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종단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수장(교육원장 진우 스님) 입에서 "사판승에 한해 결혼을 허가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 관련, 대처종단 한국불교태고종 수장이 "(승려도) 결혼은 자율이다. 출가자가 감소하니 결혼은 권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지난 1950~1960년대 비구 대처 갈등으로 갈라졌다. 이승만 정부를 등에 업은 조계종은 "불법에 대처 없다"며 대처승을 쫒아내고 전통문화유산을 독식했다. 당시 '정화 운동'으로 대처승들은 전국 사찰에서 내몰렸고, 조계종과 태고종으로 갈라졌다. 대처승이 거처하는 총림 규모 사찰은 순천 선암사가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조계종과 소유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8일 한국불교전승기념관에서 불교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불기2565(2021)년 신축년 신년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선 5일 태고종은 중앙 일간지 기자들 대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호명 스님은 "조계종이 70여 년 '불교 정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에 무엇이 어긋나 정화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개신교 목사였던 이승만 입장에서는 불교 탄압이 '정화'일 수 있겠다"고 했다.
이어서 "(조계종뿐 아니라) 태고종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비구승이 있다. 결혼은 자율적이다. 출가자가 감소하니 출가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결혼은 권장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구종단인 조계종이 결혼을 허용하고 말고는 그쪽 집안 일"이라고 했다.
스님은 "한해 300여 명 이르던 출가자가 50~60명 선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출가자 고령화로 불교 활성화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태고종은 (재가불자로) 전법사 제도를 두어서 준성직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우리 불교가 공권력에 의해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이라는 한뿌리 두 개의 종단으로 나눠졌다"고 했다.
이어서 "(조계종 태고종이 소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선암사 문제 해결이 소송으로 끝난다면 국민들은 스님들이 재산다툼이나 한다고 비판할 것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풀자"고 했다.
스님은 "스님들은 신도들에게 '양보하고 살라. 비우고 나누고 적게 갖으라'고 늘 법문하지 않느냐. 스님들이 법문하는 것만큼,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선암사 소송으로 양측에서 엄청난 비용을 지출했다. 삼보정재 소실이 아니고 뭐냐. 선암사 문제를 소송 아닌 화해와 합의로 문제를 풀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호명 스님은 "신년 계획으로 ▷종단분규로 발행 중단됐던 <월간 불교> 속간 ▷종단 정체성 탐구 학술행사 계속 ▷대국민 봉사활동 차원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불교문인 발굴을 제1회 한국불교 신춘문예 신설 ▷비대면 종무행정 신행생활을 위한 종단 어플리케이션 제작 등을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 법회 등 가능한 한 모든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스님은 "최근 전남 일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발생시킨 '영암 관음사'는 태고종 간판을 달고 있긴 하지만 분담금 미납 등으로 2015년 전산상 말소된 사찰이다. 태고종 소속이라 할 수도 아니랄수도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선암사 전통야생차체험관 건물철거 소송'에서 "태고종이 선암사를 오래전부터 점유하고 있었고 신도 대다수도 태고종에 속해 있어 현재 선암사는 실질적으로 태고종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조계종은 4일 종무회의에서 '(가칭)한국불교 역사왜곡 사법부 규탄 및 한국불교 정체성 확립과 정화정신 계승을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대책위원회' 출범을 결의했다.
조계종은 중앙종회, 교구본사, 전국비구니회, 중앙신도회 등 포교신행단체 인사 200명으로 대책위를 꾸려 '선암사 정상화'를 명분으로 활동키로 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스스로를 "(한국불교와 태고종단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스님은 "선암사가 누구의 것인지 보다 누가 더 잘 운영할 수 있는지 큰 틀에서 봐 달라. 조계종과 태고종 선암사 다툼이 70여 년에 이르렀다. 이번에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호명 스님이 "소송은 미루고 부처님 말씀대로 '나누고 비우고' 살자"고 강조한 것 관련, 스님의 이같은 주장이 호명 집행부 출범 후 종단 내 첫 갈등인 '법륜사 주지 다툼'에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이다.
태고종 총무원청사가 있는 불이성 법륜사는 법운대륜화상문회(회장 대은 스님)와 대륜문회(이사장 혜일 스님)이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법륜사 주지를 냈고, 호명 총무원장은 대륜문회 손을 들어 지홍 스님을 주지로 임명했다. 법륜사 주지를 배출해온 법운대륜화상문회는 호법원에 제소했다. 현재 호법원 심리는 코로나를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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