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中眞談] “한 마음 이루면 더 큰 화합 이룰 수 있다”
[取中眞談] “한 마음 이루면 더 큰 화합 이룰 수 있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2.01.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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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당정청 상설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1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 참회를 올리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반배로 사과의 뜻을 밝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1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 참회를 올리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반배로 사과의 뜻을 밝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한 마음 이루면 더 큰 화합 이룰 수 있다.(保合大和)”

주역(周易)의 중천건편(重天乾)편에 ‘건도변화각정성명서(乾道變化各正性命恕) 보합대화내이정(保合大和乃利貞)’이란 대목이 나온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인성과 천명을 바로 세우고 한 마음을 이루면 더 큰 의미의 화합을 이룰 수가 있고, 그것이야말로 널리 이롭고 바르다.”란 의미이다. 천지의 도는 늘 오래하고, 그치지 않음은 대화(大和)를 보합(保合)하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붙는다. 보(保)는 항상 보존함이요, 합(合)은 항상 화합함이라 한다. 대화(大和)를 보합(保合)하지 못하면 이롭지 않고 올바른 것이 아니다. 주역의 건(乾)은 하늘의 섭리를 말한다.

“수롱나야, 거문고 줄이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고 늘어져 있지도 않아 알맞게 매어져 있을 때는 소리가 어떠하더냐?”

“세존이시여, 그때는 제소리가 나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며, 어떠한 곡조라도 맞추어 탈 수가 있습니다.”

불교의 핵심이 중도(中道)라 한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바른길이다.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까지 불교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보편적 진리가 ‘중도’인데, 이에 이르는 방법이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정진(正精進)ㆍ정업(正業)ㆍ정어(正語)ㆍ정정(正定)ㆍ정념(正念) 등의 팔정도(正道)라고 배웠다. 붓다 석가모니는 지나친 수행법도 반대했다. 고행도 쾌락도 중도의 밖이다. 치우침은 중도가 아니니, 붓다는 과도한 정진에도 심해탈(心解脫)을 얻지 못해 자기의 마음을 비관한 한 비구가 귀가하여 오욕락(五欲樂)을 수용하고 보시(布施)로 복업(福業)을 닦으려 할 때 세존이 이를 가야금의 비유를 들어 가르친 것이다.

‘중도(中道)’는 현실에서도 곧잘 인용된다. 중도의 실천은 국민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방법이라고 불가는 세상에 가르쳤다.

“승가는 붓다의 법(法)과 율(律)에 따라 수행하는 공동체다. 불멸 후에는 붓다가 직접 제정한 바라제목차를 근거로 승가갈마(僧伽羯磨)를 통해 불교승가가 운영되었다. 승가갈마는 붓다 당시의 정체체계였던 공화제의 운영 방식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러나 불교승가에서는 이 승가갈마를 더욱 발전시켰다. 요컨대 불교승가는 바라제목차에 근거를 둔 조직체계이며, 바라제목차에 의해 통제되고, 승가갈마에 의해 운영된다. 따라서 바라제목차는 실체법이고, 승가갈마는 절차법이다. 이러한 실체법과 절차법을 통해 불교승가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열반(평화)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마성 스님 <초기불교사상>)

평화를 실현하는 승가공동체의 운영 원리는 ‘화합’과 ‘상생’이다. 승가공동체의 갈마는 우리 사회의 기본 운영칙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이웃과의 화합과 상생은 불가가 세상에 가르친 보편타당한 원리다.

그런데 불교계 모습은 화합과 상생은 보이지 않고, 신성성을 앞세워 포호빙하(暴虎冯河)하는 것처럼 보인다. 종력을 총동원한 전국승려대회 개최 성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닌데, 승려대회 이후가 보이질 않아서 하는 말이다.

화합과 상생, 이의 실천은 하심(下心)이라 배웠다. 합(合)이 없이 아상만 앞세우면 지혜가 어두워지고, 길을 밝힐 횃불도 찾기 어렵다. 다툼, 긴장, 갈등으로는 화합과 상생의 길을 열지 못한다.

낮추면 상극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36명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몸을 숙였다. 정치적 행위일망정 언론이 보는 앞에서 몸을 낮추고 108배로 하심의 뜻을 내보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앞장서 이원욱 국회정각회장(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이원욱 국회정각회장, 김영배 전통문화 발전 특별위원장, 서영교 특위 위원, 김영진 사무총장, 그리고 ‘봉이 김선달’ ‘통행세’ 발언의 주인공인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불자 국회의원들이 잔뜩 몸을 낮췄다. 상생의 해법을 찾으러 나선 여당에 조계종이 답을 줘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는 종교편향을 근절하고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해 열리는 전국승려대회이지만, 10·27법난에 ‘자주권 수호’를 외치던 시절과는 다르다. 대선 기간에 보인 특정후보 지지 움직임에, 코로나 방역 모범 사례였던 조계종이 오미크론 우세종 여파에도 아랑곳없는 분위기는 이미 국민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청래 의원은 사퇴하라” “민주당은 정 의원을 제명하라”는 구호는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사퇴시키려는 상식 밖의 일로 치부된다.

정청래 의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종단 차원의 전국승려대회는 상징적 구호만 넘칠 뿐이다. 더욱이 전국승려대회 준비 과정에서 단지(斷指)니 분신(焚身)이니 비불교적 언사가 넘친다. 퍼포먼스라도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면 전국승려대회는 폭력성만 부각되고 여법함은 상실할 게 뻔하다. 누군지 모르지만 단지(斷指)할 스님들을 뽑는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물론, 조계종의 마음을 이해 못 하지 않는다.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국회의원의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실언, 경기 활성화 미명 아래 특정 종교의 제안을 수용하여 캐럴 보급 활성화 사업을 국가기관이 직접 나섰다. 국공립 합창단의 특정종교 편향 연주회 일상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과 해미읍성, 천진암, 주어사 등 여러 종교와 역사가 공존하는 곳을 특정 종교의 성지화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 일도 이어진다. 남북평화를 위한 국가적 행보라지만 교황청에서 대통령 개인의 종교를 내세워 미사를 보는 등의 모습, 남북 민간교류에 힘을 쏟아 온 불교 패싱 등등. 섭섭함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특정종교 편향의 정부와 사회의 여러 힘을 우리는 오랫동안 보아 왔다. 때문에 ‘자주권 수호’를 깊이 이해한다. 하지만 우월함이 앞세워지면 열등감으로 해석된다.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익집단’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늘을 계기로 불이와 화쟁 사상으로 많은 소통이 이뤄져 국가 발전이 이바지 하는 데 큰 밑 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여기에 있다. 불이와 화쟁 사상으로 소통하자는 말은 결국 화합과 상생의 방안을 찾자는 것이 아닐까. 뻔한 답변 같지만 단지 운운하는 소문과 달리 어른다운 답변이다.

이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눈치 보는 정부·여당에 화합과 상생의 방안을 먼저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야 국민의 공감을 얻고, 스스로 우월한 위치에 선다.

‘불교-당정청 상설협의체’를 제안한다.
명칭이야 어떻든, 정부와 여당 등 국회, 청와대, 그리고 불교계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가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역할을 맡는 것이 상생과 화합의 방안이지 않을까.

‘조계종-당정청 상설협의체’의 제1 안건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국가 및 지방 공무원법 개정’이어야 한다. 종교편향 등 종교 차별을 막을 차별금지법 제정에 우선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국가 및 공무원의 종교편향 또는 종교중립 의무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나머지 이슈들은 제3, 제4의 안건으로 다루면 된다.  그래야 불교의, 불교에 의한, 불교를 위한 ‘당정청상설협의체’로 인식될 것이고, 국민이 불교계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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