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암사 케이블카 추진은 결코 보살이 나아가야할 바가 아닙니다
[전문]화암사 케이블카 추진은 결코 보살이 나아가야할 바가 아닙니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2.05.09 0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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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2022년 5월 6일 성명

지난 4월 18일 고성군과 대한불교조계종 금강산 화암사, ㈜성원이엔씨가 고성 울산바위 케이블카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화암사 주차장에서 성인대(신선대)를 연결하는 것으로, 케이블카 운행시간은 매일 10시~21시이고 상,하부 정류장, 매표소, 판매시설, 휴게 편의시설, 주차장을 조성하며 야간 경관조명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불교환경연대에서는 5월 2일 현장을 답사하고 화암사를 항의 방문한 바 있습니다. 화암사에서 상부 정류장 예정지인 성인대까지는 걸어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만일 이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성인대는 크게 훼손될 것이 명백합니다. 화암사에서는 고성군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로 고성군에 어떤 이익이 돌아갈지 따져 본다면 그것은 결코 명분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불교환경연대는 화암사가 자발적으로 잘못된 고성 울산바위 케이블카 투자협약을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조계종단이 엄중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고성 울산바위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단호히 대응해 나가고자 합니다.

화암사 케이블카 사업이 비록 국립공원은 아니라고 하나 국립공원과 붙어있는 지역으로 산양의 서식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연에게 국립공원의 경계는 경계일 수 없듯이 뭇생명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수행하고 포교하는 불제자에게 그것이 구실이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일 고성 화암사에 케이블카가 놓이게 되면 수 십 년간 막아내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과 <백담사 케이블카>사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어 기존의 <권금성 케이블카>를 포함하여 설악산에 4개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계기가 되고, 설악산이 뚫리면 현재 무등산과 지리산, 월출산등 전국의 명산에 케이블카 건설의 물꼬를 트게하여 결국 전국 명산의 난개발을 촉발하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 모든 비난을 화암사가 받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 불교계 전체가 개발업자와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일로 무수한 사찰림과 사찰이 개발의 광풍에 휩싸이게 될 것이며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게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계종단에서는 화암사가 그런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지속가능성을 말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열화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로 기후재앙으로, 지금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파멸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속도를 늦추고 삶의 방식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화암사는 케이블카를 놓아서 고성군민들의 삶의 질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을 파괴해서 인간의 이익을 얻고자 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일으킨 바로 그 잘못된 방식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성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동안 사찰은 토지를 소유함으로써 개발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개발로부터 뭇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 덕분에 사찰림은 기후위기와 생물종다양성 위기의 시대에 더욱 가치를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전륜성왕의 길을 가지 않고 부처의 길을 가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길이 더 많은 중생에게 더 오랫동안 이익 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생이란 지금 눈에 보이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태난습화(胎卵濕化) 4생(四生)의 뭇생명을 말함이요, 과거현재미래의 3세(三世)의 중생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처의 길을 가는 수행자로서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착취해서 돈벌이를 하겠다는 잘못된 길에 결코 협력해서는 안됩니다. 진표율사가 도력으로 기근에 굶주리는 백성들을 이익되게 하였듯이, 삼화가가 가진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통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치유와 깨달음 길을 안내해야 할 것입니다.

화암사에는 일명 쌀바위라 불리는 수바위가 있습니다. 옛날 두 분의 스님이 수행을 하는데 어느 날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의 구멍에 지팡이를 세 번 흔들라고 하여 다음날 시키는 대로 했더니 두 사람 분의 쌀이 나왔다고 합니다. 수년 후 어느 날 객승 한사람이 왔다가 이 사실을 알고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분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지팡이를 여섯 번 흔들었더니 피가 나왔고 그 후부터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화암사는 수바위의 전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셔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맨발로 걸으시어 탁발을 하고 전법을 하며 숲 속에서 지내시다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숲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은 불교공동체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이자 전통입니다. 삼화가가 케이블카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뭇생명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나아가기를 간곡히 기원합니다.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불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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