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9. 국민 똥과 개인 똥의 유사와 상이
[똥본위화폐] 9. 국민 똥과 개인 똥의 유사와 상이
  •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 승인 2021.05.24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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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자신의 똥을 수세식변기를 이용함으로써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똥을 누어 처리하고 퇴비를 만들어 농사짓고 수확물을 먹는 삶을 사는 것은 개인의 당연한 권리이다. 다만 국가는 그 행위에 대해서 특별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을 뿐이다. 국가는 위생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수세식화장실, 하수관, 하수처리장이 그것이다. 즉, 인프라이다. 이런 시스템을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이 설계, 시공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한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 반대로 개인이 자의적으로 똥을 처리하여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책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처벌을 할 수도 있다. 국가의 정의를 집행하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판단한다.

“차별과 쓰레기 있는 곳에 시스템 존재한다” 지금 하수처리시스템이 우리 사회 기여한 것 크지만 폐기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시스템 차원 변화없다면 쓰레기 패러다임 바꾸기 힘들다.



“중앙집중식 하수처리장에 의문 가진 프로페셔널 공학자 없나”

우리의 똥을 처리하는 인프라는 국가가 결정, 건설하고 운영한다. 즉, 똥 처리는 국가를 대신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이 담당하는 것이다. 국가를 대신하여 프로페셔널들이 설계하고 시공한 하수처리장과 하수관거를 통해 우리의 똥을 치우고 처리한다. 사실 우리는 수세식화장실에서 물로 내리면 그 이후를 알기 힘들고 또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비록 돈을 내기는 하지만 우리 주위로부터 멀리 치워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똥을 하수와 함께 처리하는 공학기술은 오래 전 개발되어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 특별할 것 없는 것이 되었고 겉보기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제 거대한 도시의 일부가 되어 사람들의 눈에 가끔 띠기도 하지만 으레 그곳에 있는 그런 인프라 시설이 되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하수처리 시스템은 여러 번 말한 대로 인프라이다. 인프라 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프로페셔널공학자들은 국민들의 안전, 건강,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동시에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하기도 한다. 국가는 이런 프로페셔널 공학자를 잘 관리하고 그들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국민들의 안전, 건강, 복지가 효과적으로 지켜지고 향상되기를 원한다. 프로페셔널 공학자는 공공의 안전, 건강, 복지 이외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하며 또 자신을 고용한 정부, 공공기관, 기업에게 이익을 주기위한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이해관계의 출동, 갈등에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은 자신의 윤리코드를 이용하여 판단하고 선택한다.

그럼 지금의 중앙집중식 하수처리장에 대해 의문을 가진 프로페셔널 공학자는 없는 것일까? 이들은 늘 정부, 기관, 기업에 채용되어 자신을 채용하고 일부 권한을 준 곳에서 건설하고자 했던 도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짓는데 기여함으로써 그들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까? 또한, 개인 또는 마을 공동체가 그들의 똥을 수세식변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농사 짓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프로페셔널 공학자에게 가능한 길을 물으면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생태화장실 지은 교수, 인공습지형 하수처리장 만든 마을”

특이한 경험을 통해 국가가 책임져 주고 있는 똥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얘기한 한 분의 예를 들어 보자. 이 분은 인류학자이다. 그는 한 강연에서 똥 얘기로 시작했다. 오래전 그는 아파트에 살았었다고 한다. 아파트에 살 때 자신의 똥이 하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고 한다. 자신만이라도 똥을 다르게 생태적으로 처리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볼 때 신문지 위에 누고는 이를 들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와 경비원 몰래 아파트 주변 정원에 묻었다고 했다. 예상되지만 이 일은 오래 지속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는 부인을 설득하여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해서 자신의 소신대로 생태화장실을 지어 실천한다고 했다.

마을을 만들어 22가구가 이를 실천한 경우도 있다. 지리산 산내면 작은마을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다. 이들은 생태화장실을 만들어 똥과 오줌을 수세식화장실로 내리지 않고 모아 가능하면 퇴비로 이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똥과 오줌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지 않으므로, 마을 하수처리장은 다른 생활하수만 처리하면 된다. 그래서 작은마을의 하수처리장은 습지를 공학적으로 일부 바꾸어 하수처리 능력을 가지도록 하였다. 하수가 자갈들 사이로 흐르게하고 자갈들 사이에는 모래를 포함하는 흙이 있어 식물들이 자라 하수속 오염물질, 즉, 유기물을 자연스럽게 분해한다. 이를 인공습지형 하수처리장이라고 한다.

위의 두 가지 에피소드를 이용하여 똥에 대한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본다. 그리고 그 상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아파트에서 누군가 특수한 변기를 직접 개발 또는 인터넷에서 구입하여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 수세식변기 옆에 설치하고 사용한다고 하자. 우선 가족들이 동의를 해야겠지만 가족들은 다행히 또는 어쩔 수 없이 설득당해서 그 사람이 수세식변기 아닌 특수변기에 앉아 똥을 누고 그 똥을 퇴비로 만드는 일을 허락했다고 하자. 질문은 이렇다. 이 사람이 자신의 집 안에서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변기에서 똥을 누고 그 똥을 퇴비로 만들 때 이것이 불법인가? 즉, 이 사람은 국가가 운영하기 위해, 국가가 승인한 자격을 갖춘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설계하고 만든 하수처리장으로 자신의 똥을 보내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을 자신이 찾아 똥을 처리한다면 불법인가 하는 질문이다. 불법이 아니다. 만약 변기에서 똥 냄새가 심하게 나서 이웃집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특수하게 제작된 변기는 냄새를 처리할 수 있으며 수세식변기 못지않은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이웃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런 방식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자신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텃밭에서 농사지어 수확한 채소를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불법행위인가”

가족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하고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고무된 이 사람은 자신만의 변기에서 어느 정도 냄새와 수분이 제거되어 푸석푸석해진 똥을 비닐봉지에 담아 아파트 주변 분양받은 자신의 도시텃밭에 이 똥을 가지고 나간다. 이곳의 흙과 자신의 똥을 섞어 퇴비를 만든다. 바로 옆 텃밭 농사를 짓는 이웃도 그것이 똥인지 전혀 눈치를 채질 못한다. 이제 텃밭에서 농사짓고 있는 토마토, 상추, 부추에게 자신의 똥으로 만든 퇴비를 비료로 뿌려준다. 수확한 토마토, 상추, 부추를 먹어보니 맛이 더 좋은 느낌이 든다. 가족들과도 큰 저항 없이 나눠 먹는다. 자신의 똥을 비료로 하여 가꾼 채소를 가족들이 싫어할까 걱정했는데 다른 퇴비들도 가축분뇨로 만든다는 것을 아는 가족들은 저항감 없이 수확한 채소를 먹는다. 자신의 똥이 다시 자신과 가족들이 먹는 음식으로 돌아온 경험을 한다.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자신감과 행복한 마음을 경험한 이 사람은 이웃과도 자신이 농사한 채소를 나눠 먹고 싶어진다. 깨끗하게 씻어 봉지에 담아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에게 주면서 텃밭에서 기른 채소라고 얘기한다. 이웃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좋아한다. 다음 날 복도에서 만난 이웃은 채소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도 해 준다. 몇 번 더 이렇게 채소를 이웃과 나눈 후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부인으로부터 질문과 충고를 하나 받는다. 그 이웃은 자신의 똥으로 비료를 하여 채소를 만든 것을 알고 있냐는 것이고 어쩌면 그걸 알면 채소를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텃밭에서 농사지어 수확한 채소를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불법행위인가? 법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것이 불법행위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웃에게 자신의 똥으로 퇴비를 하여 농사한 채소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이후 이를 알게 된 이웃이 불쾌해 할 수는 있을듯 하다. 그 사람의 부인은 이를 걱정한 것일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농사가 잘 되어 이웃과 나눠먹는 수준을 넘어 가까운 채소가게에 가서 자신이 농사한 채소를 팔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자신이 수확한 채소를 만약 판다면 불법인가 또는 합법적인 판매인가? 이 질문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법이 따로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그 사람이 판 채소를 먹고 배탈이 나서 이를 문제 삼을 경우, 판매자의 똥으로 퇴비하여 농사한 채소를 판 행위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농부들이 하는 방식으로 농사 짓지 않은 결과로 수확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이를 보호해 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국가가 국가의 이름, 정부의 이름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프로페셔널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비료, 퇴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가는 법의 테두리 속에서 그 비료와 퇴비로 생산된 농산물을 보호한다. 누군가 국가가 보장하는 테두리를 벗어나 자신의 방법으로 똥 누고 퇴비 만들어 농사짓고 살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의 자유이고 권리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경우 국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행위들이 야기할 수 있는 분쟁을 국가는 무질서라고 이해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쓰레기와 폐기물 없는 사회공동체 역시 시스템이 만든다.



“국가법이 자격증 통해 허락한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보장하는
안전 속에서 살고 있는 것“

미국 토목공학회 윤리강령 기본조항 1조는 “공학자는 공공의 안전, 건강, 그리고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토목공학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 즉, 시민공학인데, 미국 남북전쟁 후 군이 주도하지 않는 민간차원에서의 공학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쟁 후 미국 내 대학에 생긴 최초의 공학 학과는 다름 아닌 시민공학과였다. 우리나라에서 시민공학을 토목공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의 영향인데, 흙 “토”, 나무 “목”을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다. 흙이라는 기반 위에 나무 등으로 집, 사회시설물 등을 건설한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시민공학인 토목공학에서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이 분리되었다. 토목공학은 전쟁 수행목적이 아닌 시민과 공공을 위한 공학의 시초였다는 점에서 미국토목공학회의 윤리조항은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공학자뿐만 아니라 공학자 전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윤리조항에서 공학자는 공공의 안정, 건강, 그리고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회 공학자는 어떤 일을 담당하는 전문가인가? 전문가는 영어로 프로페셔널인데, 프로페셔널은 여러 의미가 들어가 있다. 먼저 그들은 돈을 받고 일한다. 그들을 특징짓는 전문지식으로 일한다. 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들은 국가가 인정하는 라이센스를 가진다. 프로페셔널의 자격은 국가가 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일에 능통하여 프로페셔널하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용없고 오직 국가만이 라이센스, 자격증을 통해 인정해 줄 수 있다. 의사는 국가가 인정하는 의사자격증을 가진 프로페셔널이다. 약사, 변호사, 회계사, 교사가 그렇다. 공학자도 기사, 기술사라는 국가가 인정하고 관리하는 자격증을 가진 프로페셔널이다. 국가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공학자가 시민들을 위해, 돈을 받고 일 할 수 있지만 그들이 만든 시설은 국가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누군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개울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지었다고 해 보자.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국가의 차원에서 그 다리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가 인정하는 공학자가 다리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리를 지은 사람이 범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인프라 시설은 국가 자격증을 가진 공학자가 만든 것이다. 누군가 땅이 있어 집을 건축사가 설계하고 건설업체가 법에 따라 짓지 않고 자신이고 싶은 대로 지어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를 대개 우리는 불법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반적인 인식은 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가졌으면 한다. 자신의 땅에 자신이 좋아하는 집을 자신이 짓고 사는데 불법이라는 멍에를 가져야 하는가? 이 보다는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집을 지을 수 있는 국가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집을 지었으니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국가가 해 주지 않는다. 그 집을 이용하여 상점, 민박 등을 하는 것은 힘들고 불법일 수 있는데, 이유는 집의 안전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자신의 땅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자신이 직접 지어 사는 것은 불법이라기보다는 법적 절차에 따라 짓지 않은 것일 뿐이다. 즉, 범법이 아니라 절차를 지키지는 않았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듯 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국가의 법이 자격증을 통해 허락한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보장하는 안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공학자만이 아니다. 국가가 자격증을 통해 인정해준 의료, 건강, 교육 서비스도 우리는 받고 있다. 합법적인 위생, 건강, 교육, 복지를 자격증을 갖춘 프로페셔널 공학자, 의사, 약사, 교사를 통해 받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 돈을 내고 주고받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프로페셔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만나는 것들 중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라이센스로 운영되지 않은 서비스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도로도 토목공학자가 설계하고 시공했다. 도시 속을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중교통 버스운전, 전철운전도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만약 자전거 뒷자리에 다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해 주고 요금을 받는 일을 하는 직업이 생긴다면 자전거 운전자격증이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 도시의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드론택시가 정말 생긴다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드론운행 자격증이 분명 생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고, 아침밥에 마련하는데 이용되는, 그리고 샤워하는, 용변을 보고 수세식화장실에서 사용되는 수돗물도 국가가 보장하는 안전한 물이다. 샤워한 물, 화장실 물을 내려 보내는 하수관, 하수관의 끝에 위치한 하수처리장도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가를 대신하여 제공하였다. 국가는 국민에게 안전, 건강을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의무와 함께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도 한다. 국가의 인정을 받은 프로페셔널 공학자는 이를 담당한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전기, 위생 등 생활필수품을 국가로부터 제공받고 그 비용을 부담한다. 국가는 인프라를 통해 이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 인프라는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을 통해 건설, 운영된다. 똥도 예외가 아니다. 똥도 국가 인프라 시설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하수처리장이 아닌 다른 대안적 방법 해결책은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와 함께”

국가와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를 통해 위생을 보장하는 인프라를 거부하고 다른 방법을 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수처리장 인프라 아닌 방법으로 자신의 똥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국가 인프라인 고속도로, 철도, 항공을 이용하지 않고 먼 길을 이동해 광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것과 유사한 일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시장경제 인프라인 돈을 쓰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개인 차원이 아닌 큰 움직임으로 똥을 하수처리장이 아닌 다른 대안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져 하며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와 함께 해야 한다. 똥에 대한 처리, 이용, 가치를 우리 사회에서 실현하는 것은 이렇듯 쉽지 않다. 인프라가 아닌 기반으로써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하수처리 인프라는 오랜 기간 정착되어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도로 없는 교통, 돈 없는 경제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정도의 큰 변화일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 기술을 담당하는 프로페셔널 공학자, 그리고 무엇보다 다수의 시민과 국민들의 인정과 의지가 필요하다. 시민들과 국민들이 거부하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어도 힘들겠지만, 시민들과 국민들이 원하면 정부가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큰 복병들이 여럿 숨어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제성이라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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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쓰레기 있는 곳에 시스템 존재한다” 지금 하수처리시스템이 우리 사회 기여한 것 크지만 폐기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시스템 차원 변화없다면 쓰레기 패러다임 바꾸기 힘들다.

“중앙집중식 하수처리장에 의문 가진 프로페셔널 공학자 없나”

우리의 똥을 처리하는 인프라는 국가가 결정, 건설하고 운영한다. 즉, 똥 처리는 국가를 대신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이 담당하는 것이다. 국가를 대신하여 프로페셔널들이 설계하고 시공한 하수처리장과 하수관거를 통해 우리의 똥을 치우고 처리한다. 사실 우리는 수세식화장실에서 물로 내리면 그 이후를 알기 힘들고 또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비록 돈을 내기는 하지만 우리 주위로부터 멀리 치워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똥을 하수와 함께 처리하는 공학기술은 오래 전 개발되어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 특별할 것 없는 것이 되었고 겉보기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제 거대한 도시의 일부가 되어 사람들의 눈에 가끔 띠기도 하지만 으레 그곳에 있는 그런 인프라 시설이 되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하수처리 시스템은 여러 번 말한 대로 인프라이다. 인프라 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프로페셔널공학자들은 국민들의 안전, 건강,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동시에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하기도 한다. 국가는 이런 프로페셔널 공학자를 잘 관리하고 그들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국민들의 안전, 건강, 복지가 효과적으로 지켜지고 향상되기를 원한다. 프로페셔널 공학자는 공공의 안전, 건강, 복지 이외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하며 또 자신을 고용한 정부, 공공기관, 기업에게 이익을 주기위한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이해관계의 출동, 갈등에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은 자신의 윤리코드를 이용하여 판단하고 선택한다.

그럼 지금의 중앙집중식 하수처리장에 대해 의문을 가진 프로페셔널 공학자는 없는 것일까? 이들은 늘 정부, 기관, 기업에 채용되어 자신을 채용하고 일부 권한을 준 곳에서 건설하고자 했던 도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짓는데 기여함으로써 그들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까? 또한, 개인 또는 마을 공동체가 그들의 똥을 수세식변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농사 짓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프로페셔널 공학자에게 가능한 길을 물으면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생태화장실 지은 교수, 인공습지형 하수처리장 만든 마을”

특이한 경험을 통해 국가가 책임져 주고 있는 똥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얘기한 한 분의 예를 들어 보자. 이 분은 인류학자이다. 그는 한 강연에서 똥 얘기로 시작했다. 오래전 그는 아파트에 살았었다고 한다. 아파트에 살 때 자신의 똥이 하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고 한다. 자신만이라도 똥을 다르게 생태적으로 처리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볼 때 신문지 위에 누고는 이를 들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와 경비원 몰래 아파트 주변 정원에 묻었다고 했다. 예상되지만 이 일은 오래 지속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는 부인을 설득하여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해서 자신의 소신대로 생태화장실을 지어 실천한다고 했다.

마을을 만들어 22가구가 이를 실천한 경우도 있다. 지리산 산내면 작은마을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다. 이들은 생태화장실을 만들어 똥과 오줌을 수세식화장실로 내리지 않고 모아 가능하면 퇴비로 이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똥과 오줌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지 않으므로, 마을 하수처리장은 다른 생활하수만 처리하면 된다. 그래서 작은마을의 하수처리장은 습지를 공학적으로 일부 바꾸어 하수처리 능력을 가지도록 하였다. 하수가 자갈들 사이로 흐르게하고 자갈들 사이에는 모래를 포함하는 흙이 있어 식물들이 자라 하수속 오염물질, 즉, 유기물을 자연스럽게 분해한다. 이를 인공습지형 하수처리장이라고 한다.

위의 두 가지 에피소드를 이용하여 똥에 대한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본다. 그리고 그 상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아파트에서 누군가 특수한 변기를 직접 개발 또는 인터넷에서 구입하여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 수세식변기 옆에 설치하고 사용한다고 하자. 우선 가족들이 동의를 해야겠지만 가족들은 다행히 또는 어쩔 수 없이 설득당해서 그 사람이 수세식변기 아닌 특수변기에 앉아 똥을 누고 그 똥을 퇴비로 만드는 일을 허락했다고 하자. 질문은 이렇다. 이 사람이 자신의 집 안에서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변기에서 똥을 누고 그 똥을 퇴비로 만들 때 이것이 불법인가? 즉, 이 사람은 국가가 운영하기 위해, 국가가 승인한 자격을 갖춘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설계하고 만든 하수처리장으로 자신의 똥을 보내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을 자신이 찾아 똥을 처리한다면 불법인가 하는 질문이다. 불법이 아니다. 만약 변기에서 똥 냄새가 심하게 나서 이웃집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특수하게 제작된 변기는 냄새를 처리할 수 있으며 수세식변기 못지않은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이웃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런 방식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자신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텃밭에서 농사지어 수확한 채소를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불법행위인가”

가족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하고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고무된 이 사람은 자신만의 변기에서 어느 정도 냄새와 수분이 제거되어 푸석푸석해진 똥을 비닐봉지에 담아 아파트 주변 분양받은 자신의 도시텃밭에 이 똥을 가지고 나간다. 이곳의 흙과 자신의 똥을 섞어 퇴비를 만든다. 바로 옆 텃밭 농사를 짓는 이웃도 그것이 똥인지 전혀 눈치를 채질 못한다. 이제 텃밭에서 농사짓고 있는 토마토, 상추, 부추에게 자신의 똥으로 만든 퇴비를 비료로 뿌려준다. 수확한 토마토, 상추, 부추를 먹어보니 맛이 더 좋은 느낌이 든다. 가족들과도 큰 저항 없이 나눠 먹는다. 자신의 똥을 비료로 하여 가꾼 채소를 가족들이 싫어할까 걱정했는데 다른 퇴비들도 가축분뇨로 만든다는 것을 아는 가족들은 저항감 없이 수확한 채소를 먹는다. 자신의 똥이 다시 자신과 가족들이 먹는 음식으로 돌아온 경험을 한다.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자신감과 행복한 마음을 경험한 이 사람은 이웃과도 자신이 농사한 채소를 나눠 먹고 싶어진다. 깨끗하게 씻어 봉지에 담아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에게 주면서 텃밭에서 기른 채소라고 얘기한다. 이웃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좋아한다. 다음 날 복도에서 만난 이웃은 채소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도 해 준다. 몇 번 더 이렇게 채소를 이웃과 나눈 후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부인으로부터 질문과 충고를 하나 받는다. 그 이웃은 자신의 똥으로 비료를 하여 채소를 만든 것을 알고 있냐는 것이고 어쩌면 그걸 알면 채소를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텃밭에서 농사지어 수확한 채소를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불법행위인가? 법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것이 불법행위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웃에게 자신의 똥으로 퇴비를 하여 농사한 채소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이후 이를 알게 된 이웃이 불쾌해 할 수는 있을듯 하다. 그 사람의 부인은 이를 걱정한 것일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농사가 잘 되어 이웃과 나눠먹는 수준을 넘어 가까운 채소가게에 가서 자신이 농사한 채소를 팔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자신이 수확한 채소를 만약 판다면 불법인가 또는 합법적인 판매인가? 이 질문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법이 따로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그 사람이 판 채소를 먹고 배탈이 나서 이를 문제 삼을 경우, 판매자의 똥으로 퇴비하여 농사한 채소를 판 행위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농부들이 하는 방식으로 농사 짓지 않은 결과로 수확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이를 보호해 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국가가 국가의 이름, 정부의 이름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프로페셔널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비료, 퇴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가는 법의 테두리 속에서 그 비료와 퇴비로 생산된 농산물을 보호한다. 누군가 국가가 보장하는 테두리를 벗어나 자신의 방법으로 똥 누고 퇴비 만들어 농사짓고 살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의 자유이고 권리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경우 국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행위들이 야기할 수 있는 분쟁을 국가는 무질서라고 이해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쓰레기와 폐기물 없는 사회공동체 역시 시스템이 만든다.
쓰레기와 폐기물 없는 사회공동체 역시 시스템이 만든다.

“국가법이 자격증 통해 허락한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보장하는
안전 속에서 살고 있는 것“

미국 토목공학회 윤리강령 기본조항 1조는 “공학자는 공공의 안전, 건강, 그리고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토목공학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 즉, 시민공학인데, 미국 남북전쟁 후 군이 주도하지 않는 민간차원에서의 공학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쟁 후 미국 내 대학에 생긴 최초의 공학 학과는 다름 아닌 시민공학과였다. 우리나라에서 시민공학을 토목공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의 영향인데, 흙 “토”, 나무 “목”을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다. 흙이라는 기반 위에 나무 등으로 집, 사회시설물 등을 건설한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시민공학인 토목공학에서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이 분리되었다. 토목공학은 전쟁 수행목적이 아닌 시민과 공공을 위한 공학의 시초였다는 점에서 미국토목공학회의 윤리조항은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공학자뿐만 아니라 공학자 전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윤리조항에서 공학자는 공공의 안정, 건강, 그리고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회 공학자는 어떤 일을 담당하는 전문가인가? 전문가는 영어로 프로페셔널인데, 프로페셔널은 여러 의미가 들어가 있다. 먼저 그들은 돈을 받고 일한다. 그들을 특징짓는 전문지식으로 일한다. 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들은 국가가 인정하는 라이센스를 가진다. 프로페셔널의 자격은 국가가 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일에 능통하여 프로페셔널하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용없고 오직 국가만이 라이센스, 자격증을 통해 인정해 줄 수 있다. 의사는 국가가 인정하는 의사자격증을 가진 프로페셔널이다. 약사, 변호사, 회계사, 교사가 그렇다. 공학자도 기사, 기술사라는 국가가 인정하고 관리하는 자격증을 가진 프로페셔널이다. 국가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공학자가 시민들을 위해, 돈을 받고 일 할 수 있지만 그들이 만든 시설은 국가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누군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개울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지었다고 해 보자.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국가의 차원에서 그 다리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가 인정하는 공학자가 다리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리를 지은 사람이 범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인프라 시설은 국가 자격증을 가진 공학자가 만든 것이다. 누군가 땅이 있어 집을 건축사가 설계하고 건설업체가 법에 따라 짓지 않고 자신이고 싶은 대로 지어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를 대개 우리는 불법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반적인 인식은 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가졌으면 한다. 자신의 땅에 자신이 좋아하는 집을 자신이 짓고 사는데 불법이라는 멍에를 가져야 하는가? 이 보다는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집을 지을 수 있는 국가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집을 지었으니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국가가 해 주지 않는다. 그 집을 이용하여 상점, 민박 등을 하는 것은 힘들고 불법일 수 있는데, 이유는 집의 안전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자신의 땅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자신이 직접 지어 사는 것은 불법이라기보다는 법적 절차에 따라 짓지 않은 것일 뿐이다. 즉, 범법이 아니라 절차를 지키지는 않았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듯 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국가의 법이 자격증을 통해 허락한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보장하는 안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공학자만이 아니다. 국가가 자격증을 통해 인정해준 의료, 건강, 교육 서비스도 우리는 받고 있다. 합법적인 위생, 건강, 교육, 복지를 자격증을 갖춘 프로페셔널 공학자, 의사, 약사, 교사를 통해 받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 돈을 내고 주고받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프로페셔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만나는 것들 중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라이센스로 운영되지 않은 서비스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도로도 토목공학자가 설계하고 시공했다. 도시 속을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중교통 버스운전, 전철운전도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만약 자전거 뒷자리에 다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해 주고 요금을 받는 일을 하는 직업이 생긴다면 자전거 운전자격증이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 도시의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드론택시가 정말 생긴다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드론운행 자격증이 분명 생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고, 아침밥에 마련하는데 이용되는, 그리고 샤워하는, 용변을 보고 수세식화장실에서 사용되는 수돗물도 국가가 보장하는 안전한 물이다. 샤워한 물, 화장실 물을 내려 보내는 하수관, 하수관의 끝에 위치한 하수처리장도 프로페셔널 공학자가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가를 대신하여 제공하였다. 국가는 국민에게 안전, 건강을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의무와 함께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도 한다. 국가의 인정을 받은 프로페셔널 공학자는 이를 담당한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전기, 위생 등 생활필수품을 국가로부터 제공받고 그 비용을 부담한다. 국가는 인프라를 통해 이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 인프라는 프로페셔널 공학자들을 통해 건설, 운영된다. 똥도 예외가 아니다. 똥도 국가 인프라 시설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하수처리장이 아닌 다른 대안적 방법 해결책은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와 함께”

국가와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를 통해 위생을 보장하는 인프라를 거부하고 다른 방법을 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수처리장 인프라 아닌 방법으로 자신의 똥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국가 인프라인 고속도로, 철도, 항공을 이용하지 않고 먼 길을 이동해 광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것과 유사한 일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시장경제 인프라인 돈을 쓰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개인 차원이 아닌 큰 움직임으로 똥을 하수처리장이 아닌 다른 대안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져 하며 국가가 승인한 프로페셔널 공학자와 함께 해야 한다. 똥에 대한 처리, 이용, 가치를 우리 사회에서 실현하는 것은 이렇듯 쉽지 않다. 인프라가 아닌 기반으로써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하수처리 인프라는 오랜 기간 정착되어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도로 없는 교통, 돈 없는 경제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정도의 큰 변화일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 기술을 담당하는 프로페셔널 공학자, 그리고 무엇보다 다수의 시민과 국민들의 인정과 의지가 필요하다. 시민들과 국민들이 거부하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어도 힘들겠지만, 시민들과 국민들이 원하면 정부가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큰 복병들이 여럿 숨어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제성이라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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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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