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조선후기 선리논쟁
한 권으로 보는 조선후기 선리논쟁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1.02.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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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박사의 ‘한국 선리논쟁의 전개’

 

한국 선학 권위자인 김호귀 HK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가 <한국 선리논쟁의 전개>를 출간했다. 책은 1250여 년 역사를 지닌 한국선에서 조선후기에 전개된 선리논쟁과 관련된 텍스트를 모아서 번역한 것이다. 

책에는 <임제록> <임제종지> <선문강요집> <선문수경> <김추사선생증백파서> <선문사변만어> <선문증정록> <선원소류> <선문재정록 등 9가지 문헌이 담겼다. 이 가운데 <임제종지> <선문강요집> <선문증정록> <선원소류> <선문재정록> 등의 번역본은 첫 선이다.

한국의 선종사에서 조선후기에 촉발된 선리논쟁의 역사는 중국선 <임제록>에 보이는 삼구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조선 후기에 백파긍선은 고려시대 천책의 <선문강요집>에서 논의된 임제삼구와 관련 <선문수경>을 저술했다. 여기에서 백파는 임제삼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천안목> <선문오종강요> <선문강요집>을 통해서 삼구의 의미를 분명하게 궁구하여 의심을 없애야 하고, 연후에 <선문염송집>과 <경덕전등록>과 사집 등의 어구를 대조해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오해하는 까닭에 자신이 직접 삼구를 도형으로 만들어서 선문어구(禪文語句)를 총괄했다. 임제삼구와 관련해 각각 조사선 ‧ 여래선 ‧ 의리선 등 삼종선을 내세우고, 의리선과 격외선, 말후구와 최초구, 신훈과 본분, 여래의 삼처전심과 관련한 살과 활의 배대, 삼구와 일구의 관계, 달마의 삼처전심 등 다양한 선리를 내세웠다.

초의의순은 <선문사변만어>를 지어서 백파의 견해를 비판했다. 초의는 <선문사변만어>를 통해서 삼처전심, 삼종선을 임제삼구에 배대한 근거, 이선과 선종오가의 배대 등에 대하여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나름대로 비판했다. 또한 사변만어(四辨漫語)라는 용어처럼 조사선과 여래선의 유래, 격외선과 의리선의 유래, 살활과 체용의 관계, 진공과 묘유의 네 가지 주제를 내세우고 각각 그에 대하여 비판의 근거를 제시하며 비판했다. 

백파가 제시한 선리논쟁의 단초에 대하여 초의의 비판은 조선후기에 한국선리의 논쟁에 대한 큰 물줄기의 서막을 보였다. 백파의 견해에 대한 초의의 비판이 출현한 이후에 다시 우담홍기도 <선문증정록>을 지어서 백파의 견해를 비판했다.우담이 비판한 주제로 첫째는 임제삼구와 삼처전심을 어떻게 배대하느냐의 문제이고, 둘째는 조사선과 격외선을 같은 등급에 놓고, 여래선과 의리선을 같은 등급에 놓아 조사선과 여래선 그리고 의리선과 격외선의 차이에 대하여 논의하며, 셋째는 살인도와 활인검은 삼구를 획득하는가 하는 여부에 따라서 살인도가 되기도 하고 활인검에 되기도 한다는 점을 논의하고, 넷째는 임제의 삼구와 일구의 관계에 대하여 체‧용‧중에 대비시켜 설명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삼구는 곧 일구임에 대하여 논의한다. 그런데 우담이 비판한 방향은 초의가 보여주었던 관점에 대한 보완 내지 옹호가 아니라 별도의 안목에 따른 것이었다.

우담 이후에 설두유형은 <선원소류>를 지어서 백파의 견해에 전반적으로 동조하여 그 견해를 수용하고, 초의와 우담의 문헌에 보이는 비판을 반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백파의 견해를 정착시키려고 하였다. 설두는 초의에 대해서는 조사선, 여래선, 삼처전심과 이선의 배대, 권(權)에 즉하여 실實)을 해명하는 것은 격외선이 아님, 임제 제삼구는 의리선, 살과 활, 선종오가의 배대, 진공과 묘유 등 8가지 주제에 걸쳐 반박을 가하였다. 또한 설두는 우담에 대하여 사처전심의 구별에 대한 비판, 여래선‧조사선 및 의리선‧격외선의 배대에 대한 비판, 살인도와 활인검의 적용에 대한 비판, 삼구와 일구의 관계에 대한 비판 등 네 가지에 대하여 반박했다.

이후에 축원진하는 <선문재정록>을 지어서 초의를 제외한 백파와 우담과 설두의 견해에 대하여 나름대로 자신의 이해를 붙여 선리논쟁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다. 축원진하는 한국의 선종사에서 전개된 선리논쟁에 대하여 방점을 찍는다는 자세로 기존에 출현한 주장과 견해에 대하여 백파와 우담과 설두의 견해를 낱낱이 검토하였다. 거기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측면도 아울러 드러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비판을 위주로 전개되었던 이전의 선리논쟁과는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유독 초의의순의 견해에는 직접적인 긍정 및 부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은 초의의 견해에 전적으로 근거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초의를 무시하고 건너뛰어 선리논쟁을 전개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초의를 전적으로 무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마지막 대목에 드러나 있다. 이로써 백파로부터 진하에 이르기까지 임제삼구에 근거한 삼종선, 이종선, 살활, 삼처전심, 진공묘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백여 년이 넘도록 지속된 선리의 논쟁은 한국선의 선리발전에 긍정적인 면모를 제시했다.

한국 선리논쟁의 전개∥김호귀 편역∥도서출판 중도∥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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