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대북지원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 이혜조
  • 승인 2008.05.26 16: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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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08년 5월 평양풍경…MBC 병충해 방재 현장참관기



지난해부터 3개년 계획으로 시행하는 '북한산림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남한의 전문인력과 MBC, 겨레의 숲,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21일 인천공항을 떠나 중국 선양(瀋陽)공항을 거쳐 오후 5시쯤 평양공항(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한국적의 고려항공기는 남측에서 간 또 다른 일행과 일부 북측 인사를 제외하고는 중국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업차 평양에 들어들 간다고 했다. 두시간 거리를 아침 7시부터 거의 10시간을 걸려 도착했다.

비행기는 좌우 3열씩 6명이 앉을 수 있었다. 스튜어디어스들은 유창한 중국어와 우리말을 동시에 구사했다. 생수와 배로 만든 사이다, 중국 상표가 붙어 있는 코카콜라를 기내에서 서비스했다. 이륙 20여분후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국경선인 압록강을 넘는다는 얘기와 북한 체제에 관한 간단한 선전이 이어졌다.

평양공항에 착륙한 비행기는 한 20여분을 활주로로 움직였다. 드디어 김대중 대통령이 트랙에 서서 손을 흔들던 그 장소가 나타났다.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선명하게 세워져 있고 평양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양임을 실감케하는 순간이었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간부 등 2명의 북한 참사의 안내로 대기중이던 미니버스에 올랐다. 숙소인 보통강여관으로 옮기는 중 길가에 늘어선 포퓰러 나무가 이색적이었다. 평양에는 5월에 눈이 내렸다. 개화한 나무에서 종자를 실은 하얀뭉치들이 눈처럼 내렸다.

일행이 묵을 보통강여관은 대동강의 지류인 보통강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평양에 있는 3곳의 국제호텔중 한 곳이다. 박경철 민화협 부의장이 마련한 환영 만찬이 호텔 1층에서 펼쳐졌다. 접대원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쉴새없이 내왔다.

다음날인 22일 낯설은 풍경에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뿌연 안개가 깔린 보통강 너머로 류경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105층 높이인 이 건물은 수년째 짓고 있다고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여러번 하다말다를 반복하고 있다. 6시가 조금 지나자 전차들이 바삐 움직였다. 새벽부터 유일하게 평양시내를 움직이는 이동수단 같았다. 평양 시내의 건물은 규모면에서 다들 엄청났다. 굳이 류경호텔이 아니더라도 주체사상탑이며 양강도호텔이며 김일성종합대학, 무수한 체육관 공연장들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소나무 방재 작업에 북측 연신 "고맙습네다"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끝내고 다시 미니버스에 올랐다. 동명왕릉묘에 도착해 소나무 방제작업을 했다. 방제작업에 앞서 동명왕릉묘 앞에 위치한 정릉사에서 참배했다. 고려고분 벽화의 양식을 재현한 사찰이었다. 제주도 소나무를 비롯해 끝없이 펼쳐진 송림에서 방재작업을 했다. 북한 소나무들에는 솔나방(송충이)과 솔잎혹파리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았다. 북측은 지난해 도움으로 아직도 동명왕릉 일대 소나무가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방문단을 추켜세웠다. 이곳은 지난해 MBC드라마 '주몽' 의 주역배우들이 와서 참관하고 방제작업에 동참했던 곳이다.



MBC, 겨레의숲, 우리민족서로돕기 등의 단체들이 펼친 방제사업에 북측은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방제작업을 지난해부터 펼쳐왔던 동명왕릉와 주변의 숲은 많이 달라보였다. 붉게 타들어 가는 소나무들이 건너편 숲속에서 많이 목격됐다. 북측 인사들은 남한의 도움에 감사하며 더 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는 "북측에 와서 송충이를 처음 본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교와 금성학원을 방문했다. 두 학교는 평양의 자랑거리답게 교육에 열정적이었다. 금성학원에서는 일행들을 위해 특별 공연까지 마련했다. 공연을 한 학생 가운데 한명은 이미 8살 때 서울에서 공영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굵직한 목소리의 이 여학생은 그들의 유행가이자 대중음악인 '청춘'을 열창했다.

이동하면서 본 거리들은 한산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전동차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지 창문을 활짝 연채로 운영했다. 80년대 남측 시골의 만원 버스를 연상케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긴 행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휘발유나 경유로 움직이는 승용차들은 평양시내에서 간간히 포착될 뿐이었다. 주유소도 한산했다. 시내의 교차로는 예외없이 정복차림의 여성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북측 안내원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순간 판단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능해 교통정리를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전력난 기름난 '실감'

평양시내에서 5분거리만 나가도 광활한 평야가 나타났다. 대동강 유역이 북측의 곡창지대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트랙터나 이앙기는 거의 보이지 않고 소를 이용한 쟁기들로 써래질을 하고 있었다. 모내기도 거의 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수십명의 주민들이 모내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모내기 전투'라고 불렀다. 이앙기 몇대면 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거리에서 희희락락 거리며 즐거워하는 것은 역시 6~7세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어디서나 그러하듯 순진무구해 보였다. 이발관 앞과 마을 어귀들에서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뛰어놀고 있었다. 거리의 아스팔트들은 곳곳이 움푹 패여있었다. 움품 패인 곳을 피하기 위해 일행을 태운 미니버스는 중앙선을 넘기 일쑤였다. 그래도 워낙 차량이 드물어 사고의 위험은 없었다. 전동버스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길가에는 전동버스를 기다리다 일행이 탄 미니버스를 세우는 이들도 있었다.

중학생 이상으로 보이는 학생들은 대동강 한가운데 있는 능라도의 5.1경기장과 맞은편 김일성 광장을 꽉 매운채 뭔가를 연습중이었다. 북측 안내원이 아리랑 축전을 준비중이라고 귀뜸했다. 수백명 때로는 수천명씩 모여 율동이나 매스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8월 15일부터 열리는 축전을 지금부터 준비중인 것이다. 북측 안내원들도 유독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경계했다. 뙤약볕에서 꽤 연습한 듯 아이들의 얼굴은 남여를 가리지 않고 구리빛이었다.

조계종의 대북사업 중단에 실망감

평양 주변을 관람하는 동안 금강산 신계사와 개성 영통사에 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조계종과 천태종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두 대북 사업은 지금 거의 막을 내렸다. 심지어 신계사 앞으로 지날 때 관광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민화협 관계자는 "조불련에서 하는 사업이라 민화협에서 구체적으로 말은 못하겠다"면서도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셋째날 북한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서해갑문을 방문했다. 평양에서 한시간 거리인 남포시를 접어들자 서해갑문이 위용을 드러냈다. 평양과 남포를 오가는 왕복 10차선 도로는 몇대밖에 다니지 않는 차들 때문인지 엄청 넓어보였다. 이어 평양시내로 다시 들어가 개선문과 대동강가에 전시한 푸에블로호를 관람했다. 북한으로서는 대단한 자랑거리였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단체로 1968년에 나포한 이 함정을 관람중이었다.



개선역 앞에 있는 개선문도 위용을 자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울밀대와 모란봉 봉우리가 보일락말락하는 개선문 광장에서도 수많은 학생들이 아리랑 축전 공연을 준비중이었다.

오후에 인민영웅을 비롯한 서커스단이 나와서 펼치는 평양교예단 공연을 관람했다. 초등학생(보통학교 학생)을 비롯한 성인들까지 1,000여명이 공연을 즐겼다. 손에 땀을 쥐게 한 공연을 보는 동안 북한의 초등학생들은 연신 비명을 지르며 즐겼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영담 스님은 "북측의 산림이 병충해로 피해를 입으면 고스란히 남한에 피해가 올 수밖에 없는데 숲과 직결된 조계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조민성 겨레의숲 사무처장은 "조림산업에 많은 돈을 쓰는 것도 좋지만 산림을 보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인내를 가지고 도움을 계속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평양 =  이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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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라 2008-05-28 09:16:13
불교계가 명박이 눈치보고 줏대없이 대북교류 중단했지??
정말 정치력이라곤 없는 사람들이 조게종같군.

대북교류 시작되면 불교계는 이제 완전 소외될 것이다, 두고보셔.
기독교계 통해서 대북교류 시작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김일성대학 버금가는 기독교대학 북한에 설립한다는데
이런 기독교를 지관당같은 늙은 불교 지도자가 상대한다는 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이명박 정권에서 불교계 하는 짓거리보면 그냥 어이가 없다.
거기다 세민이같은 저런 중을 조계사 주지로 임명한다니...

남북 2008-05-27 22:03:30
조계종은 정부의 강경책에 흔들리지 말고
교류를 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찾길 바랍니다.
더 발전적인 방법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놓아선 안됩니다.
남과북이 영영 남이 되지 않도록 끈을 이어주십시오.

지지부진 2008-05-27 08:27:03
현 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인하 불교조계종 마저 공식 활동이 중단한 상태이다. 이번 방북사업은 의미가 있다. 기자는 조그만 내용이라도 연속기사화 하여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 및 발전에 기여해야한다.

혹시나? 2008-05-26 23:08:54
사서실은 이런 내용을 원장스님께 보고하여 북한의 조림및 육림사업에 종단적 도움이 있어야겠다!!
이선수들 제정신 박힌 사람 없는데...두고보지,혹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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