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멸(生滅)의 과정과 배설, 감관의 수호(1)
[기고]생멸(生滅)의 과정과 배설, 감관의 수호(1)
  •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22.01.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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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에 관한 불교적 독해”
생멸의 과정으로서 삶과 불교에서 바라보는 똥과 해우소(解憂所)

#1. 생멸의 과정으로서 삶

우리 생명체는 숨을 쉬는 것으로 살아있음과 죽어있음을 판정받는다. 들숨과 날숨의 흐름이 끊어지는 순간은 살아있음에서 죽어있음으로 넘어가는 구비이고, 그 숨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은 햇빛과 공기, 물, 음식 등의 섭취와 소화에 기반한 기운(氣運) 또는 에너지(energy)이다. 그 흐름의 중심은 산소로 표현되는 공기이지만, 그 공기를 들이킬 수 있는 기운이 없다면 들숨과 날숨 사이의 흐름이 끊어져 죽음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모든 생명은 생겨나서 자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정한 궤적을 그리다가 소멸해간다. 이 과정을 불교 개념으로 바꾸면 생멸(生滅)의 과정이 되고, 그 과정에 관한 성찰이 붓다 깨달음의 근간이 된다.

“무엇이든 생겨나는 모든 것은 소멸한다.”

초기경전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 명제는 붓다의 깨달음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제자들이나 낯선 바라문들이 찾아와 당신이 깨달은 진리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한결같이 내놓는 답이 바로 ‘모든 생겨나는 것들은 사라지게 마련이다.’이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한자어로 채택된 것이 ‘생멸(生滅)’이다. 이 생멸은 진여(眞如)와 짝을 이루어 중생과 붓다, 일상과 깨달음이라는 삶의 두 차원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아 현재의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생멸의 과정은 다른 한편 들숨으로 상징되는 무언가를 들이마시고 먹는 과정과 날숨으로 상징되는 순환과 소화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생물학에 뿌리를 둔 체계이론에서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이라는 개념으로 잡아낸 것이기도 한데, 그 핵심 속성은 흐름이다. 흐르지 못하고 멈추어 버리면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 문제의 끝은 결국 죽음일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생명체가 지니게 된 생멸의 과정과 특별한 문제가 생기면서 질병(疾病)으로 칭해지는 과정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 유의하면서 일상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인간생명체에게 주어진 실존적 과제이다.

투입의 주요 요소는 음식과 공기, 물 등이고, 산출의 핵심 요소는 땀과 눈물, 오줌, 똥 등이다. 잘 먹고 소화시켜서 얻은 기운으로 일상의 과업을 수행하고, 그 남은 것들은 땀과 오줌, 똥으로 잘 내보내는 과정이 ‘좋은 삶’의 기본 요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조금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것이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정이 될 것이다. 붓다는 인간을 포함한 그 어떤 생명체도 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음을 강조하고자 했고, 동시에 그 과정이 타자와의 의존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자 했다. 그 타자 속에는 다른 인간들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무생물이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생멸의 과정은 공기와 물, 음식이 한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서 땀과 오줌, 똥으로 나오는 과정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 과정 자체가 타자와의 의존 속에서만 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기적 과정(緣起的 過程)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2. 불교에서 바라보는 똥과 해우소(解憂所)

“동사(東司), 즉 화장실은 여기 7당의 하나로 위치는 승당 밑에 있다. ..... 동사 소임을 정두(淨頭) 또는 지정(持淨)이라고 하는데, 정두는 총림의 소임 가운데서도 하급 소임이다. 그래서 승려들이 가장 맡기 싫어하는 소임 가운데 하나다. 설두 화상과 같은 경우엔 그 일을 자청했는데, 간화선의 대성자 대혜 선사도 9개월이나 자청해서 정두 소임을 맡았다. 하심(下心) 공부는 뒷간 청소만한 것이 없다. 더러움과 깨끗함의 분별심(分別心)을 버리는 정두 소임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한때 어떤 수행승이 뱀에게 물렸다. 세존께 그 사실을 알렸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수행승들이여, 네 가지 대정화제, 즉 똥물과 오줌, 재, 진흙을 주는 것을 허용한다. ...... 그런데 다른 때에 어떤 수행승이 독을 마셨고 세존께 그 사실을 알렸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수행승들이여, 똥물을 마시게 하는 것을 허용한다.”

“자제하고 남이 보시한 것을 먹는 자에게
때맞추어 공경하여 죽을 베풀면
열 가지 은혜를 베푸는 것이니
목숨과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힘이네.
그리고 이것에서 변재가 생겨나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없애고 기운을 조절하고
배를 정화하고 음식을 소화하니
이 약이 행복하신 님께서 칭찬한 음식이다.“

첫 번째 인용에서는 우리 선원(禪院)의 뿌리를 이루는 중국 당송시대 선종사원에서 화장실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율장의 인용으로는 약으로 사용된 똥과 죽의 사례를 알 수 있다. 더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이런 인용을 통해서 우리는 불교가 생멸의 과정에 관한 관찰을 토대로 삼아 지나치지 않는 양의 음식과 꼭 필요한 약의 섭취를 권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여러 수행자들이 일정한 시간을 정해 함께하는 안거(安居)를 위해 동사(東司)라는 화장실을 수행공간과 가까운 곳에 마련해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그 화장실을 청소하는 정두(淨頭) 소임을 내켜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함께 확인하게 된다.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해우소(解憂所)라고 불러온 우리 절의 풍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른 한편 그런 거리낌은 오히려 고통의 감내라는 과정을 불러와 수행자가 제대로 인식할 수만 있다면 온전한 수행의 과정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시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절집에 들어가면 마당 쓸고 땔감을 마련하고 해우소 청소를 하게 했던 전통과도 연결되는 지점이지만, 이때 동자승에게는 그런 수행의 과정에 대한 자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 과정을 떠맡는 주체적인 수행과는 차이가 있다.

똥 자체는 어떨까? 우리 일상 속에서 똥은 ‘똥’이라는 말 자체의 사용을 억제할 정도의 금기어다. 최근에 아동용 교육자료에서는 똥이 자신의 한 부분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분위기는 가능하면 멀리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초기 경전을 비롯한 불교 경전에서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화두로 등장하는 ‘마른 똥 막대기’의 경우에도 똥을 치우는 막대기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똥에 관한 불교계의 전반적인 경시는 모든 문화권과 대체로 공유해온 것이어서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똥은 생멸의 과정을 상징하는 두 축, 즉 먹는 것과 싸는 것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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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교수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윤리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했고, 불교원전전문학림 삼학원에서 불교철학과 계율을 공부했다.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한국교원대 대학원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생명윤리교육평가전문위원회 위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장으로 2015 초· 중·고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를 총괄했다. 주요 저서로 《윤리학과 도덕교육 1·2》(공저)《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윤리》, 《직업과 윤리》. 《아동인격교육론》, 《도덕심리학의 전통과 새로운 동향》,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문광부우수학술도서),《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딸과 함께 철학자의 길을 걷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왜 지금 동양철학을 만나야 할까?》등이 있다. 역서로 《철학의 과업》(공역), 《도덕철학과 도덕심리학》(공역), 《보살의 뇌》(공역), 《윤리적 자연주의》(공역), 《도덕적 감정과 직관》(공역) 등이 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이자 종합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으며,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정의평화불교연대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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