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1. 처음이어서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1. 처음이어서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1.10.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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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아들인 게 처음이어서
딸인 게 처음이라
아기인 게 처음이이서
사춘기인 게 처음이라
온통 처음뿐인 삶에 순간들처럼
 

배가 지나고 나니
뱃길이 보이고
사람이 지나고 나니
잉크로 찍은 듯
선명한 발자국


갯벌에 다녀간 새는
날개는 어쩌고
온통 발자국 천지


결혼이 처음이라
남편은 처음이이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려 보니
이미 시간의 강은 흘러 되돌릴 수 없이
먼 길을 와 버렸다


갯벌에 사는 조개가
뻘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걸
뻘이 없어진 후에야 알고
농사꾼이 농토를 팔고 도심 속 빌딩이 올라 간 뒤에야
땅만 사라진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듯.



#작가의 변
내가 일하는 직장의 모토 중에 하나가 희망이다. 집을 잃고 가정을 잃고, 홈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일, 어찌 보면 천사의 날갯짓처럼 천사의 환생처럼 보이는 일을 하는 곳이다. 더 이상 삶이 나빠질 수 도 없는 상태의 그들이 세상엔 여전히 빛과 선함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괜찮은 직장, 괜찮은 가정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가정을 잃고 방황의 구렁텅이 속에서 마약에 손을 대고 삶은 살아 있는 지옥과 같은 그런 상황에서 약물중독을 치료하고 삶의 갱생을 도와주며 직장까지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정말 지상에서하느님의 일을 대신하는 일이기도하다. 혼란과 절망의 상태에서 한 줄기 빛이 기꺼이 되어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곳에서 살기 싫어하는 많은 노숙자들은 자유로움 때문에 차가운 콘크리트에 새우등처럼 꾸부리고 누어서 종이박스를 이불삼아 덮고 있다. 출·퇴근할 때마다 그들을 보며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늘 느끼고 있다. 물론 집에 돌아가면 이젠 어른이 된 아이들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 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터널 속에 있기 때문이다. 렌트비와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정식직원도 도둑질당해 임시직으로 살고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매니저에게 나의 신분이 지금 정규직 파트타임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 대답했다. 그럼 누가 됐느냐고 하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다른 직원이 됐다고 했다. 그럼 내가 정규직원이 될 가능성은 있냐고 물었다. 그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나는 현재 일하는 곳에서 8년을 일했다. 중간에 2년 다른 직장에 정규직을 하면서도 캐주얼로 노조 시니어리스트는 살려 두었다. 그러다 다시 풀타임 슈퍼바이저로 일하기도 했지만 어떤 사건으로 나에게 자리가 없어졌음을 통보했다. 당시 나는 피해자였고 그 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상황이고, 가해자가 함께 근무하던 상황이라 더 이상 근무할 수 없어 다른 직장을 잡아 다시 그만 두고 캐주얼 잡만 했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스트로크가 와서 1년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다시 시작한 이곳에서 스트로크, 후에도 다시 일하게 된데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저 날 이용했다는 생각만 든다. 직장의 모토는 사랑과 희망이다. 그러나 나에겐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나에게 매니저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매니지먼트가 원하는 것을 해야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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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아들인 게 처음이어서
딸인 게 처음이라
아기인 게 처음이이서
사춘기인 게 처음이라
온통 처음뿐인 삶에 순간들처럼
 

배가 지나고 나니
뱃길이 보이고
사람이 지나고 나니
잉크로 찍은 듯
선명한 발자국

갯벌에 다녀간 새는
날개는 어쩌고
온통 발자국 천지

결혼이 처음이라
남편은 처음이이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려 보니
이미 시간의 강은 흘러 되돌릴 수 없이
먼 길을 와 버렸다

갯벌에 사는 조개가
뻘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걸
뻘이 없어진 후에야 알고
농사꾼이 농토를 팔고 도심 속 빌딩이 올라 간 뒤에야
땅만 사라진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듯.

#작가의 변
내가 일하는 직장의 모토 중에 하나가 희망이다. 집을 잃고 가정을 잃고, 홈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일, 어찌 보면 천사의 날갯짓처럼 천사의 환생처럼 보이는 일을 하는 곳이다. 더 이상 삶이 나빠질 수 도 없는 상태의 그들이 세상엔 여전히 빛과 선함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괜찮은 직장, 괜찮은 가정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가정을 잃고 방황의 구렁텅이 속에서 마약에 손을 대고 삶은 살아 있는 지옥과 같은 그런 상황에서 약물중독을 치료하고 삶의 갱생을 도와주며 직장까지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정말 지상에서하느님의 일을 대신하는 일이기도하다. 혼란과 절망의 상태에서 한 줄기 빛이 기꺼이 되어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곳에서 살기 싫어하는 많은 노숙자들은 자유로움 때문에 차가운 콘크리트에 새우등처럼 꾸부리고 누어서 종이박스를 이불삼아 덮고 있다. 출·퇴근할 때마다 그들을 보며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늘 느끼고 있다. 물론 집에 돌아가면 이젠 어른이 된 아이들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 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터널 속에 있기 때문이다. 렌트비와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정식직원도 도둑질당해 임시직으로 살고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매니저에게 나의 신분이 지금 정규직 파트타임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 대답했다. 그럼 누가 됐느냐고 하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다른 직원이 됐다고 했다. 그럼 내가 정규직원이 될 가능성은 있냐고 물었다. 그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나는 현재 일하는 곳에서 8년을 일했다. 중간에 2년 다른 직장에 정규직을 하면서도 캐주얼로 노조 시니어리스트는 살려 두었다. 그러다 다시 풀타임 슈퍼바이저로 일하기도 했지만 어떤 사건으로 나에게 자리가 없어졌음을 통보했다. 당시 나는 피해자였고 그 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상황이고, 가해자가 함께 근무하던 상황이라 더 이상 근무할 수 없어 다른 직장을 잡아 다시 그만 두고 캐주얼 잡만 했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스트로크가 와서 1년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다시 시작한 이곳에서 스트로크, 후에도 다시 일하게 된데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저 날 이용했다는 생각만 든다. 직장의 모토는 사랑과 희망이다. 그러나 나에겐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나에게 매니저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매니지먼트가 원하는 것을 해야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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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아들인 게 처음이어서
딸인 게 처음이라
아기인 게 처음이이서
사춘기인 게 처음이라
온통 처음뿐인 삶에 순간들처럼
 

배가 지나고 나니
뱃길이 보이고
사람이 지나고 나니
잉크로 찍은 듯
선명한 발자국


갯벌에 다녀간 새는
날개는 어쩌고
온통 발자국 천지


결혼이 처음이라
남편은 처음이이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려 보니
이미 시간의 강은 흘러 되돌릴 수 없이
먼 길을 와 버렸다


갯벌에 사는 조개가
뻘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걸
뻘이 없어진 후에야 알고
농사꾼이 농토를 팔고 도심 속 빌딩이 올라 간 뒤에야
땅만 사라진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듯.



#작가의 변
내가 일하는 직장의 모토 중에 하나가 희망이다. 집을 잃고 가정을 잃고, 홈리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일, 어찌 보면 천사의 날갯짓처럼 천사의 환생처럼 보이는 일을 하는 곳이다. 더 이상 삶이 나빠질 수 도 없는 상태의 그들이 세상엔 여전히 빛과 선함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괜찮은 직장, 괜찮은 가정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가정을 잃고 방황의 구렁텅이 속에서 마약에 손을 대고 삶은 살아 있는 지옥과 같은 그런 상황에서 약물중독을 치료하고 삶의 갱생을 도와주며 직장까지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정말 지상에서하느님의 일을 대신하는 일이기도하다. 혼란과 절망의 상태에서 한 줄기 빛이 기꺼이 되어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곳에서 살기 싫어하는 많은 노숙자들은 자유로움 때문에 차가운 콘크리트에 새우등처럼 꾸부리고 누어서 종이박스를 이불삼아 덮고 있다. 출·퇴근할 때마다 그들을 보며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늘 느끼고 있다. 물론 집에 돌아가면 이젠 어른이 된 아이들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 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터널 속에 있기 때문이다. 렌트비와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정식직원도 도둑질당해 임시직으로 살고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매니저에게 나의 신분이 지금 정규직 파트타임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 대답했다. 그럼 누가 됐느냐고 하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다른 직원이 됐다고 했다. 그럼 내가 정규직원이 될 가능성은 있냐고 물었다. 그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나는 현재 일하는 곳에서 8년을 일했다. 중간에 2년 다른 직장에 정규직을 하면서도 캐주얼로 노조 시니어리스트는 살려 두었다. 그러다 다시 풀타임 슈퍼바이저로 일하기도 했지만 어떤 사건으로 나에게 자리가 없어졌음을 통보했다. 당시 나는 피해자였고 그 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상황이고, 가해자가 함께 근무하던 상황이라 더 이상 근무할 수 없어 다른 직장을 잡아 다시 그만 두고 캐주얼 잡만 했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스트로크가 와서 1년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다시 시작한 이곳에서 스트로크, 후에도 다시 일하게 된데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저 날 이용했다는 생각만 든다. 직장의 모토는 사랑과 희망이다. 그러나 나에겐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나에게 매니저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매니지먼트가 원하는 것을 해야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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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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