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61. 나의 부처님, 우리 부처님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61. 나의 부처님, 우리 부처님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5.1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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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몸살이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지구가 체온이 올라가 몸살이 나거나 춥거나 덥다가 한여름에도 이불 뒤집어쓰지 않아도 땀 빼고 오한을 느껴 부들부들 떨듯, 세상 소식은 온통 불구덩이, 물바다에 폭염, 홍수까지 정신 차리기 힘든데 그럼에도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고, 그러는 순간에도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네, 세상을 만든 하나님, 모래알처럼 많은 별을 굽어보는 천수 천안 부처님조차 휴가를 떠나셨는지 아니면 세상에 관심이 없으신 것인지 자동 버전으로 세상을 돌려놓고 쉬고 계신 것인지 세상은 웃음 보단 굳은 표정이, 기쁨보단 슬픈 얼굴들이 자리를 넓히어 간다.

세상이 발전하면 할수록 세상과 담을 쌓는 이들은 늘어만 가고 아비규환 소리가 천둥번개 소리만큼 들리는 세상, 어디에 계시는지 보고 계시는지 알고는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가 하나님과 부처님에게서 멀어져 깊은 바닷속에 수도하며 파도 소리 세상 소리와 멀어지는 사람들처럼 나의 머릿속엔 온통 사는 걱정뿐, 순간 행복조차 잃어버리고 물끄러미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듯 멍하게 길거리를 바라보는 두 눈엔 세상에서 흘러나온 악취가 홍수에 쓸려 가는 세상 같네. 아픈 사람 눈엔 아픈 사람만 보이고 슬픈 사람 눈엔 슬픔만 보이듯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더위와 역병과 싸우며 사는 세상.
 

#작가의 변
요즘은 전쟁도 중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축구나 야구 중계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 지도 벌써 2달이다. 뺏고 뺏는 전쟁이야말로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폭격 맞은 아파트와 널브러진 시체들, 고철이 되어 버린 탱크는 사람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등 하교 버스 안에서 같은 학교 학생이긴 하지만 깡패인 학생이 앉아 있는 다른 학생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치고 발로 밟아도 여학생들은 소리치고 많은 남학생은 침묵을 지켰다. 심지어 버스 기사도 버스 안의 소란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젯밤에 잘 때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감기약을 하나 먹고 잤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목은 칼칼하고 콧물이 주르룩 흘러내린다. 어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커튼으로 가려진 창을 다시 살펴보니 창문을 아주 조금이지만 열어 놓고 잤다. 아마 낮에 가족 중에 누가 환기를 시킨다고 열어 놓은 것 같은데 일하고 와서 드라마 보고 이것저것 챙기다 정작 챙겨야 할 창문 닫는 일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풍찬노숙이라는 말이 머리에 먼저 떠올랐다.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 놓아 바깥 공기와 미세하게 소통이 있었을 뿐 지붕이 있는 건물 안에 오월에도 히터가 들어 오지 않으면 겨울처럼 추운 이상한 날이긴 하지만, 히터가 들어오는 아파트 방안에서 잠자고 밤사이 감기가 들었다고 풍찬노숙이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구세군으로 일하러 다닐 때마다 길거리에서 정말로 풍찬노숙하는 노숙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사실 캐나다 정부만큼 노숙자들을 살뜰히 챙기는 정부도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밴쿠버 동부 해스팅 거리와 그 인근엔 풍찬노숙하는 노숙자들이 인도를 꽉 메우고 있다. 오래된 건물들이나 호텔이었던 건물들은 대부분 노숙의 처지이거나 비슷한 저소득층의 숙소로 이미 대부분 사용되고 있음에도 노숙자의 숫자는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구세군과 같은 노숙자 쉘터를 운영하는 UGM이나 포스트 처치 등 많은 사회 복지 단체에서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줄지 않는 이유는 이런 단체에 들어가게 되면 자유를 빼앗기고 구속된 삶을 살기 때문이다. 단체 생활은 늘 규칙이 존재하고 그 규칙은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경우가 많다. 밴쿠버 차이나타운 인근의 뒷골목엔 심지어 큰길에서도 마약 주사를 맞고 눈이 풀린 노숙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아니면 포일에 마약을 담아 불을 붙여 공기를 코로 들어 마시기도 한다. 마약을 하고 싶은 자유를 위해 기꺼이 풍찬노숙하는 것이다. 물론 기관에 입소하려면 많은 노숙자가 대기 중이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기관에 가장 빨리 입소하는 방법은 마약 중독이 되어서 디톡스라 불리는 마약 치료 과정에 들어가면 쉘터 입소가 쉬운 점도 있다. 그래서 마약 중독으로 입소 디톡스 치료 과정과 그냥 노숙자 쉼터의 삶을 거쳐 사회로 나와야 하는데 또다시 마약을 해서 다시 입소하고 똑같은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작금의 이 사회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다. 이민 오기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 가서 설거지만 해도 잘 살 기회의 땅이라고 들었다. 물론 캐나다와 미국은 체질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캐나다도 한국처럼 고학력자들이 더 좋은 자리에서 더 많은 수입을 받는다. 물론 엔지니어링과 병원 등에서의 일등을 빼면 말이다.

마음을 수양하는 일은 늘 어렵다. 아니, 때로는 실체가 없는 마음에 의심마저 들기도 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이런저런 현상을 정신과에서 말하면 치료 약을 준다. 마치 감기에 특효약이 없이 대증 처방만으로 치료하듯이 기침, 콧물약으로 증상을 치료하듯 말이다. 풍찬노숙은 부처님이 정말 많이 하셨다. 왕자로 태어나 아무런 부족함이 없음에도 스스로 수없이 많은 제자를 이끌고 말이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마음의 고통은 물론 육체적 고통을 늘 안고 산다. 때론 스스로 그 고통의 멍에를 지우기도 한다. 밴쿠버에도 서울의 강남처럼 잘사는 지역이 있다. 웨스트 밴쿠버와 밴쿠버 웨스트 사이드, 다운타운이 밴쿠버에서 잘 사는 지역이다. 동쪽은 대부분 약간은 허름하고 못사는 곳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많이 평준화되어 대부분은 밀리언이 넘어가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타운 하우스다. 그래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의 풍찬노숙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부처님은 형상에 머물지 말고, 소리, 냄새, 맛, 손에 닿는 것과 모든 법에 머물지 말라고 했지만 우리는 늘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한다. 그들만의 성을 쌓아 집이 있고 없고, 유명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고, 나오고 등으로 비교하고 비교당하면서 마음의 병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나와, 남을 분리하면서 고통이 시작된다. 죽을 때 돈 싸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말하면서도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서민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차에 넣는 가스값은 리터에 2불 20센트를 넘고 각종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해서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이 두려운 세상이 지옥일 수도 있다. 잠자고 출퇴근하는 시간을 빼고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 얽매여 살면서 나의 시간이 없는 삶 중에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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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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