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읍 내장사 대웅전이 다른 스님들과 갈등을 겪던 한 스님의 음주 방화로 소실됐다.
이 소식을 안타까워한 제태환 완주소방서장이 <전북일보>를 통해서 7일 '내장사 대웅전 화재를 보는 소회'를 알렸다. 제 서장은 지난 2012년 10월 31일 내장사 대웅전 화재 당시 정읍소방서장으로 진화를 지휘했다.
내장사는 636년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정유재란 때와 6.25전쟁 때 전소된 것을 근현대 복원했다. 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12년 화재로 다시 불탔고 또 복원했지만 지난 5일 또 화재로 재가됐다.
제 서장은 네 번의 내장사 대웅전 화재 가운데 두 번의 화재를 직간접으로 목격했다.
제 서장은 "이번 내장사 화재 소식을 접하고 '왜 또 이런일이 발생하나' 하면서 주마등처럼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지난 2012년 화재 때의 일이 떠올라 당시 현장을 함께 지휘했던 이들과 통화하면서 서로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고 소회했다.
제 서장은 "사찰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나라의 운명과 함께 한다. 전통사찰은 종교적 의미를 떠나 문화재로서 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사람들의 역사의식을 깨우쳐 준다"고 했다.
이어서 "사찰은 대부분 목조건축물로서 불에 취약한 구조이다. 실화건 방화건 일단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전체로 옮겨붙는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제 서장은 ▷불꽃감지기 등 건축물 소방시설 완비 ▷목조건축물 내 집기 및 부속품의 방염처리 및 방염 제품 사용 의무화 ▷방수총 등 소화시설 포함한 옥외소화전 정비 ▷공양물 등을 놓는 불단의 유리재질 교체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전통사찰은 어느 특정 집단 소유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공동 소유라는 인식을 해야한다. 이유가 어찌됐든 사찰이 화재로 사라진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후손들에게 큰 죄를 범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내장사를 관할하는 고창 선운사(조계종 제24교구본사)는 내장사 화재를 참회하는 현수막을 걸고, 참회기도 법회를 14일 오전 10시 내장사에서 봉행한다. 선운사는 말사에 공문을 보내 스님들의 의무 동참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