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케이빌리지(K-Village)시대를 상상한다
[기고] 케이빌리지(K-Village)시대를 상상한다
  • 이원영
  • 승인 2021.04.06 09:2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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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력으로 지구촌과 교감하는 21세기 칭기스칸
Solar Cow라는 태양광장치에 아이들이 등교해서 단말기를 꽂는다. 그러면 낮시간에 공부하는 동안 충전이 된다. 집에 가져가면 부모님의 휴대폰도 충전시키고 등불역할도 한다. @YOLK



 

1. 한류의 진면목, ‘경험의 공유’

“안녕하세요~” 
인도 캘커타를 벗어난 어느 겨울길을 걷고 있자니, 눈에 익은 한국브랜드의 흰 차의 차창이 열리면서 누군가 한국어 인사를 건넨다. 필자의 몸과 배낭에 적힌 SOUTH KOREA 를 본 것이다. 차에서 내린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5년간 건설일을 했다고 소개하면서, 지금 인도에서 하수도공사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번창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 전에 베트남을 걸을 때는, 한국에서 가구제작일을 하다가 귀국한 후 가구제작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이도 만났다. 그의 집에 초청받아 저녁식사로 환대받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한국음식의 조리를 서울에서 배워온 현지인들이 하고 있는 식당을 만났는데, 손님이 꽉 찰 정도의 성황도 보았다.
필자가 2017년 봄 서울을 떠나 20개 나라를 걸으면서 한국을 다녀간 이들의 이 사례들은 가히 ‘경험을 공유하는 한류’라고 이름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직접 진출해서 뭔가를 공유한 사례도 듣게 된다. 서울시OO구의 도시계획국장을 은퇴한 후 몽골에 가서 행정경험을 강의한 이가 있는가 하면, 필자가 속한 대학의 토목공학과를 정년퇴임한 후 캄보디아에 가서 토목기술 전수의 봉사를 한 선배교수도 있다. 
최근 감명깊었던 사례는, 재작년 타임즈(TIMES)에서 발명상을 받은 Solar Cow 이야기다. 우리나라 젊은 스타트업 태양광업체인 YOLK가 아프리카 아이들 등교를 돕는 충전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한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도 휴대폰이 필수인 세상이 되었지만, 정작 휴대폰을 충전시키는 전기공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던 차에, 학교에 충전시설을 만들어 준 것이다. 아이들이 등교해서 낮시간에 공부하는 동안 단말기에 충전한 후 집에 가져가면 부모님의 휴대폰을 충전하기도 하고 등불역할도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학교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 다니면 읽고 쓰기와 셈하기를 배우면서 친구도 사귀고 집단생활의 경험도 공유한다. 이는 예사일이 아니다. 사회전체의 역량이 커지고 발전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넘어선 인류차원의 공익활동이다. 
경험의 공유에는 또하나의 장르가 있다. 민주주의 경험이다. 경제성장모델보다 인류에의 공헌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화과정에서 시민사회가 해온 스토리도 있다. 지구촌 모든 이에게 의미가 있다. 







 


2. 지구촌모델이 될 수 없는 유럽형 농업

필자가 그리스에서 북마케도니아와 불가리아를 거쳐 세르비아까지 약 1천키로를 걸으면서 관찰한 것은 이들 지역의 농토에는 물을 담수한 곳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 밀농사와 목축의 특징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모여사는 동네에는 정육점이 한 집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식사로 먹는 고기의 양이 많은 편이다. 고기가 주식이고 빵이 부식으로 여겨질 정도다. 육식문화는 목축으로 인해 토양생태계의 힘을 약화시킨다. 순환이 아닌 일방적 침식이 진행된다. 장기적으로는 토양유실과 사막화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토양이 머금고 있던 온실가스가 대기로 달아난다. 목축을 위한 초지를 만드려면 숲을 없앨 수밖에 없다. 
숲을 없애면 빗물을 담아둘 수 없고 토양은 척박해진다. 밀농사는 물을 담수하지 않으므로 생태계에 이롭지 않을 뿐더러 연작도 어렵다. 인구부양능력도 벼농사보다 훨씬 적다. 겨울철에도 식생활에 문제가 있다. 신선한 야채를 먹으려는 욕구가 시설재배를 촉진시키고 석유에 의한 농업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일찍이 유럽인구가 팽창하면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어 진출한 것은 이유가 있다. 유럽땅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 문제는 그 라이프스타일이 식민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이런 식문화로는 많은 인구가 먹고 살 수 없다. 지구가 몇 개라도 모자란다. 유럽은 모델이 될 수 없다. 미국이나 호주 등 유럽을 본뜬 지구촌 나라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과거 거주인구가 수억을 넘지 못했을 문명발상지들이 경작방식을 잘못 택하면서 사막으로 바뀌었다. 70억이 넘는 지금은 아차 하는 순간에 지구가 거덜 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것은 인류생존의 문제다.







 


3. 벼농사와 숲이 지구를 구한다

얼마전 강원대 연구팀은 벼농사에서 물을 효과적으로 적게 사용하면 메탄가스 발생을 1/3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서양학자들이 아시아의 벼농사를 비판할 때 흔히 인용하는 것이 논물을 오래 담가두면 호기성미생물 등의 사체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많아서 기후에 해롭다는 것이었다. 논생태계가 이산화탄소를 훨씬 많이 저장해두면서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있음에도 그 작은 단점을 침소봉대해서 벼농사의 효과를 폄하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실 한국에는 태평농법, 일본에는 자연순환농법 등과 같이 물을 훨씬 적게 쓰고도 토양을 살려가며 벼를 재배하는 기술도 나온지 오래다. 이젠 건조지역 사람도 쌀을 먹기가 어렵지 않다.
벼농사는 인구부양능력이 크다. 같은 면적의 밀농사보다 3배나 되는 인구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지구촌의 벼농사는 우리 민족과 큰 인연이 있다. 1만5천년전의 것으로 판명된 가장 오래된 소래리 재배볍씨가 한반도 남쪽 청원군에서 발견되었다. 
중국에서는 양쯔강 이남에만 가능하다고 했던 벼농사를, 우리가 조선말기 만주에도 옮겨 살면서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을 높인 바 있다. 특히 20세기 전반에 스탈린에 의해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집단이주하면서, 강수량 부족과 추위의 이중고를 뚫고 벼농사를 성공시켰다. 북방한계선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인류문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이다. 최근에는 사막에서의 벼농사성공, 아프리카에서의 벼농사 보급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되고 있다. 
벼농사는 집단적 협업이 중요한 조건이다. 최근 기계식 영농을 하는 곳도 있지만, 지구촌은 협업방식의 노동집약적 영농이 대세다. 물을 관리하는 일, 봄철의 집중적 노동투입 그리고 수확과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마을단위 집단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농사방식이다. 그렇게 형성된 생산성이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린다. 중앙아시아에서의 쾌거도 집단적 이주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또, 한국의 전통벼농사는 공동으로 관리하는 숲 ‘송계산’을 소중하게 다룬다. 땔감과 시초(풀거름, 퇴비)에 대한 주민들의 필요 때문에 마을공유 산림을 운영한다.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적정한 벌채량과 산림조성량을 조절하여 활용한 마을 단위의 자치조직이 바로 ‘송계’다. 화학비료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논농사를 위해서는 바닥풀이, 가을갈이를 위해서는 보리풀이 충분히 필요했는데, 공동체의 규제없이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졌을 경우 황폐화되기 쉽다. 풀이 완연하게 피어나서 자라기까지 기다렸다가 영(令)을 내려 마을 전체가 일제히 풀베기에 들어간다. 
이처럼 숲이 소중히 다뤄지면 담수에 유리하고 자연과의 상생적 관계가 지속된다. 벼농사는 숲보전을 촉진시키고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소요되는 에너지도 적다. 기후위기시대의 문법이자 솔루션이다.







 


4. 케이푸드(K-Food)를 전파하는 기지 

김치와 장류가 지구촌에 뜨고 있다. 한류푸드의 핵심은, 한민족 같은 채식민족이 기나긴 겨울을 발효음식으로 건강하게 지내온 것에 있다. 가을에 수확한 배추와 고추와 마늘로 김장을 담으면 비타민에다가 건강한 발효유산균까지 겨울내내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채소를 먹자고 석유로 시설재배하지 않아도 된다. 콩으로 빚은 메주를 발효시켜 된장과 고추장을 담으면 숙성된 맛의 단백질 ‘소스’가 만들어진다. 이 ‘고추장 소스’도 지구촌 곳곳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콩을 갈아 만든 두부요리도 훌륭한 단백질을 보장한다. 
이런 먹거리는 지속가능하다. 식물성에다가 저장이 쉽다. 에너지낭비가 없다. 영양만점에다 무엇보다 발효의 맛이 뛰어나서 일상적으로 먹게 된다. 물리지 않고 반복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뛰어난 장점이다. 
한류푸드야말로 한류문화의 핵심이다. 예능적 한류는 철따라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입에 배인 맛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이 기후위기의 대책까지 되고 있으니.
이런 식문화의 핵심은 조리의 노하우와 재료에 있고 그것의 전파가 관건이다. 
1)조리의 노하우전수가 문제된다. 유튜브로 김치담그는 조리방식을 가르쳐도, 맛으로 검증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기란 쉽지 않다. 체류형 대면지도가 필요한 부문이다. 된장 고추장 메주도 마찬가지다. 숙성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함께 실습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전수가 제대로 된다. 
2)식재료의 재배가 과제로 된다. 한반도 내에서 재배한다면 질적인 편차가 적겠지만 토양과 기후가 달라지면 맛과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조리의 주체가 직접 재배하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식문화의 전파는 ‘재배’의 전파도 동시에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생활에는 쌀밥이 선호되고 벼농사의 활성화를 기대할 만하다. 토지이용의 효율화와 집약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식문화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유튜브로 배울 때보다 맛을 실감하면서 솜씨를 익힐 수 있는 교실이다. 



담수와 숲을 중시하지 않는 화전농사를 위주로 하는 곳이라면 이런 산불들불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중부아프리카의 불이 난 지역을 표시한 NASA의 지도. 



 


5. 젊은 은퇴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케이빌리지

은퇴후 여생을 즐기는 ‘젊은 오빠’와 ‘젊은 언니’들이 늘고 있다. 이미 90세 수명시대다. 키워드는 건강과 여가와 일(역할)이다. 대도시의 병원을 떠날 수 있는 건강한 몸이라면, 여가의 즐거움과 일(역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중에서도 60대의 젊은 노인은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가령 연금을 받는 교수은퇴자수도 수만을 헤아린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 한국에 머무르고 있어도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만 지구촌에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 가령 일반적인 지식인이라면 소정의 코스를 밟아 한국어교사로 진출할 수 있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봉사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음식, 의복, 건축/온돌, 의료, 보건, 토목, IT, 음악, 무용, 태권도, 디자인, 한국문화, NGO, 농사 등등. 특히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K-Food와 연계하여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역할 혹은 봉사를 통한 기여활동만큼 여가활동의 질도 중요하다. 단순한 해외여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특정한 주제를 찾아 장기체류하는 수요도 많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태투어’도 그중 하나다. 가령 유럽의 고성(古城)탐방과 와이너리를 즐기는 투어라면 케이빌리지와 같은 기지에서 많은 편익을 누릴 수도 있다. 
만약 이런 투어를 뒷받침하는 안심할 수 있는 기지가 있다면, 그리고 비용절감이 가능할뿐더러 여행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동료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집합적 거처가 있다면 더욱 안성맞춤일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적 장기여행에서 한국인만이 겪는 ‘김치의 단절 고통’도 없다. 







 


6. 신개념의 대학 - 케이빌 스쿨(K-Vil School)

코로나19로 비대면수업이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  미네르바 스쿨이 주목받고 있다. 입학이 무척 어려운 소수정예의 온라인강의를 위주로 하는 이 대학은 서울을 위시한 전 세계의 대도시를 캠퍼스로 해서 자유로운 이동의 노매드(nomad)식 대학이다. 첨단의 시대적 이념으로 길러진 이 대학의 졸업생들은 세계일류의 기업이 선호하는 뛰어난 인재로 각광받고 있다. 세상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학모델이다.
그런데 이 모델을 다른 버전으로 변형할 수도 있다. 바로 캠퍼스를 케이빌리지(K-Villlage)같은 곳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대도시 일변도가 아니라, 체류형으로 대면형 수업도 겸할 수 있는 곳이다. 농사와 한류문화를 체험하면서 온라인 학습이 갖지 못했던 오프라인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전공분야를 채택할 수 있다. 그중에는 한국의 경제성장의 경험뿐 아니라 특히 민주화과정에서 시민사회가 해온 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지구촌 모든 이에게 의미가 있다. 한국의 홍익인간 그리고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신도 귀감이 된다. 
생태적 방식의 농사는 기후위기의 강력한 솔루션이다. 이를 몸소 체험할 공간과 시간이 마련된 곳이다. 한류를 제대로 배운다면 그 장점을 지구촌 곳곳에 전파할 수 있다. 지구촌의 여러 케이빌리지들을 학기 혹은 학년마다 이동하여 체류하면서, 그곳을 기지로 하여 방학중에는 그 대륙의 여행과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한국의 인재는 물론 세계의 인재가 함께 어울려 공부한다. 
또 정규대학의 일정한 학점을 상호인정하는 방식으로 연합캠퍼스방식의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가령 국내의 기존대학생들도 이곳에서 학점을 이수하면서 한 학기 내지 두 학기를 머물며 공부할 수 있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케이빌리지(K-Villlage)네트워크 캠퍼스다. 미네르바스쿨과 비견되는 장점이 있는 글로벌 인재가 키워진다. 진일보한 모델의 지구촌 캠퍼스다.







 


7. 에너지전환을 실행하고 전파할 케이빌리지

1995년경부터 지구촌 곳곳에는 GEN(Global Ecovillage Network)이라는 생태마을들의 네트워크가  있어 왔다. ‘생태마을’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지속가능한 사회환경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을들이다. 그런 의식을 갖는 케이빌리지(K-Villlage)는 이런 생태마을에 공조하면서도 현실의 지구촌을 적극적으로 바꿔가는 모범을 보일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그 능력중에는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기술력이 핵심이다. 원칙적으로 케이빌리지는 에너지자립마을이다. 외부에서 전기줄이 들어올 필요가 없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청에 6년전쯤 방문했을 때 에너지전환담당자가 자신의 한국산 휴대폰을 꺼내어, “이런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앞서나가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에너지전환을 하겠나?” 라면서 한국의 탈원전에 대해서는 낙관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기술은 잠깐만 한 눈을 팔아도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팬데믹에 제조업을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 나라가 매우 적음이 드러나고 있고, 그중에 신뢰받는 나라는 한국을 위시해서 극소수임이 확인되었다. 5천만의 뛰어난 유저를 보유한 한국은 테스트베드로서의 기술쇄신의 전파기지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어도 이용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기란 어려운 법인데, 한국의 유저들은 망설임이 없다. 
‘빨리빨리’라는 말도 있듯이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빠르다.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더 나은 것은, 시행착오의 정보가 쌓이므로 최종적으로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한국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런 흐름이 기술발전에도 기여해오고 있다. 오천만이 진행하고 있는 이런 의사결정의 경험은 지구촌 사람들과 공유할 가치가 있다.  
이십여년간 이런 기술이용의 노하우가 몸에 배어 있는 한국의 사람들이 K-Vil에서 체류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 한국의 에너지전환 기술의 스피디한 업그레이드와 전파를 하는 기지가 될 수 있다. 







 


8. 한류가게의 매력

충남 홍성의 홍동면 갓골마을에는 흥미로운 가게가 있다. 소위 생태적인 방식으로만 재배되고 제조된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 조그만 마트인데, 진열된 상품들이 예사롭지 않다. 물건 하나하나가 내력이 깃들어 있어서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교감하는 재미가 있다. 구입하지 않더라도 그 물건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정성이 인상깊게 남는다. 그걸 재배하고 혹은 만든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느껴진다. 이런 쇼핑이라면 시간이 아깝지 않다. 
한류상품중에는 요즘 인기있는 IT/가전상품외에도 이런 것이 적지 않다. 호미가 단적인 예다. 한국의 농사지혜가 오랫동안 담겨져 내려온 기구다. 몇백년 수명이 기본인 전통한지는 어떤가. 비단과 무명과 삼베 등으로 만든 의복도 있고 자개농과 같은 가구도 있다. 자연의 재료가 갖는 특성을 극대화한 지혜가 들어있다. 지구촌의 라이프스타일에 기여할 이런 상품들은 훌륭한 문화사절이다. 이런 매력적인 가게가 있으면 마을도 장소로서의 매력이 커진다. 
그러한 하드웨어적 공급인프라를 토대로 하면서 문화적 활동의 무대를 마련해주는 장소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가령 BTS나 BlackPink뿐 아니라 최근 뜨고 있는 퓨전국악 이날치를 모방하는 경연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면? 지구촌 인적 교류의 훌륭한 멍석이 될 수 있다. 현지인들이 머물면서 즐길 수도 있다.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에 열광하는 지구촌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한 장소적 체험이 가능할 것이다.








9. 유연한 운영이지만 토지권리는 공공에

케이빌리지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마을의 조합이나 공공기관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인이 땅을 소유하면 구성원들이 ‘부동산게임’에 관심이 쏠려서 마을 본래의 취지를 약화시킨다. 
개인에게는 1)땅과 건물을 모두 임대하는 임대주택방식과 2)땅만 임대하는 토지임대주택 방식이 있다.  임대주택은 단기 체류자에게 적합한 주택이고, 토지임대주택은 장기 거주자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마을조성 초기에는 모두 임대주택으로 짓는 게 유리하다. 다만후자인 토지임대주택에 대해 부연설명하면 토지불로소득은 발생하지 않고, 내집처럼 깨끗이 아껴 쓰면서 집값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사해서 떠날 때 개별매각도 할 수 있고, 공공기관에 환매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자재절약은 기후위기시대의 문법이다.
이런 마을이 지구촌전체에 자리잡고 있으면, 삶이 여행이자, 여행이 삶이 되는 노매드 라이프스타일이 성립한다. 그러니까 마을에 체류하는 사람들은 3개의 그룹이다. 
1) 한국을 떠나 그 마을로 가는 사람들. 문화교류 혹은 투어 등의 이유로 장기체류하는 사람들: 1년단위 
2) 케이빌리지에 일정기간 체류하기를 원하는 현지의 사람들: 대략 1개월~1년 단위 
3) 케이빌스쿨의 학생들: 6개월~1년 단위 
세 그룹이 적절히 섞여 살면 다양한 재미가 창출될 수 있다. 이런 운영을 통해 마을의 자산가치가 올라가더라도 토지에 대한 권리는 공공에 귀속되어 있어야 한다. 초기에 조합이 토지를 매입하여 개발하는 경우에도, 토지는 그 나라의 정부를 제외한 제3자에게는 매각하면 안된다. 임대료수입이 증가하여도 입주자나 케이빌스쿨 혹은 지역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환원해야 한다. 그 원칙이 준수되어야 지속가능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케이빌리지는 외국인이 장기체류하면서 한국어학습과 K-Food실습이 기둥이 되고 투어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단기체류형 마을이 된다. 가령 90일 비자로 오면 낮시간의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바람직하다. 
마을의 규모는 그 마을의 특성에 따른 수요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구촌 어느곳이나 30호에서 100호범위에서 유연한 선택이 가능할 듯. 그 이상의 규모가 요구될 때에는 군집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다.
Solar Cow라는 태양광장치에 아이들이 등교해서 단말기를 꽂는다. 그러면 낮시간에 공부하는 동안 충전이 된다. 집에 가져가면 부모님의 휴대폰도 충전시키고 등불역할도 한다. @YOLK

 

1. 한류의 진면목, ‘경험의 공유’

“안녕하세요~” 
인도 캘커타를 벗어난 어느 겨울길을 걷고 있자니, 눈에 익은 한국브랜드의 흰 차의 차창이 열리면서 누군가 한국어 인사를 건넨다. 필자의 몸과 배낭에 적힌 SOUTH KOREA 를 본 것이다. 차에서 내린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5년간 건설일을 했다고 소개하면서, 지금 인도에서 하수도공사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번창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 전에 베트남을 걸을 때는, 한국에서 가구제작일을 하다가 귀국한 후 가구제작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이도 만났다. 그의 집에 초청받아 저녁식사로 환대받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한국음식의 조리를 서울에서 배워온 현지인들이 하고 있는 식당을 만났는데, 손님이 꽉 찰 정도의 성황도 보았다.
필자가 2017년 봄 서울을 떠나 20개 나라를 걸으면서 한국을 다녀간 이들의 이 사례들은 가히 ‘경험을 공유하는 한류’라고 이름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직접 진출해서 뭔가를 공유한 사례도 듣게 된다. 서울시OO구의 도시계획국장을 은퇴한 후 몽골에 가서 행정경험을 강의한 이가 있는가 하면, 필자가 속한 대학의 토목공학과를 정년퇴임한 후 캄보디아에 가서 토목기술 전수의 봉사를 한 선배교수도 있다. 
최근 감명깊었던 사례는, 재작년 타임즈(TIMES)에서 발명상을 받은 Solar Cow 이야기다. 우리나라 젊은 스타트업 태양광업체인 YOLK가 아프리카 아이들 등교를 돕는 충전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한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도 휴대폰이 필수인 세상이 되었지만, 정작 휴대폰을 충전시키는 전기공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던 차에, 학교에 충전시설을 만들어 준 것이다. 아이들이 등교해서 낮시간에 공부하는 동안 단말기에 충전한 후 집에 가져가면 부모님의 휴대폰을 충전하기도 하고 등불역할도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학교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 다니면 읽고 쓰기와 셈하기를 배우면서 친구도 사귀고 집단생활의 경험도 공유한다. 이는 예사일이 아니다. 사회전체의 역량이 커지고 발전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넘어선 인류차원의 공익활동이다. 
경험의 공유에는 또하나의 장르가 있다. 민주주의 경험이다. 경제성장모델보다 인류에의 공헌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화과정에서 시민사회가 해온 스토리도 있다. 지구촌 모든 이에게 의미가 있다. 

 

2. 지구촌모델이 될 수 없는 유럽형 농업

필자가 그리스에서 북마케도니아와 불가리아를 거쳐 세르비아까지 약 1천키로를 걸으면서 관찰한 것은 이들 지역의 농토에는 물을 담수한 곳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 밀농사와 목축의 특징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모여사는 동네에는 정육점이 한 집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식사로 먹는 고기의 양이 많은 편이다. 고기가 주식이고 빵이 부식으로 여겨질 정도다. 육식문화는 목축으로 인해 토양생태계의 힘을 약화시킨다. 순환이 아닌 일방적 침식이 진행된다. 장기적으로는 토양유실과 사막화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토양이 머금고 있던 온실가스가 대기로 달아난다. 목축을 위한 초지를 만드려면 숲을 없앨 수밖에 없다. 
숲을 없애면 빗물을 담아둘 수 없고 토양은 척박해진다. 밀농사는 물을 담수하지 않으므로 생태계에 이롭지 않을 뿐더러 연작도 어렵다. 인구부양능력도 벼농사보다 훨씬 적다. 겨울철에도 식생활에 문제가 있다. 신선한 야채를 먹으려는 욕구가 시설재배를 촉진시키고 석유에 의한 농업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일찍이 유럽인구가 팽창하면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어 진출한 것은 이유가 있다. 유럽땅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 문제는 그 라이프스타일이 식민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이런 식문화로는 많은 인구가 먹고 살 수 없다. 지구가 몇 개라도 모자란다. 유럽은 모델이 될 수 없다. 미국이나 호주 등 유럽을 본뜬 지구촌 나라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과거 거주인구가 수억을 넘지 못했을 문명발상지들이 경작방식을 잘못 택하면서 사막으로 바뀌었다. 70억이 넘는 지금은 아차 하는 순간에 지구가 거덜 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것은 인류생존의 문제다.

 

3. 벼농사와 숲이 지구를 구한다

얼마전 강원대 연구팀은 벼농사에서 물을 효과적으로 적게 사용하면 메탄가스 발생을 1/3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서양학자들이 아시아의 벼농사를 비판할 때 흔히 인용하는 것이 논물을 오래 담가두면 호기성미생물 등의 사체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많아서 기후에 해롭다는 것이었다. 논생태계가 이산화탄소를 훨씬 많이 저장해두면서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있음에도 그 작은 단점을 침소봉대해서 벼농사의 효과를 폄하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실 한국에는 태평농법, 일본에는 자연순환농법 등과 같이 물을 훨씬 적게 쓰고도 토양을 살려가며 벼를 재배하는 기술도 나온지 오래다. 이젠 건조지역 사람도 쌀을 먹기가 어렵지 않다.
벼농사는 인구부양능력이 크다. 같은 면적의 밀농사보다 3배나 되는 인구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지구촌의 벼농사는 우리 민족과 큰 인연이 있다. 1만5천년전의 것으로 판명된 가장 오래된 소래리 재배볍씨가 한반도 남쪽 청원군에서 발견되었다. 
중국에서는 양쯔강 이남에만 가능하다고 했던 벼농사를, 우리가 조선말기 만주에도 옮겨 살면서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을 높인 바 있다. 특히 20세기 전반에 스탈린에 의해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집단이주하면서, 강수량 부족과 추위의 이중고를 뚫고 벼농사를 성공시켰다. 북방한계선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인류문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이다. 최근에는 사막에서의 벼농사성공, 아프리카에서의 벼농사 보급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되고 있다. 
벼농사는 집단적 협업이 중요한 조건이다. 최근 기계식 영농을 하는 곳도 있지만, 지구촌은 협업방식의 노동집약적 영농이 대세다. 물을 관리하는 일, 봄철의 집중적 노동투입 그리고 수확과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마을단위 집단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농사방식이다. 그렇게 형성된 생산성이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린다. 중앙아시아에서의 쾌거도 집단적 이주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또, 한국의 전통벼농사는 공동으로 관리하는 숲 ‘송계산’을 소중하게 다룬다. 땔감과 시초(풀거름, 퇴비)에 대한 주민들의 필요 때문에 마을공유 산림을 운영한다.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적정한 벌채량과 산림조성량을 조절하여 활용한 마을 단위의 자치조직이 바로 ‘송계’다. 화학비료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논농사를 위해서는 바닥풀이, 가을갈이를 위해서는 보리풀이 충분히 필요했는데, 공동체의 규제없이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졌을 경우 황폐화되기 쉽다. 풀이 완연하게 피어나서 자라기까지 기다렸다가 영(令)을 내려 마을 전체가 일제히 풀베기에 들어간다. 
이처럼 숲이 소중히 다뤄지면 담수에 유리하고 자연과의 상생적 관계가 지속된다. 벼농사는 숲보전을 촉진시키고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소요되는 에너지도 적다. 기후위기시대의 문법이자 솔루션이다.

 

4. 케이푸드(K-Food)를 전파하는 기지 

김치와 장류가 지구촌에 뜨고 있다. 한류푸드의 핵심은, 한민족 같은 채식민족이 기나긴 겨울을 발효음식으로 건강하게 지내온 것에 있다. 가을에 수확한 배추와 고추와 마늘로 김장을 담으면 비타민에다가 건강한 발효유산균까지 겨울내내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채소를 먹자고 석유로 시설재배하지 않아도 된다. 콩으로 빚은 메주를 발효시켜 된장과 고추장을 담으면 숙성된 맛의 단백질 ‘소스’가 만들어진다. 이 ‘고추장 소스’도 지구촌 곳곳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콩을 갈아 만든 두부요리도 훌륭한 단백질을 보장한다. 
이런 먹거리는 지속가능하다. 식물성에다가 저장이 쉽다. 에너지낭비가 없다. 영양만점에다 무엇보다 발효의 맛이 뛰어나서 일상적으로 먹게 된다. 물리지 않고 반복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뛰어난 장점이다. 
한류푸드야말로 한류문화의 핵심이다. 예능적 한류는 철따라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입에 배인 맛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이 기후위기의 대책까지 되고 있으니.
이런 식문화의 핵심은 조리의 노하우와 재료에 있고 그것의 전파가 관건이다. 
1)조리의 노하우전수가 문제된다. 유튜브로 김치담그는 조리방식을 가르쳐도, 맛으로 검증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기란 쉽지 않다. 체류형 대면지도가 필요한 부문이다. 된장 고추장 메주도 마찬가지다. 숙성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함께 실습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전수가 제대로 된다. 
2)식재료의 재배가 과제로 된다. 한반도 내에서 재배한다면 질적인 편차가 적겠지만 토양과 기후가 달라지면 맛과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조리의 주체가 직접 재배하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식문화의 전파는 ‘재배’의 전파도 동시에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생활에는 쌀밥이 선호되고 벼농사의 활성화를 기대할 만하다. 토지이용의 효율화와 집약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식문화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유튜브로 배울 때보다 맛을 실감하면서 솜씨를 익힐 수 있는 교실이다. 

산불 (출처=nasa tv)
담수와 숲을 중시하지 않는 화전농사를 위주로 하는 곳이라면 이런 산불들불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중부아프리카의 불이 난 지역을 표시한 NASA의 지도. 

 

5. 젊은 은퇴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케이빌리지

은퇴후 여생을 즐기는 ‘젊은 오빠’와 ‘젊은 언니’들이 늘고 있다. 이미 90세 수명시대다. 키워드는 건강과 여가와 일(역할)이다. 대도시의 병원을 떠날 수 있는 건강한 몸이라면, 여가의 즐거움과 일(역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중에서도 60대의 젊은 노인은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가령 연금을 받는 교수은퇴자수도 수만을 헤아린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 한국에 머무르고 있어도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만 지구촌에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 가령 일반적인 지식인이라면 소정의 코스를 밟아 한국어교사로 진출할 수 있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봉사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음식, 의복, 건축/온돌, 의료, 보건, 토목, IT, 음악, 무용, 태권도, 디자인, 한국문화, NGO, 농사 등등. 특히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K-Food와 연계하여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역할 혹은 봉사를 통한 기여활동만큼 여가활동의 질도 중요하다. 단순한 해외여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특정한 주제를 찾아 장기체류하는 수요도 많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태투어’도 그중 하나다. 가령 유럽의 고성(古城)탐방과 와이너리를 즐기는 투어라면 케이빌리지와 같은 기지에서 많은 편익을 누릴 수도 있다. 
만약 이런 투어를 뒷받침하는 안심할 수 있는 기지가 있다면, 그리고 비용절감이 가능할뿐더러 여행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동료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집합적 거처가 있다면 더욱 안성맞춤일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적 장기여행에서 한국인만이 겪는 ‘김치의 단절 고통’도 없다. 

 

6. 신개념의 대학 - 케이빌 스쿨(K-Vil School)

코로나19로 비대면수업이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  미네르바 스쿨이 주목받고 있다. 입학이 무척 어려운 소수정예의 온라인강의를 위주로 하는 이 대학은 서울을 위시한 전 세계의 대도시를 캠퍼스로 해서 자유로운 이동의 노매드(nomad)식 대학이다. 첨단의 시대적 이념으로 길러진 이 대학의 졸업생들은 세계일류의 기업이 선호하는 뛰어난 인재로 각광받고 있다. 세상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학모델이다.
그런데 이 모델을 다른 버전으로 변형할 수도 있다. 바로 캠퍼스를 케이빌리지(K-Villlage)같은 곳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대도시 일변도가 아니라, 체류형으로 대면형 수업도 겸할 수 있는 곳이다. 농사와 한류문화를 체험하면서 온라인 학습이 갖지 못했던 오프라인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전공분야를 채택할 수 있다. 그중에는 한국의 경제성장의 경험뿐 아니라 특히 민주화과정에서 시민사회가 해온 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지구촌 모든 이에게 의미가 있다. 한국의 홍익인간 그리고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신도 귀감이 된다. 
생태적 방식의 농사는 기후위기의 강력한 솔루션이다. 이를 몸소 체험할 공간과 시간이 마련된 곳이다. 한류를 제대로 배운다면 그 장점을 지구촌 곳곳에 전파할 수 있다. 지구촌의 여러 케이빌리지들을 학기 혹은 학년마다 이동하여 체류하면서, 그곳을 기지로 하여 방학중에는 그 대륙의 여행과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한국의 인재는 물론 세계의 인재가 함께 어울려 공부한다. 
또 정규대학의 일정한 학점을 상호인정하는 방식으로 연합캠퍼스방식의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가령 국내의 기존대학생들도 이곳에서 학점을 이수하면서 한 학기 내지 두 학기를 머물며 공부할 수 있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케이빌리지(K-Villlage)네트워크 캠퍼스다. 미네르바스쿨과 비견되는 장점이 있는 글로벌 인재가 키워진다. 진일보한 모델의 지구촌 캠퍼스다.

 

7. 에너지전환을 실행하고 전파할 케이빌리지

1995년경부터 지구촌 곳곳에는 GEN(Global Ecovillage Network)이라는 생태마을들의 네트워크가  있어 왔다. ‘생태마을’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지속가능한 사회환경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을들이다. 그런 의식을 갖는 케이빌리지(K-Villlage)는 이런 생태마을에 공조하면서도 현실의 지구촌을 적극적으로 바꿔가는 모범을 보일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그 능력중에는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기술력이 핵심이다. 원칙적으로 케이빌리지는 에너지자립마을이다. 외부에서 전기줄이 들어올 필요가 없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청에 6년전쯤 방문했을 때 에너지전환담당자가 자신의 한국산 휴대폰을 꺼내어, “이런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앞서나가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에너지전환을 하겠나?” 라면서 한국의 탈원전에 대해서는 낙관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기술은 잠깐만 한 눈을 팔아도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팬데믹에 제조업을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 나라가 매우 적음이 드러나고 있고, 그중에 신뢰받는 나라는 한국을 위시해서 극소수임이 확인되었다. 5천만의 뛰어난 유저를 보유한 한국은 테스트베드로서의 기술쇄신의 전파기지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어도 이용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기란 어려운 법인데, 한국의 유저들은 망설임이 없다. 
‘빨리빨리’라는 말도 있듯이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빠르다.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더 나은 것은, 시행착오의 정보가 쌓이므로 최종적으로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한국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런 흐름이 기술발전에도 기여해오고 있다. 오천만이 진행하고 있는 이런 의사결정의 경험은 지구촌 사람들과 공유할 가치가 있다.  
이십여년간 이런 기술이용의 노하우가 몸에 배어 있는 한국의 사람들이 K-Vil에서 체류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 한국의 에너지전환 기술의 스피디한 업그레이드와 전파를 하는 기지가 될 수 있다. 

 

8. 한류가게의 매력

충남 홍성의 홍동면 갓골마을에는 흥미로운 가게가 있다. 소위 생태적인 방식으로만 재배되고 제조된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 조그만 마트인데, 진열된 상품들이 예사롭지 않다. 물건 하나하나가 내력이 깃들어 있어서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교감하는 재미가 있다. 구입하지 않더라도 그 물건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정성이 인상깊게 남는다. 그걸 재배하고 혹은 만든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느껴진다. 이런 쇼핑이라면 시간이 아깝지 않다. 
한류상품중에는 요즘 인기있는 IT/가전상품외에도 이런 것이 적지 않다. 호미가 단적인 예다. 한국의 농사지혜가 오랫동안 담겨져 내려온 기구다. 몇백년 수명이 기본인 전통한지는 어떤가. 비단과 무명과 삼베 등으로 만든 의복도 있고 자개농과 같은 가구도 있다. 자연의 재료가 갖는 특성을 극대화한 지혜가 들어있다. 지구촌의 라이프스타일에 기여할 이런 상품들은 훌륭한 문화사절이다. 이런 매력적인 가게가 있으면 마을도 장소로서의 매력이 커진다. 
그러한 하드웨어적 공급인프라를 토대로 하면서 문화적 활동의 무대를 마련해주는 장소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가령 BTS나 BlackPink뿐 아니라 최근 뜨고 있는 퓨전국악 이날치를 모방하는 경연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면? 지구촌 인적 교류의 훌륭한 멍석이 될 수 있다. 현지인들이 머물면서 즐길 수도 있다.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에 열광하는 지구촌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한 장소적 체험이 가능할 것이다.

9. 유연한 운영이지만 토지권리는 공공에

케이빌리지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마을의 조합이나 공공기관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인이 땅을 소유하면 구성원들이 ‘부동산게임’에 관심이 쏠려서 마을 본래의 취지를 약화시킨다. 
개인에게는 1)땅과 건물을 모두 임대하는 임대주택방식과 2)땅만 임대하는 토지임대주택 방식이 있다.  임대주택은 단기 체류자에게 적합한 주택이고, 토지임대주택은 장기 거주자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마을조성 초기에는 모두 임대주택으로 짓는 게 유리하다. 다만후자인 토지임대주택에 대해 부연설명하면 토지불로소득은 발생하지 않고, 내집처럼 깨끗이 아껴 쓰면서 집값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사해서 떠날 때 개별매각도 할 수 있고, 공공기관에 환매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자재절약은 기후위기시대의 문법이다.
이런 마을이 지구촌전체에 자리잡고 있으면, 삶이 여행이자, 여행이 삶이 되는 노매드 라이프스타일이 성립한다. 그러니까 마을에 체류하는 사람들은 3개의 그룹이다. 
1) 한국을 떠나 그 마을로 가는 사람들. 문화교류 혹은 투어 등의 이유로 장기체류하는 사람들: 1년단위 
2) 케이빌리지에 일정기간 체류하기를 원하는 현지의 사람들: 대략 1개월~1년 단위 
3) 케이빌스쿨의 학생들: 6개월~1년 단위 
세 그룹이 적절히 섞여 살면 다양한 재미가 창출될 수 있다. 이런 운영을 통해 마을의 자산가치가 올라가더라도 토지에 대한 권리는 공공에 귀속되어 있어야 한다. 초기에 조합이 토지를 매입하여 개발하는 경우에도, 토지는 그 나라의 정부를 제외한 제3자에게는 매각하면 안된다. 임대료수입이 증가하여도 입주자나 케이빌스쿨 혹은 지역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환원해야 한다. 그 원칙이 준수되어야 지속가능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케이빌리지는 외국인이 장기체류하면서 한국어학습과 K-Food실습이 기둥이 되고 투어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단기체류형 마을이 된다. 가령 90일 비자로 오면 낮시간의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바람직하다. 
마을의 규모는 그 마을의 특성에 따른 수요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구촌 어느곳이나 30호에서 100호범위에서 유연한 선택이 가능할 듯. 그 이상의 규모가 요구될 때에는 군집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다.

 

10. 문화력으로 세계와 교감한다

조선말기 한반도의 인구는 1천8백만. 현재는 남북한 합쳐서 7천5백만이니 4배가 넘는다. 남한 인구가 5천만을 넘으니 농산물의 인구부양능력을 감안하면 용량을 초과한 지 오래다. 지구촌에서도 초고밀에 해당하는 편이어서 확산적으로 분산될 시기가 올 만하다. 아마도 이제부터가 그 시기가 아닐까. 왜냐하면 지구촌에서 남한사람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서 할 일이 있다는 것, 내 역할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사람을 유인하는 힘이 큰 것은 없다. 가서 케이빌리지에 살아주기만 해도 된다. 지구촌사람이 원하는 것은 경험의 공유이고 오천만의 경험과 연결되는 채널이다. 살면서 그 채널 역할만 하여도 기본은 된다. 5천만중 몇백만쯤은 나가서 여기저기 살고 싶은 곳에서 머물어도 된다. 
국내는 비좁다. 여생을 케이빌리지를 순회하면서 살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수백 개쯤 있게 되면 한국인에게는 지구촌 모두가 내집이다. 한반도 남쪽의 좁은 터에서 ‘내집마련’의 부동산 사슬에 목이 매일 이유가 없다. 국내에는 거꾸로 지구촌의 젊은이들이 공부하러 혹은 일하러 와서 살면서, 인구절벽시대를 맞는 남한사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 기초한 청교도정신’의 미국모델은 수명이 다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한국모델이 득세할 때가 되었다. 대립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미국모델과는 달리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면 지구촌은 대립적이 아닌 상생적 관계로 변화할 수 있다. 케이빌리지는 그런 가치를 전파하고 실행력을 연마하는 기지가 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구상에서 필자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케이빌 스쿨’이다. 캠퍼스이자 마을로서의 모습이다. 미네르바 스쿨에 필적할 인기를 모을 대학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필자로서는 생태적 방식의 농사까지 실습해야 하는 ‘케이빌 스쿨’이 미래 대학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국내로 되돌아 확장되어서, 지금 비어가고 있는 지방대학의 캠퍼스를 ‘케이빌 스쿨(K-Vil School)’로 변신시키고 ‘케이빌리지 네트워크’에 들어오도록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케이빌 스쿨은 이제 100세수명시대를 바라보는 인류에게, 대학교육의 모델을 넘어 평생교육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칭기스칸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했지만 한국은 문화력으로 지구촌과 교감한다. 백범의 뜻을 실현하는 길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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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2021-04-14 05:29:57
자료가 무궁무진하네요
창의적인 미래공간
멋진도전입니다

호승호 2021-04-06 23:15:38
좋아요~~~

호승호 2021-04-06 23:13:07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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