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7. 똥, 기여한 만큼 돌려받다
[똥본위화폐] 7. 똥, 기여한 만큼 돌려받다
  • 조재원 울산과기원 교수
  • 승인 2021.05.10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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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시스템, 에너지 체계와도 연계, 합리적인 경제적 가치 확보 가능할 것"

똥에 여러 가지 다른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살펴보았다. 더러운 것이므로 치워버려야 할 필요성이 가져다 준 뱃즈로서의 가치도 있고 바이오에너지와 퇴비의 원료로써의 굿즈 가치도 있다. 우선 이러한 똥의 여러 정량적 가치를 살펴보는 것도 똥의 여러 다른 가치들을 살펴보기 이전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사이언스월든에서 연구한 결과, 똥 에너지를 100가구를 기준으로 관련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수익의 비율이 약 0.8 정도 되었다. 이를 B/C 라고 한다. 여기서, B는 수익Benefit이고, C는 비용Cost이다. 즉, 비용이 수익보다 조금 높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경제성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공공시설물은 비용이 수익보다 높은 경우가 많으며, 하수, 상수 등 시민들의 안전과 공공성이 높은 사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똥 에너지 시스템을 공공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시민들이 납부하고 있는 하수처리요금을 지금과 같이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똥, 오줌을 하수로 내보내지 않고 물을 아껴 대폭 줄어든 하수처리와 새롭게 만들어질 똥 에너지 시스템을 연계하여 시민들의 하수도사용료를 활용하여 운영할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은 150~800그램 정도이다. 이로부터 평균 20~50리터의 메탄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0.2~0.5kWh 전기에 해당된다. 승용차형 전기자동차가 약 2.5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량이다. 똥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다. 이를 10꿀이라 정하고 다른 가치들의 척도 기준으로 똥본위화폐는 사용한다. 가치가 다른 가치들에 둘러싸여 어울러질 때 의미가 증폭되어, 사회적 가치, 가치 너머 가치가 새롭게 생긴다. 똥본위화폐의 비전이다.



이 부분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야겠지만 현재의 과학기술과 기후변화 위기대응 시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대신, 똥 바이오에너지, 퇴비로 생기는 수익은 고스란히 사회의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할 수도 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금의 하수처리비용은 위생상 반드시 처리해야하는 똥과 오줌, 하수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지금의 수준으로 시민들은 비용을 계속 부담한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수세식화장실을 근간으로 하는 하수처리 시설을,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똥을 분해하여 바이오에너지와 퇴비를 만드는 과정을 포함하는 기반시설로 변경한다면, 위생은 지금과 유사하게 또는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도, 똥 에너지, 퇴비의 수익을 덤으로 얻게 된다. 이를 다른 재원으로 사회에 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이 하나 생긴 셈이다. 이 수익은 세금으로부터 마련된 것이 아니며 시민들이 동의하고 참여해 주었기 때문에 생긴 수익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지불의사선호접근법을 이용한 경제성 분석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똥 에너지 시스템에 동의하고 참여해 준다면 덤으로 생기는 것들이 있다.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아낄 수 있다. 하루 우리는 20번 이상의 똥, 오줌을 누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물을 내린다. 한번 내리면 10리터 이상의 물이 사용된다.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바이오에너지, 퇴비 생산용 화장실을 이용하면 꽤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많은 양의 생활용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설사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하수처리장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이다. 샤워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빨래도 한다. 이렇게 사용된 후 버려진 하수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똥과 오줌이 포함되지 않은 하수는 오염정도가 훨씬 양호하다. 만약 하수에 똥과 오줌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자연습지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인공습지 시설에 하수를 흘려보내도 어렵지 않게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인공습지 하수처리장은 지금의 하수처리장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운영비가 거의 없으며, 모습이 자연 속 습지와 유사하다. 똥, 오줌이 포함된 하수의 경우에도 중소규모인 경우에는 하수처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습지에서 처리하는 것을 유럽연합국들에서는 추천하기도 한다. 체코 프라하의 도시하수처리장은 인공습지만을 이용하여 하수를 처리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산 남원 산내면 작은 마을이라는 곳에서는 22가구가 똥오줌을 분리하여 처리하는 생태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머지 생활하수는 인공습지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데, 처리된 하수의 수질이 마을을 관통하여 흐르는 개천의 수질과 유사하든지 오히려 양호하다. 대략 계산해도 대도시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하수 내 질소오염물질의 약 30~40%가 똥, 오줌이다. 똥, 오줌을 수세식화장실을 통해 하수로 보내지 않으면 우리 사회 위생시스템 자체를 많이 바꿀 수 있다.



똥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똥본위화폐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똥이 아닙니다"



똥, 오줌과 생활하수를 합쳐서 받아 처리하는 지금의 하수처리장도 생물학적 처리공정을 이용하므로 이 과정에서도 바이오에너지와 퇴비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즉, 굳이 지금 그대로의 위생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운영해도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생물소화조를 하수처리장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데 미생물소화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혐기성미생물의 먹이는 물이 많은 하수보다는 물의 양이 적어 거의 죽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죽과 같은 먹이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하수처리장에서는 하수에서 물을 제거하는 탈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하수관에서 똥은 물과 합쳤는데 이제 다시 물과 분리해야하는 것이다. 소화조에서 바이오 에너지를 만드는데 똥을 직접 이용하는 것이 하수처리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유리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하수 내에는 미생물이 싫어하는, 때로는 미생물에게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런 독성물질들이 비록 다른 하수들과 섞여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다 하더라도 미생물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퇴비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하수 속에 포함되어 있는 독성물질, 중금속 때문에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농업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하수, 폐수, 똥, 오줌을 모두 합쳐서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은 이렇듯 인근 강과 바다로 방류수 관련 수질법을 지키면서 방류하는 것 이외의 다른 에너지 회수, 퇴비생산 등을 고려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제 왜 퇴비가게에는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는 팔고 있지만 사람 똥으로 만든 퇴비는 없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사람 똥으로 만든 퇴비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똥은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독성물질, 중금속이 포함된 하수, 폐수와 합쳐져서 처리되기 때문에 퇴비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농업용 퇴비에 대한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우리는 큰 편견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즉,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는 농사에 활용가능하고 사람 똥, 인분으로 만든 퇴비는 좋지 않다는 오해이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가축들은 사료를 먹고 대부분 공장식 축사에서 겨우 생존하지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 가축의 똥에 비해 사람의 똥이 유기물, 영양분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축들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항생제에 노출되어 있다. 공장식 축사 환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병, 스트레스로 인한 병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항생제를 가축들에게 먹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축의 똥에는 항생제가 잔류하여 남아 있으며 가축들의 간, 대장 등에서 대사 작용을 거친 항생제 대사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가축에게 먹이는 항생제는 사람들에게 조제할 수 있는 항생제와는 다른 것이며 항생제 대사물질은 어떤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런 면을 고려하면 가축분뇨보다 사람의 똥이 훨씬 양호한 퇴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지금의 수세식화장실을 바이오에너지와 퇴비 연계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술적, 경제편익 측면에서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지, 즉, 위생시스템이 바뀌었을 때 시민들의 해당 비용을 지불한다는 의지가 높을 경우에는 추가되는 경제성 논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물 절약, 바이오에너지 활용, 인분퇴비 생산 등을 고려했을 때 사회 위생시스템, 에너지 체계와도 연계 가능한 충분히 합리적인 경제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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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은 150~800그램 정도이다. 이로부터 평균 20~50리터의 메탄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0.2~0.5kWh 전기에 해당된다. 승용차형 전기자동차가 약 2.5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량이다. 똥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다. 이를 10꿀이라 정하고 다른 가치들의 척도 기준으로 똥본위화폐는 사용한다. 가치가 다른 가치들에 둘러싸여 어울러질 때 의미가 증폭되어, 사회적 가치, 가치 너머 가치가 새롭게 생긴다. 똥본위화폐의 비전이다.

이 부분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야겠지만 현재의 과학기술과 기후변화 위기대응 시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대신, 똥 바이오에너지, 퇴비로 생기는 수익은 고스란히 사회의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할 수도 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금의 하수처리비용은 위생상 반드시 처리해야하는 똥과 오줌, 하수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지금의 수준으로 시민들은 비용을 계속 부담한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수세식화장실을 근간으로 하는 하수처리 시설을,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똥을 분해하여 바이오에너지와 퇴비를 만드는 과정을 포함하는 기반시설로 변경한다면, 위생은 지금과 유사하게 또는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도, 똥 에너지, 퇴비의 수익을 덤으로 얻게 된다. 이를 다른 재원으로 사회에 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이 하나 생긴 셈이다. 이 수익은 세금으로부터 마련된 것이 아니며 시민들이 동의하고 참여해 주었기 때문에 생긴 수익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지불의사선호접근법을 이용한 경제성 분석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똥 에너지 시스템에 동의하고 참여해 준다면 덤으로 생기는 것들이 있다.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아낄 수 있다. 하루 우리는 20번 이상의 똥, 오줌을 누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물을 내린다. 한번 내리면 10리터 이상의 물이 사용된다.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바이오에너지, 퇴비 생산용 화장실을 이용하면 꽤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많은 양의 생활용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설사 수세식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하수처리장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이다. 샤워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빨래도 한다. 이렇게 사용된 후 버려진 하수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똥과 오줌이 포함되지 않은 하수는 오염정도가 훨씬 양호하다. 만약 하수에 똥과 오줌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자연습지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인공습지 시설에 하수를 흘려보내도 어렵지 않게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인공습지 하수처리장은 지금의 하수처리장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운영비가 거의 없으며, 모습이 자연 속 습지와 유사하다. 똥, 오줌이 포함된 하수의 경우에도 중소규모인 경우에는 하수처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습지에서 처리하는 것을 유럽연합국들에서는 추천하기도 한다. 체코 프라하의 도시하수처리장은 인공습지만을 이용하여 하수를 처리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산 남원 산내면 작은 마을이라는 곳에서는 22가구가 똥오줌을 분리하여 처리하는 생태화장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머지 생활하수는 인공습지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데, 처리된 하수의 수질이 마을을 관통하여 흐르는 개천의 수질과 유사하든지 오히려 양호하다. 대략 계산해도 대도시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하수 내 질소오염물질의 약 30~40%가 똥, 오줌이다. 똥, 오줌을 수세식화장실을 통해 하수로 보내지 않으면 우리 사회 위생시스템 자체를 많이 바꿀 수 있다.

똥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똥본위화폐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똥이 아닙니다"
똥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똥본위화폐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똥이 아닙니다"

똥, 오줌과 생활하수를 합쳐서 받아 처리하는 지금의 하수처리장도 생물학적 처리공정을 이용하므로 이 과정에서도 바이오에너지와 퇴비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즉, 굳이 지금 그대로의 위생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운영해도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생물소화조를 하수처리장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데 미생물소화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혐기성미생물의 먹이는 물이 많은 하수보다는 물의 양이 적어 거의 죽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죽과 같은 먹이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하수처리장에서는 하수에서 물을 제거하는 탈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하수관에서 똥은 물과 합쳤는데 이제 다시 물과 분리해야하는 것이다. 소화조에서 바이오 에너지를 만드는데 똥을 직접 이용하는 것이 하수처리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유리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하수 내에는 미생물이 싫어하는, 때로는 미생물에게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런 독성물질들이 비록 다른 하수들과 섞여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다 하더라도 미생물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퇴비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하수 속에 포함되어 있는 독성물질, 중금속 때문에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농업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하수, 폐수, 똥, 오줌을 모두 합쳐서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은 이렇듯 인근 강과 바다로 방류수 관련 수질법을 지키면서 방류하는 것 이외의 다른 에너지 회수, 퇴비생산 등을 고려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제 왜 퇴비가게에는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는 팔고 있지만 사람 똥으로 만든 퇴비는 없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사람 똥으로 만든 퇴비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똥은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독성물질, 중금속이 포함된 하수, 폐수와 합쳐져서 처리되기 때문에 퇴비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농업용 퇴비에 대한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우리는 큰 편견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즉,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는 농사에 활용가능하고 사람 똥, 인분으로 만든 퇴비는 좋지 않다는 오해이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가축들은 사료를 먹고 대부분 공장식 축사에서 겨우 생존하지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 가축의 똥에 비해 사람의 똥이 유기물, 영양분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축들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항생제에 노출되어 있다. 공장식 축사 환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병, 스트레스로 인한 병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항생제를 가축들에게 먹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축의 똥에는 항생제가 잔류하여 남아 있으며 가축들의 간, 대장 등에서 대사 작용을 거친 항생제 대사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가축에게 먹이는 항생제는 사람들에게 조제할 수 있는 항생제와는 다른 것이며 항생제 대사물질은 어떤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런 면을 고려하면 가축분뇨보다 사람의 똥이 훨씬 양호한 퇴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지금의 수세식화장실을 바이오에너지와 퇴비 연계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술적, 경제편익 측면에서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지, 즉, 위생시스템이 바뀌었을 때 시민들의 해당 비용을 지불한다는 의지가 높을 경우에는 추가되는 경제성 논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물 절약, 바이오에너지 활용, 인분퇴비 생산 등을 고려했을 때 사회 위생시스템, 에너지 체계와도 연계 가능한 충분히 합리적인 경제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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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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