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야권 인사를 겨냥한 정치공작을 지시하고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70)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명진 스님 등을 불법사찰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이 명진 스님을 비롯해 문성근 씨 등을 불법사찰한 것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내놔라 내파일’ 운동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과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의 국정원법 위반 관련 직권남용에서 원심이 내린 일부 무죄 판단도 뒤집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나머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징역 1년2개월,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 징역 2년6개월,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등은 확정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 사찰을 위해 국정원 내 '포청천' 공작팀을 운영하고 야권의 유력 정치인 및 명진 스님 등 민간인을 상대로 사찰과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 지원 및 위증 혐의, 이 전 대통령에게 10만달러를 제공한 혐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와 달리 2심은 원 전 원장이 개인 목적으로 호텔 스위트룸 임차에 28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한 혐의는 유죄, 권양숙 여사 및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행·감시 혐의는 무죄 판단해야 한다며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 전 원장 혐의 중 △권양숙 여사 및 故 박원순 미행·감시 관련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권 남용한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은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실무 담당자들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며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유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또 △야권 출신 지자체장 관련 직권남용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직권남용 △명진 스님 사찰·비방 등 관련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권 남용한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각 지시는 형식적·외형적으로 그 행위자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다"며 "이 사건 각 지시를 이행한 국정원 직원들은 직권남용 상대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전 원장 등이 이 사건 각 지시를 통해 지시사항을 직접 이행한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명진 스님 사찰 관련 직권남용 △배우 문성근 사찰 관련 직권남용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측근 관련 직권남용 혐의 역시 무죄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원심은 명진 스님 사찰 관련 직권남용죄가 원 전 원장 등에게 보고된 시점인 2010년 7월 13일이므로 공소가 제기된 2018년 6월25일에는 공소시효 7년이 도과됐다며 면소 판단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이를 달리 해석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등의 행위는 모두 승려 명진이라는 동일한 정보수집 대상에 관한 것으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 행해진 것"이라며 "위 행위에 대해 포괄해 하나의 직권남용으로 인한 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직권남용죄가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된 시점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행해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포괄일죄로 보고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며, 이를 면소 판단한 원심의 심리가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한 댓글로 각종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확정 받았다.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16년 징역 1년2개월을 확정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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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찰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대법원 최종 판시.
유죄취지로 직권남용. 이에 명진 감시한자들 어케 처벌받는지 다시 공범 혹은 교사 등으로 고소할 경우 처벌받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