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9. 화장한 위슬러 타운센터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9. 화장한 위슬러 타운센터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1.12.06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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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여인에게서 남편에게 화장 안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얘길 들었다


남편이 잠 들어서야 화장을 지우고
남편이 일어 나기 전에 일어나 화장을 하고


어느 날 아파 누운 화장 못한 아내에 놀랐을 남편 얼굴 표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를 지우고 화장한 나로 사는 일은 내가 아닌 어릿광대로 살아가는 가시밭길

산위에 서슬 퍼런 눈밭이 빛나 듯
화장한 타운 센터가
우주를 향해 땅위에 별처럼 빛을 쏜다


바람에 흩날리는 다국적 언어가 버스에 차창에 웅웅대고
중세 무사 같이 중무장한
스키칼 든 유럽 억양사람들이
걸음마 걷는 아이들처럼
뒤뚱뒤뚱 걸어간다.
 

#작가의 변
세상엔 고수들이 참 많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지만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직장 생활이 생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손전등 켜고 출근해서 해거름에 집으로 돌아오니 직장생활 이야기를 빼면 사실 할 말이 없어진다.
집에서 생활할 때는 이것저것 스트레스 받으니 확 떠나고 싶은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젊은 시절로 돌아 간 느낌은 좋은데, 일하고 와서도 밥해서 먹을 생각, 빨래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이럴 걸 애 집을 떠났을까 싶다.
요즘은 친구가 이꼴 저꼴 보지 말고 일찍 은퇴하라는 말이 소 되새김질하듯 되새겨진다. 휘황찬란하게 크리스마스트리로 도시를 밝히고 있지만 이억 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일하러 온 많은 사람들 애환이 서려있다. 마켓에서도, 버스에서도 유럽, 인도, 필리핀 등 여러 나라 말소리가 들리니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 적응이 되었을 법도 하건만 생소하고 먼 우주에 와 있는 착각까지 든다. 지난 주 쉬는 날에도 밴쿠버 집에 갔다 왔는데 이번 쉬는 날에도 갔다 올 일이 생겼다.
인터넷을 신청하지 못해 휴대폰 데이터만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 글 올리고 기사 써야 하는 곳에 기사 쓰기나 글쓰기를 못하고 있다. 더불어 날마다 하루 피로를 풀어 주는 드라마 보는 호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날마다 볼 땐 다음 회가 궁금했는데 이젠 체념의 단계다. 이참에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하지만 불민한 중생이라 잡생각에 불만, 불안만 그득이다.구수한 숭늉만큼 가족이, 집이 그리운 저녁이다. 아침 출근길에 하늘엔 별이 총총 쌀쌀한 날에도 눈이 다 녹아 눈 만드는 대포 같은 기계가 눈을 뿌려댄다. 별도 으슬으슬 추운 아침 동계 올림픽 스키경기가 열렸던 위슬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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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여인에게서 남편에게 화장 안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얘길 들었다

남편이 잠 들어서야 화장을 지우고
남편이 일어 나기 전에 일어나 화장을 하고

어느 날 아파 누운 화장 못한 아내에 놀랐을 남편 얼굴 표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를 지우고 화장한 나로 사는 일은 내가 아닌 어릿광대로 살아가는 가시밭길

산위에 서슬 퍼런 눈밭이 빛나 듯
화장한 타운 센터가
우주를 향해 땅위에 별처럼 빛을 쏜다

바람에 흩날리는 다국적 언어가 버스에 차창에 웅웅대고
중세 무사 같이 중무장한
스키칼 든 유럽 억양사람들이
걸음마 걷는 아이들처럼
뒤뚱뒤뚱 걸어간다.
 

#작가의 변
세상엔 고수들이 참 많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지만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직장 생활이 생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손전등 켜고 출근해서 해거름에 집으로 돌아오니 직장생활 이야기를 빼면 사실 할 말이 없어진다.
집에서 생활할 때는 이것저것 스트레스 받으니 확 떠나고 싶은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젊은 시절로 돌아 간 느낌은 좋은데, 일하고 와서도 밥해서 먹을 생각, 빨래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이럴 걸 애 집을 떠났을까 싶다.
요즘은 친구가 이꼴 저꼴 보지 말고 일찍 은퇴하라는 말이 소 되새김질하듯 되새겨진다. 휘황찬란하게 크리스마스트리로 도시를 밝히고 있지만 이억 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일하러 온 많은 사람들 애환이 서려있다. 마켓에서도, 버스에서도 유럽, 인도, 필리핀 등 여러 나라 말소리가 들리니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 적응이 되었을 법도 하건만 생소하고 먼 우주에 와 있는 착각까지 든다. 지난 주 쉬는 날에도 밴쿠버 집에 갔다 왔는데 이번 쉬는 날에도 갔다 올 일이 생겼다.
인터넷을 신청하지 못해 휴대폰 데이터만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 글 올리고 기사 써야 하는 곳에 기사 쓰기나 글쓰기를 못하고 있다. 더불어 날마다 하루 피로를 풀어 주는 드라마 보는 호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날마다 볼 땐 다음 회가 궁금했는데 이젠 체념의 단계다. 이참에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하지만 불민한 중생이라 잡생각에 불만, 불안만 그득이다.구수한 숭늉만큼 가족이, 집이 그리운 저녁이다. 아침 출근길에 하늘엔 별이 총총 쌀쌀한 날에도 눈이 다 녹아 눈 만드는 대포 같은 기계가 눈을 뿌려댄다. 별도 으슬으슬 추운 아침 동계 올림픽 스키경기가 열렸던 위슬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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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여인에게서 남편에게 화장 안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얘길 들었다


남편이 잠 들어서야 화장을 지우고
남편이 일어 나기 전에 일어나 화장을 하고


어느 날 아파 누운 화장 못한 아내에 놀랐을 남편 얼굴 표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를 지우고 화장한 나로 사는 일은 내가 아닌 어릿광대로 살아가는 가시밭길

산위에 서슬 퍼런 눈밭이 빛나 듯
화장한 타운 센터가
우주를 향해 땅위에 별처럼 빛을 쏜다


바람에 흩날리는 다국적 언어가 버스에 차창에 웅웅대고
중세 무사 같이 중무장한
스키칼 든 유럽 억양사람들이
걸음마 걷는 아이들처럼
뒤뚱뒤뚱 걸어간다.
 

#작가의 변
세상엔 고수들이 참 많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지만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직장 생활이 생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손전등 켜고 출근해서 해거름에 집으로 돌아오니 직장생활 이야기를 빼면 사실 할 말이 없어진다.
집에서 생활할 때는 이것저것 스트레스 받으니 확 떠나고 싶은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젊은 시절로 돌아 간 느낌은 좋은데, 일하고 와서도 밥해서 먹을 생각, 빨래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이럴 걸 애 집을 떠났을까 싶다.
요즘은 친구가 이꼴 저꼴 보지 말고 일찍 은퇴하라는 말이 소 되새김질하듯 되새겨진다. 휘황찬란하게 크리스마스트리로 도시를 밝히고 있지만 이억 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일하러 온 많은 사람들 애환이 서려있다. 마켓에서도, 버스에서도 유럽, 인도, 필리핀 등 여러 나라 말소리가 들리니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 적응이 되었을 법도 하건만 생소하고 먼 우주에 와 있는 착각까지 든다. 지난 주 쉬는 날에도 밴쿠버 집에 갔다 왔는데 이번 쉬는 날에도 갔다 올 일이 생겼다.
인터넷을 신청하지 못해 휴대폰 데이터만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 글 올리고 기사 써야 하는 곳에 기사 쓰기나 글쓰기를 못하고 있다. 더불어 날마다 하루 피로를 풀어 주는 드라마 보는 호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날마다 볼 땐 다음 회가 궁금했는데 이젠 체념의 단계다. 이참에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하지만 불민한 중생이라 잡생각에 불만, 불안만 그득이다.구수한 숭늉만큼 가족이, 집이 그리운 저녁이다. 아침 출근길에 하늘엔 별이 총총 쌀쌀한 날에도 눈이 다 녹아 눈 만드는 대포 같은 기계가 눈을 뿌려댄다. 별도 으슬으슬 추운 아침 동계 올림픽 스키경기가 열렸던 위슬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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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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