물 속에 들어가지 않았도다.(說誼黃面老子 從寂滅場 入生死海 張大敎網 漉人天魚 無一衆生 入彼網中(이하생략)” 하였다.

위창 오세창 선생께서 동산 큰스님께 써준 글씨다. 하단 사각인장이 옥인이다.



근세에는 ‘세존응화 2963(1936)년 병자 11월 18일’에 용성 큰스님께서 동산 스님께 내린 전계증의 내용에도 포함돼 있다. 전문을 소개한다.

“내가 이제 전하는 바의 계맥은 조선조의 순조 때 지리산 칠불선원에서 대은 율사가 『범망경』에서 말씀하신 천리 내에 계를 전해 줄 법사가 없을 경우 불전에서 서상수계하라는 것에 의거하여 부처님께 청정한 계를 받고자 서원을 세우고 7일 기도 중 한 줄기 祥光이 대은 율사의 정수리에 灌注하는 서상을 얻고 佛戒를 받은 후, 金潭 律師에 전하였고, 금담 율사는 草衣 律師에게 전하였으며, 초의 율사는 梵海 律師에게 전하였고, 범해 율사는 禪谷 律師에게 전하였으며, 선곡 율사께서 나에게 전해 주셨으니 이는 해동의 화엄초조인 원효 대사가 전하신 大敎의 그물을 펴서 人天의 고기를 걸러 올리는 寶印으로써 戒脈을 삼았으니 정법안장인 正傳의 信表와 함께 동산 혜일에게 전하노니 너는 굳게 이를 호지하여 정법안장의 혜명으로 하여금 단절됨이 없도록 해서 부처님의 正法과 더불어 이 계맥이 영원무궁토록 할지어다.(吾今所傳戒脈 朝鮮智異山七佛禪院大隱和尙 依梵網經 誓受諸佛淨戒 七日祈禱 一道祥光 注于大隱頂上 親受佛戒後 傳于錦潭律師 傳于草衣律師 傳于梵海律師 傳于禪谷律師 傳至于吾代 將此海東初祖所傳 張大敎網 漉人天之魚之寶印 以爲戒脈 與正法眼藏 正傳之信 慇懃付與東山慧日 汝善自護持 令不斷絶 與知來正法 住世無窮)”

앞에서 언급한 “장대교망록인천지어”가 새겨진 옥도장을 이 전계증에서 ‘보인寶印’이라 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56년 9월 20일자 동아일보 옥인 기사
위창 오세창 선생께서 동산 큰스님께 써준 글씨다. 하단 사각인장이 옥인이다.

근세에는 ‘세존응화 2963(1936)년 병자 11월 18일’에 용성 큰스님께서 동산 스님께 내린 전계증의 내용에도 포함돼 있다. 전문을 소개한다.

“내가 이제 전하는 바의 계맥은 조선조의 순조 때 지리산 칠불선원에서 대은 율사가 『범망경』에서 말씀하신 천리 내에 계를 전해 줄 법사가 없을 경우 불전에서 서상수계하라는 것에 의거하여 부처님께 청정한 계를 받고자 서원을 세우고 7일 기도 중 한 줄기 祥光이 대은 율사의 정수리에 灌注하는 서상을 얻고 佛戒를 받은 후, 金潭 律師에 전하였고, 금담 율사는 草衣 律師에게 전하였으며, 초의 율사는 梵海 律師에게 전하였고, 범해 율사는 禪谷 律師에게 전하였으며, 선곡 율사께서 나에게 전해 주셨으니 이는 해동의 화엄초조인 원효 대사가 전하신 大敎의 그물을 펴서 人天의 고기를 걸러 올리는 寶印으로써 戒脈을 삼았으니 정법안장인 正傳의 信表와 함께 동산 혜일에게 전하노니 너는 굳게 이를 호지하여 정법안장의 혜명으로 하여금 단절됨이 없도록 해서 부처님의 正法과 더불어 이 계맥이 영원무궁토록 할지어다.(吾今所傳戒脈 朝鮮智異山七佛禪院大隱和尙 依梵網經 誓受諸佛淨戒 七日祈禱 一道祥光 注于大隱頂上 親受佛戒後 傳于錦潭律師 傳于草衣律師 傳于梵海律師 傳于禪谷律師 傳至于吾代 將此海東初祖所傳 張大敎網 漉人天之魚之寶印 以爲戒脈 與正法眼藏 正傳之信 慇懃付與東山慧日 汝善自護持 令不斷絶 與知來正法 住世無窮)”

앞에서 언급한 “장대교망록인천지어”가 새겨진 옥도장을 이 전계증에서 ‘보인寶印’이라 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56년 9월 20일자 동아일보 옥인 기사
1956년 9월 20일자 동아일보 옥인 기사

1936년에 동산 스님의 고모부인 오세창 선생께서 이 옥인을 보시고 동산스님께 한편의 글을 써 주었다.

•東山慧日得古玉印於元曉遺址其文曰(동산혜일득고옥인어원효유지기문왈)
동산혜일이 원효암의 유지(옛자취가 남아있는 빈터)에서 오래된 옥도장을 얻었는데 그 글의 내용은
•張大敎網漉人天之魚(장대교망녹인천지어)
부처님 큰 가르침을 펼쳐서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
•常佩之以護身余又書此贈之俾卦禪榻之側(상패지이호신여우서차증지비괘선탑지측)
항상 이를 차고 다님으로 몸을 보호하고 내가 또 이에 더하여 선상 옆에 걸 수 있도록 글을 써 주었다.
•戊寅春俗叔七十五叜吳葦滄(무인춘속숙칠십오수오위창)
무인년(1938)년 봄 속숙 75세 늙은이 오세창

이 옥인은 현재 금정총림 범어사 박물관에 보관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오세창 선생께서 동산 큰스님께 써준 글의 원본을 수소문해도 소재가 분명치가 않다. ‘張大敎網漉人天之魚(장대교망녹인천지어)’ 원본의 소재와 상관없이 세상을 향한 서원의 투망(投網)은 활발해야 한다.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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