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3.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제3부 3.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 혜법 스님
  • 승인 2021.10.2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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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미륵

눈이 내려 쌓인 봄날 같이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 같은 날씨였다. 그래도 바람소리가 귓전을 스쳐갔다. 눈에 덮인 소도시의 풍경들이 마치 액자의 사진들 같았다. 무질서한 가로풍경들이 그랬다. 상점들의 간판도 그랬고 골목의 음식점들도 어딘가 완벽해 보이지 않았다. 우쭉비쭉 성기처럼 서 있는 콘크리트 빌딩들, 그리고 아파트들. 그 한편에는 지붕 낮은 집들 좁다란 번화가를 벗어나자 논과 밭의 풍경들이었다. 시내라고 했지만 도로 양 가장자리에만 집과 건물들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 호주머니 속에든 핸드폰이 울렸다.

“네.”

지명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핸드폰을 받았다.

“저에요, 스님. 오시고 있는 중이세요?”

자비행 보살이었다.

“예. 가고 있는 중 입니다.”

“저어……. 정우요. 여기서 스님 기다려요. 저, 어려운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제가 지금 움직일 수 없어서요.”

“……알아요.”

햇살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강했다.

“오시면서 병원 앞 약국에 들르셔서 슈어 리디아 오버나이트라는 거 좀 사다주세요.”

“……그게 뭔데요?”

이맛살을 찌푸리던 지명이 되물었다.

“그냥 약국에 가서 달라고 하시면 줄 거예요.”

“…….”

보살은 그게 뭔지 알려주지도 않고 딸각 전화를 끊었다. 그간 밤이 되어도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곡차 덕에 잠을 풀 잤는데도 몸이 개운치 않았다.

살면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매사에 냉소적이었다. 언제나 미친 듯이 날뛰는 세상에 호통치고 살긴 했지만 부조리 속에 종종걸음 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말투가 바뀌었다. 안타깝기만 했는데 현실이 끔찍하기만 했는데 세상을 보는 눈에서는 꿀이 떨어졌다. 아무도 건너지 않는 건널목, 붉은 신호등 앞에선 지명은 침을 꼴깍 삼켰다. 여전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이 지명에게로 쏠렸다. 사람들의 시선에 꽤나 익숙해졌는데도 가끔가끔 지명은 그게 싫었다. 얼마나 많은 잔혹극과 비극을 오가며 헐떡였던가. 길. 한없이 쓸쓸하고 애잔한 길. 이제 가도 그만 돌아서도 그만인 길이 아닌 가야만 하는 길을 두고 지명은 병원으로 향하며 '내가 이곳까지 오려고 울며 왔던가'하고 헛기침을 터트리다 입을 실룩였다.

“빌어먹을 세상. 이 꼴이 뭐야?”

이번 여행에 기대를 가졌던 건 아니었다. 일부러 세속의 번잡함을 피해왔는데 사형의 부탁이 너무 간절해 끼어들게 된 셈이었다. 바다로 가려했다. 푸른 물결과 흰 파도, 갈매기 하늘을 나는 게 보고 싶었다. 바닷가에서 한 철 살고 싶었다. 산속에서의 구질구질한 일상, 그 쓸데없는 규칙과 관습들. 자유롭기 위해 승려가 되었건만 또 다른 올가미가 목에 매여져 있었다. 목욕탕 거울에서 본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목적도 없는 떠남에서 목적을 갖게 되자, 입산 후 처음으로 '아, 이제 조그마한 암자만 하나 있으면 되겠다.'하는 얄팍한 마음이 들었다. 지명은 씩 웃었다. 입산후 처음으로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였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군.”

왜, 이리 상황이 고약해지는 건지.

처음에 정우를 보았을 때, 꽤나 갑갑했었다. 뭐든지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꼬여도 어쩜 이리 꼬인 인생이냐’ 하며 답답해했는데 그의 불행에 지명은 속으로 화를 내는 자신을 문득문득 발견하고는 했다. 오죽했으면 속에서 억울하면 출세하고, 출세를 해서 큰 소리치고 떳떳하게 살아라, 하고 소리까지 쳐댔을까.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비에 눈에 젖지 않는 이들은 집이 있는 자들이었다. 우산이 있는 자들이거나. 비가 올 때 비와 바람을 추위를 맞는 건 집이 없는 자들이었다. 집이 있는 자들은 고독하지 않았다. 식구들과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하하호호 깔깔대며 웃을 것이다. 아침이 되면 식구들을 위해 일터로 나갈 것이고 그러나 집이 없는 자들은 비를 그을 곳을 찾아다니거나 웅크린 채 내리는 비를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리워할 것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고.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 가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생이라지만 홀로 가는 길. 그 어떤 열정 속에서도 그 어떤 갈등 속에서도 외로움과 그리움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었다.

처마 밑의 고드름은 보이지 않았다. 연탄재를 뿌린 비탈길도 없었다. 술기운 탓에 몸에 체열을 느꼈다. 어제는 많이 취해 있었다. 그러나 한 잔 두 잔 연거푸 술을 마시는 동안 옆에서 여자가 ‘속옷을 보여줄까요?’ 하며 알랑방귀를 뀌어도 슬쩍 몸을 갖다 대어도 ‘향수냄새가 숨 막혀요’ 하고 밀쳐내고 지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귀찮다는 듯 눈치를 주어도 값비싼 라펠라 메이커 비싼 레이스 팬티를 입었다는 여자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새벽까지 입을 다물고 침묵 속에 마시다 그냥 옷을 입은 채 쓰러져 잤던 것이다.

일요일이었고 아침이었다. 바람은 여전히 찼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걸으며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 겨울 길 한 복판에 서있던 지명은 담배를 뽑아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길을 보았다.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치던 사람들, 그리고도 사람들은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사람들이야? 다들 도착해야 할 목적지를 잃어버린 건 아닐 텐데.”

길거리의 가로수들이 미처 떨어뜨리지 못한 낙엽들로 바람을 맞고 서 있다는 듯 스르륵사르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명은 '그래, 너는 살아있는가?'하며 담배연기를 푸 날렸다.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 속에 있었다. 깨어 있지 못하고 그저 승가에 목숨을 기댄 채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 수레를 끌며 편의점이며 가게들 앞에 내어놓은 종이박스 실어 끌고가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성경책을 들고 오순도순 이야기 하며 교회로 가는 듯 한 중년의 부부가 보였고 으, 추워하며 동네 꼬마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조잘거리며 뛰어 놀고 있었다.

걸망을 추슬러 매고 두 손을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멀리 병원건물이 보였다. 그때 마침 길 가에 눈을 맞은 쓰레기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담뱃불을 땅바닥에 튀겨 끄고 꽁초를 쓰레기통에 넣은 지명은 순간 눈을 희번덕거렸다.

미행자였다.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휙 돌아보았다. 그때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들의 두런거리는 발소리가 귀에 크게 들려왔다. 지명은 어깨에 힘이 싹 빠져나가고 맥이 풀리는 다리를 거누며 병원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담배꽁초를 그냥 아무 데다 버렸다면 미행자들을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덜 깬 술이 확 깨는 거 같았다. 금방이라도 검은 봉고차 한 대가 나타나 지명의 얼굴에 검은 보자기를 씌우고 차 속으로 밀어 넣을 것만 같았다. 뱃속 어디선가에서 잦은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엉뚱한 상상에 기침 다음엔 왠지 자꾸 헛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 중음, 연옥(燃獄)이라 했는지. 내가 전죄(前罪)가 많은 놈이지.”

지명은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혼잣말을 했다. 언제부터인지 혼잣말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느낀 지명은 씨익 웃었다.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가슴을 졸이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더 차게 불어왔다. 지명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지난 밤, 뒤를 쫓던 풋내기들이 아니었다. 이맛살을 찌푸리던 지명은 마침 병원 앞에 다다르자 약국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대신 지명은 정우와 보살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빨리 놀렸다.

“뭘 사라 그랬던가?”

보살이 식당여자 주인과 같은 코맹맹이 소리이긴 했지만 예의 바르고 친절했으며 단호했다.

잊어버렸다. 보살이 무언가 이물 없이 사기는 게 새삼스러웠다. 하품 섞인 목소리로 그닥 달가와 하지 않는 투로 대답했는데도 일방적이었다. 다행이 사야 할 걸 문자로 찍어달라고 했었다. 지명의 얼굴에 낭패감이 스쳐지나갔다. 인연이란 참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하고 중얼거리며 드르륵 약국 문을 밀었다. 지명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폴더를 켜고 문자로 들어가자 '슈어 리디아 오버나이트'라는 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어, 이것 좀 주세요.”

숨이 찬 듯 지명이 시근거리며 말했다.

약사에게 핸드폰의 문자를 보여주었다. 여자 약사가 한 순간 진열대 건너편에 서서 지명의 눈을 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가 진열장 한쪽에서 보살이 원하는 물품을 꺼내 아무 말 없이 검은 비닐봉투에 내용물을 담아 지명에게 건넸다.

점점 바람이 거세어지고 있었다.

“스님?”

“응?”

“수사가 뭐예요?”

“범인을 잡는 거지.”

“……수사는 어떻게 해요?”

정우가 천천히 물었다.

“증거를 수집해서 범인을 찾고자 활동하는 거지.”

“증거라……. 그럼 피해자인 우리 아버지부터 수사하면 되겠네요. 아버지 주변, 돈의 흐름을 낱낱이 파보면 놈들이 다 나오겠네요. 그 정체와 목적이 줄줄이…….”

“…….”

정우의 차분한 목소리에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정우가 옆에 있다는 걸 지명은 절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산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살 때가 많았다. ‘음, 내가 살아 있구나. 하고 지명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여기가 끝은 아니죠?”

정우가 눈을 반짝였다.

“어떻게 콘티를 짜려고?”

“뼈다귀 주워 성곽을 쌓고 피와 살을 채운 성 안에 늙음과 죽음 아만(我慢)과 무지(無知)로 가득 채우려고요……. 스님은 제가 믿고 싶은 거만 믿는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믿는 게 진실이기를 바라는 거죠.”

“…….”

“아버지가 누군가, 숨겨진 아버지의 실체를 찬찬히 조사해보면 범인들이 나오겠죠, 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요.”

“……구체적으로?”

“아무리 함구령이 내려졌다 해도 내부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알겠죠, 뭐. 아마도 진실이 사라지는 일은 영원히 없을 거예요. 아무리 이상한 세상이라 해도 왜곡 조작된다 해도요……. 우리가 실체를 잃지만 않는다면 요.”

“……그래 니가 믿는 게 다 진실이다. 아무래도 니가 하는 꼬라지를 보니 놈들이 너를 잘못 건드린 거 같구나.”

부석부석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대답을 이어가던 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우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나 지명은 정우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머리가 띵해졌다. 매사에 신경질적이고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던 지명은 속으로 ‘웃기네. 하다가 입을 실룩이며 쓴웃음을 지었던 것이다.

정우는 목에 핏대를 세우지 않고 이야기해 나갔다. 지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우의 얼굴은 벌그래져 있었다. 말하면서도 입술만 달싹거리며 건들거리는 지명 앞에 멈칫멈칫 조심하는 눈치를 볼 수 있었다.

간단했다. 정우의 논리대로라면 비밀은 없다, 라는 것이다. 팩트, 사실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스님.”

“응?”

“허락해주세요.”

“뭘?”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을 바꿔라. 바꿀 수 없다면 너의 습관, 태도를 바꾸라 하셨잖아요.”

“…….”

흔들리는 목소리로 ‘뭘?’ 하던 지명은 냉큼 대꾸할 말이 찾아지지 않아 정우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론 안 된다니까. 다른 방법으로 잘근잘근 씹어 먹어 줄 거예요’ 라는 놈 앞에서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하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말끝에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분위기사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지난날들, 살아온 선택의 순간순간들이 그랬다.

“범인을 잡는 걸요. 돈의 행방, 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줄줄이 고구마 캐듯 나올 거라 생각해요.”

“……내가 너의 뜻을 좇을 수가 없다면?”

“딜을 하려고요.”

“거래?”

“네……. 세상은 선과 악으로 판명이 나질 않더라구요.”

“너랑 나랑 거래할 게 있나?”

“스님의 노후를 제가 책임질 게요.”

“뭐?”

“네……. 어찌되었든 우리는 악연, 운명으로 엮여져있으니까요.”

정우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는 지명에게 살살 비위를 맞춰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는 라인이 없으니……. 수사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돈이면 수사는 다 끝날 거예요…….”

"돈질? 돈으로 수사를 한다? ……돈이 어디 있어?“

“사람들은 돈이 종교고 돈이 부모고 돈이 최곤줄 알고 있잖아요…….”

지명이 코웃음쳐댔다. 그러나 정우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스님……. 수사비용 걱정 마시라고 요, 탐욕과 진애와 우치로 가득 찬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 종말을 고하려고요……. 나쁜 놈들의 징벌에 드는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뭐……?”

“스님과 함께 누추한 삶의 껍데기 속에 숨어버리고 싶지 않아서요. 저에게 입산기념 선물을 주려고요.”

순간, 지명은 정우의 눈을 보았다. ‘저 물정 모르는 아이가 아닌 걸요’ 하는 정우의 운명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지명이었다.

“스님으로 인해 저의 존재를 느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다고요. 전 아직 자유가 뭔지, 정의가 뭔지는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이건 아니다, 라는 건 알아요.”

“…….”

공부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깨침엔 견고한 신심이 필요하다 하셨잖아요. 전 부처님을 믿고 아버지를 믿고 스님을 믿어요. 불편해도 내가 편하고 행복하면 상락아정의 세계라 하셨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부처라고요.“

정우가 참새처럼 재빠르게 입을 놀렸다. 어찌할 줄 몰라 절절매던 정우가 아니었다.

“……지금 너의 미래, 나의 미래를 두고 협박하는 거냐? 그래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너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

정우가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정우가 바싹 다가와 있었다. 속이 뜨끔했다. 정우에게 ‘말려들면 안 돼’, 했지만 이미 깊숙이 말려든 상태였다. 마음만 아파하는 그런 심약한 놈은 아니었다.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명은 천천히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었다. 누가 이 아이를 여기까지 이렇게 몰아세웠던가. 점점 빠르게 높아져가는 정우의 목소리에 지명은 '이게 다 어른들의 잘못이지'하는 자책감이 밀려드는 것이었다.

“7층 7012호라.”

병원 로비에 도착해 있었다. 병원하면 옛날에는 무엇보다 먼저 크레졸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그런 냄새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지명은 승강기 입구에 몇 사람이 서 있는 대열에 합류해 섰다. 순간 지명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다시 한번 고개를 갸우뚱하다 이내 놀란 빛을 감추지 못했다. 지명은 완전히 당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혜범 스님

1976년 입산, 1991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바다, 뭍, 바람」당선. 1992년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영화화되었으며, 1993년 대전일보에 장편소설 『불꽃바람』을 연재했고, 1996년 대일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소설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흙출판사),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청림출판사), 『천기를 누설한 여자』(흙출판사) 『반야심경』(밀알출판사), 『업보』(밀알출판사), 『남사당패』(태일출판사), 『시절인연』(밀알출판사), 『플랫폼에 서다』(북인) 등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는 『행복할 권리』(도서출판 북인), 『나비는 나비를 낳지 않는다』(밀알출판사), 『달을 삼킨 개구리』(북갤럽), 『숟가락은 밥맛을 모른다』(북갤럽)를 펴냈다.

현재 강원도 원주 송정암에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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