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영 작가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 ​​​​​​​
정윤영 작가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 ​​​​​​​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1.04.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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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까지 갤러리 도올

정윤영 작가가 다음달 2일까지 갤러리 도올에서 7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불투명한 중첩’ 주제로 열리는 전시를 통해 모두 16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회화를 공부한 작가는 작품에 ‘같지만 다른’ 개별적인 생의 흔적들을 중첩하여 그렸다. 작가의 이번 작업은 형상성이나 상징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색 위에 색, 면과 면이 만나 겹을 이루는 작업은 이제 닮음의 형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붓질의 흔적과 미묘하게 번지는 색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물감층은 다채롭게 어떤 것을 나타내려 하다가도 정해진 모양은 드러나지 않는다. 추상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며 공간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미생물의 모습처럼 미세하다가 어느새 부유하며 잡히지 않는 흐름처럼 역동적인 면도 드러난다. 반복적인 모습의 움직임과 자유로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색채는 어우러진다.

작가가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며 몸으로 느낀 존재의 연약함은 체험과 기억으로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작 ‘untitled(무제)’ 연작은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약 1년여 시간 동안 서울 집과 강원도 양구의 작업실을 오가며 꾸준히 작업한 결과물로, 생명의 유한함을 확인하고 계속되는 삶에 현재 존재의 표현으로 실존에 대하여 담담하고 온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다음은 정윤영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나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삶을 돌보는 태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에게 있어서 삶의 질곡 속에서도 삶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진실되게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개인적인 투병 경험에서 이어진 불완전한 생의 단면, 그 상실과 결여로 얼룩진 미완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는 일은 때때로 비천함이 따르지만, 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삶 속 매 순간마다 돌이켜보면 죽음을 견뎌내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어쩐지 애잔하다. 나의 작업은 유한한 생명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되살려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기보다는 회상과 조형 활동을 통해 모순된 감정의 층위를 새롭게 돌아보고 그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갖추어가는 과정이다. 예정된 의도 안에서 움직이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대신, 화면 위 중첩 속에서 의미를 비껴가며 미지의 차원을 다시 열고 덧입힌다. 작품 속 화면은 짙고 깊은 암흑이라기보다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호한 대상들과 순응과 저항 사이의 미묘한 상태를 담아내고, 그리다 만 것 같은 미숙한 표현이지만 맑고 투명하게 물든 어떤 그늘을 형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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