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44. 산이 좋아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44. 산이 좋아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1.1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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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살라하면 못 살지
소죽 끓일 때 먼 산 바라보며
저 산 너머엔 누가 살까 궁금했었어

산등선을 따라 면 소재지 동네축구대회를 갔었지
마치 유격대원들처럼 능선을 타고
모래썰매를 타기도 하고
긴 터널을 숨 죽여 걷기도 하고

고향 떠난 수십 년
고국떠난 수십 년
산골소년은
자꾸 고향땅이 생각나서
고향친구가 생각나서
산에를 간다

산골에서 살라하면 살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
그래도 산이 좋아서 삐걱삐걱 마차바퀴 같은 소리가 나는
무릎을 끌고 산으로 간다

산에 살라하면 못 살지
소죽 끓일 때 먼 산 바라보며
저 산 너머엔 누가 살까 궁금했었어

산등선을 따라 면 소재지 동네축구대회를 갔었지
마치 유격대원들처럼 능선을 타고
모래썰매를 타기도 하고
긴 터널을 숨 죽여 걷기도 하고

고향 떠난 수십 년
고국떠난 수십 년
산골소년은
자꾸 고향땅이 생각나서
고향친구가 생각나서
산에를 간다

산골에서 살라하면 살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
그래도 산이 좋아서 삐걱삐걱 마차바퀴 같은 소리가 나는
무릎을 끌고 산으로 간다





산에 살라하면 못 살지
소죽 끓일 때 먼 산 바라보며
저 산 너머엔 누가 살까 궁금했었어

산등선을 따라 면 소재지 동네축구대회를 갔었지
마치 유격대원들처럼 능선을 타고
모래썰매를 타기도 하고
긴 터널을 숨 죽여 걷기도 하고

고향 떠난 수십 년
고국떠난 수십 년
산골소년은
자꾸 고향땅이 생각나서
고향친구가 생각나서
산에를 간다

산골에서 살라하면 살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
그래도 산이 좋아서 삐걱삐걱 마차바퀴 같은 소리가 나는
무릎을 끌고 산으로 간다

#작가의 변
한동안 산에 미친 듯이 다닌 적이 있다. 산에 가기 힘든 직장 때문에 직장을 옮겨 산에 가기 쉬운 직장으로 옮긴 적도 있다. 몇 년 다니다 보면 다녀본 산이 많아지고 어느 산은 힘들고, 어느 산은 멀고, 어느 산은 경사가 심하고, 어느 산은 경치가 정말 좋고, 뭐 이런저런 특징들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하지만 늘 변수가 있다. 산행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산행이 더 즐겁고 발걸음이 가볍기도 하다.

산에 가서 깨달은 것도 있다. 힘들게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큰스님의 법문처럼 산이 좋아 산에 간다는 뜬금없는 소릴 하는데 사실 이것은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정말 산이 싫으면 산에 오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면서 바라보는 산은 아 저기 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지만 막상 산에 오르면 추운 겨울엔 일단 추위가 엄습한다. 집에서부터 추울 걸 예상하고 두꺼운 옷을 입고 산에 오르면 조금만 올라도 더워서 자켓을 벗어야하는 상황이 온다. 산에 가려면 준비물도 많다. 등산화, 등산복, 배낭, 폴, 그리고 점심, 간식, 물, 장갑, 크럼폰, 스노우 슈즈, 비옷 등등 챙기면 챙길수록 늘어난다. 그렇다고 많이 챙기면 챙길수록 배낭의 무게가 늘어나니 산을 오르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진다. 평지에서 걷는 것보다 산에 오르게 되면 배낭의 무게를 늘 실감하게 된다. 물이 한 병일 때와 3병일 때의 차이, 도시락을 먹기 전과 먹고 나서의 차이 등이 확실히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 즐겁다.

산을 볼 때는 모르던 얼어붙은 나무를 보면서 보금자리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다. 저렇게 얼어 붙어도 생명을 이어간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고 열매가 맺어 야생 블루베리라도 먹게 되면 정말 자연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겨울엔 얼어붙어 볼 수 없는 호수가 여름엔 눈길을 끌고 마음을 끄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에메랄드빛의 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빨려 들것만 같다.

겨울산행은 미끄럽고 푹푹 빠지는 눈 산행을 할 때가 많다. 물론 여름에 개울이 길이고 길이 개울이라 자갈길을 걷는 것보단 눈길이 더 났긴 하지만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알 수없는 눈의 깊이와 또는 위험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고드름이 얼어 버린 나무들을 보며 어쩌면 나무 정령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잠시 떨어진 가족과의 시간에 가족을 떠올리고 친구들을 떠 올린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 와서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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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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