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민간합동조사 후 임시이사를 파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 나눔의집 이사회가 광주시의 조계종 측 인사 이사선임으로 파행을 예고했다. ‘도로 조계종’을 하루 앞둔 상황임에도 조계종 측 승려이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단체 측 임시이사를 성토했다.
나눔의집 조계종 승려이사 4인(혜일 평중 덕림 원광 스님)은 8일 나눔의집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평중 덕림 원공 스님 등 전 대표 월주 스님의 상좌들은 자리만 지킨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상임이사 혜일 스님이 기자회견을 했다.
"이사회 비공개" VS "회의록만 읽어봐도 거짓"
상임이사 혜일 스님은 “(강정숙 김동현 박숙경 이찬진 이총희 등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 5인은 나눔의집 정상화 의지가 없다. 이들이 불법을 자행하고 이사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이사회에서 논의하면 될 것을 ‘마지막 제안’이라며 내용증명을 보내왔다”고 했다. 사회단체 측 이사들은 혜일 스님이 공개 배포한 ‘마지막 제안’ 문건에서 “조계종 측 이사들이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광주시가 조계종 측 인사를 임시이사로 선임하면서 우리의 정상화 노력은 더 이상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반면, 임시이사 김동현 변호사는 지난 8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내부고발이 이후 조계종 측 이사 3명은 임시이사회에 불참을 거듭하고 있다. 조계종과 협의해 정상화 절차를 밟고 싶어도 조계종의 시간끌기로 이사회 자체가 잘 열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사회가 열린건 5~6차례 정도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이사들 간의 간담회로 대체한 적도 있다"고 했다.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은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소한의 내용”이라면서 6개 항목에 ▷조계종 승려이사 2/3에서 1/5로 조정, 조계종 승려의 감사직 금지 ▷나눔의집 법인과 시설 회계 분리 ▷무료양로원에서 ‘위안부피해자법 상 피해자 보호시설’로 전환 ▷운영 부실 손해 전 운영진 임원진 구상권 청구 ▷후원금(약 90억원) 토지매입 등 재산조성 아닌 추모 등 사업비 사용 ▷내부고발 직원 보호조치 시행 ▷인권침해 운영진 징계 요구를 적시했다.
이를 두고 상임이사 혜일 스님은 “직원채용을 인사위 승인 없이 진행하고, 공고 후 채점 진행과정에서 학예사 채용한다면서 학예사 채용 않다가 심사위원 등 미정하다 채용포기, 나눔의집 명예 실추로 이어졌다”고 했다.이어서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이사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문제가 있어서 임시이사 체제인데, 왜 비공개로 회의를 하나. 이사회의도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마지막 제안’의 문건 내용 모두 이사회에서 다루면 될 내용이다. 이를 내용증명으로 보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우리를 ‘조계종 측’이라는데 ‘조계종 측’이 뭔지 모르겠다. 나는 조계종 승려 자격 아니고 전문 사회복지 경력을 갖고 이사로 추천됐다. 나는 ‘조계총 측’이 아니라 ‘나눔의 집 측’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진행한) 이사회에서 인격모독적인 발언도 있었다. 저들에 의해서 이사회가 두차례 공전되면서 상대 측 이사들에게는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직원채용을 인사위 승인 없이 진행하고, 공고 후 채점 진행과정에서 학예사 채용한다면서 학예사 채용 않다가 심사위원 등 미정하다 채용포기, 나눔의집 명예 실추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찬진 대표 등은 승려이사 기자회견 후 반박 입장문을 통해서 "현재 임시이사회의 회의록은 속기돼 나눔의집 홈페이지에 전체 공개돼 있다. 비공개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속기록인 이사회 회의록들을 살펴 보면 어느 쪽에 의하여 충실한 이사회 논의가 방해됐는지가 충분히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매 이사회마다 경기도, 광주시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참관 방청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서 "역사관 신규직원 채용은 승인된 역사관 사업계획 및 예산에 따른 조치이다. 현행 나눔의집 규정상 특별채용을 할 경우 인사위원회 의결을 규정하고 있고, 본 건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이루어진 바 혜일 스님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채용 방식으로 채용이 추진됐지만 이미 당해 사업 연도의 상당기간이 경과한 상황 및 역사관 직원 의견 등을 고려해 정규직 채용절차를 취소하고 아르바이트로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개혁안건 모두 동의한다"면서도 회계분리 조차 미온적
혜일 스님은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의 ‘마지막 제안’에는 타당한 것들이 많다. 역사관을 잘 전문적 체계적 운영하자는 것에 동의한다. ‘마지막 제안’의 6가지 의견은 우리 의견이기도 하다”면서 추켜세웠다. 스님들은 각각의 사안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몇몇 사안은 말을 바꾸며 부정했다.
스님은 (마지막 제안 중 ▷내부고발 직원 보호조치 시행 ▷인권침해 운영진 징계 요구 관련) “나눔의집에서는 공익제보자 보호조치를 잘하고 있다. (공익제보를) 한 번도 문제 삼은 적 없다”고 했다. “내부고발자 실태 조사는 한 적이 없다. (상임이사직이) 상근이 아닌 비상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서 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운영진 등 징계는 임시이사 체제에서 공익제보자와 전 임원진 징계를 않자는 취지에서 미루고 있던 것이다. 정식이사 체제 구성 때까지 미룬 것 뿐”이라고 했다.
"공익제보자 보호 양호"? 경기도 "나눔의집 공익제보자 탄압 인정"
혜일 스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나눔의집 법인사무실 게시물만 봐도 스님의 발언과 상반된 내용이 있다. 경기도인권보호관은 지난 4일 공익제보자를 괴롭히고 인격권 침해를 했다는 이유로 시설장과 법인 사무국장 징계를 권고했다. 시설장과 사무국장에게는 인권교육 수강도 권고했다. 경기도인권보호관은 광주시청에는 “나눔의집에서 시설장 등 운영진에 의해 반복적으로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가 발생했다. 이런 행위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시설장 교체 등 엄중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나눔의집이 국가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 시설종사자를 담당 업무와 다르게 위생원 요양보호사로 광주시청에 등록해 부당하게 국가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 점검 및 환수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혜일 스님은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요구한) “‘▷조계종 승려이사 2/3에서 1/5로 조정, 승려이사 감사직 금지’는 이사회에서 논의 중이었던 사안으로 이사회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했다.‘▷나눔의집 법인과 시설 회계 분리’ 관련해서는 “법인과 시설 회계 분리보다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내가 박물과 업무를 봤는데 나눔의집 할머니 유품들이 쓰레기처럼 방치되고 있다. 전시를 해도 유품 출입 관련 보고도 내게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나눔의집 김대월 학예실장(공익제보자)는 “쓰레기처럼 방치됐다는 말은 2010년 나눔의집을 처음 공익제보했던 일본인 직원도 했던 말이다. 누가 할머니 유품을 쓰레기처럼 방치했느냐”고 했다. 이어서 “방치된 유품 가운데 3000여 점의 국가지정기록물은 모두 내가 정리해서 수장고에 넣었다”고 했다.김 학예실장은 “예전에는 국가지정기록물까지 모두 방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스님들은 유네스코에 할머니 유품을 등재하겠다면서 서명을 받았다. 스님들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 법인과 시설의 회계분리는 복지기관 회계 기본이다. 나눔의집은 민관합동조사를 비롯해 이전의 여러 감사에서 법인과 시설 회계가 분리되지 않음이 수년간 수차례 지적됐다. 혜일 스님은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마지막 제안’이라는데 마지막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은 나눔의집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 달라”고 했다.
이찬진 대표 등 임시이사들은 "('마지막 제안'은) 지난 8개월 여 간 정작 논의해야 할 개혁안건들인데도 조계종 측 임시이사들의 비협조로 이사회에서 논의못했던 사안들을, 이번 이사회에서 충실한 논의를 할 수 있게 사전에 각자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우편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혜일 스님 등은 법령 위반 등을 주장하면서 예산안 의결 등 무효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통합운영규정 개정(위 안건에는 인사위원회 및 운영위원회의 위법부당한 운영에 대한 지적이 포함됨)에 대해서는 안건 논의를 뒤로 미루자고 하거나 역사관 부실 공사, 후원금 관리 부실로 인한 나눔의집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당시 운영진 및 임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나눔의 집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는 미온적이거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9일 이사회에서 '마지막 제안' 관련 적극적인 논의를 할 것을 혜일 스님 등에게 다시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반박 입장 전문 바로가기)
광주시의 조계종 인사 선임에 '도로 조계종'
나눔의집은 공익제보자들의 내부고발 후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를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경기도(당시 도지사 이재명)는 원행 성우 스님 등 이사 5명에 해임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어 지난 2월 박정화 원장(삼육요양원), 강정숙 연구원(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이찬진·김벼리·원성윤·김동현 변호사, 이총희 공인회계사, 박숙경 객원교수(경희대) 등 임시이사 8명을 선임했다. 이들 임시이사는 여성가족부(1명), 보건복지부(1명), 경기도(6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 가운데 박정화 원장(삼육요양원)은 노인복지 전문가이지만 이교도가 설립 운영하는 시설의 장이라는 이유로 불교계 매체의 뭇매를 맞고 자진사퇴했고, 혜일 스님이 이사가 됐다.나눔의집 이사회는 혜일 스님 임시이사 선임 후 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전까지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는 등 임시이사들과의 표 대결을 피하던 덕림 평중 원광 스님 등 월주 스님 상좌인 승려이사들이 이사회에 적극 출석했다. 지난달 임기만료된 감사 후임에는 우봉 스님(호압사 주지)이 추천됐다.
임시이사 가운데 원성윤 이사가 돌연 사임했다. 이사가 10명이 됐다. 표대결을 해도 조계종 측과 사회단체 측이 5:5였다. 승려이사 4인에 한표를 더한 것으로 분석되는 인사는 김벼리 변호사(법무법인 서화)의 행보 때문이다. 김벼리 변호사는 경기도로부터 해임된 나눔의집 임원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성우 스님(동국대 이사장) 사건 수임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불교닷컴>이 이를 취재 보도하자 돌연 해당 사건 수임을 물렸다.
경기도는 광주시에 나눔의집 임시이사 선임을 위임했다. 광주시는 조계종 측과 사회단체 측의 5:5의 균형을 깨뜨릴 임시이사로 조계종 종무원 출신의 불교사회복지경력자 A씨를 선임했다. 사회단체 측 임시이사들이 ‘마지막 제안’을 내는 것은 광주시의 조계종 출신 인사 이사선임으로 6:5가 뻔한 표대결에서 임시이사들이 조계종 측 뜻에 반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 9일 오후 2시 나눔의집 이사회(대표 이찬진)은 제8차 임시이사회를 한다. 이에 앞선 1시 30분 종교투명성센터 등은 나눔의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눔의집 정상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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