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실용인가"
조계종의 주요 사찰인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명진스님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 특집 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도덕적 철학적 가치가 없는 정권" "물적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실용인가" 등의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명진스님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물질적인 양극화도 양극화지만, 지식이나 앎에 대한 양극화도 굉장히 벌어져 있다"며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난다고 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무하다고 보아진다. 사립학교, 특목고 그리고 영어 몰입교육이라고 해서 돈이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형편이 되었다"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스님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에 장관이라든가 청와대 비서관들의 재산 내역을 볼 거 같으면 재산 취득 과정 속에서 많은 문제가 있지만 어떻게 저런 돈을 저렇게 많이 모았을까 하고 일반 서민들은 그런 의구심을 갖는다"며 "(이명박 정부 관리들이) 일반 국민들하고 너무 동떨어진 세계에서 얘기하는데, 한달에 200만원 월급받는 사람이 한 푼도 안 쓰고 일년동안 모으면 2000만원이 된다. 2년, 3년 겨우 밥먹고 모아야지 3천-4천만원 모은다. 그런데 그런 돈이 싼 골프회원권 한 장밖에 안된다면 과연 부의 척도는 어떻게 잴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들어선후 거짓말 너무 성행"
명진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도 "거짓말 투성이"라는 요지의 독설을 내뱉었다.
스님은 "청와대 수석 뽑을 때, '위장전입이나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같은 것을 한 가지라도 한 사람이 아니면 안뽑는다' 이렇게 뽑는거 같다"고 비꼬으며 "법적으로 크게 처벌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사회지도층이 되었을때, 부도덕 사람이 공직에 들어서면 나라의 도덕성이 무너진다.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거냐."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거짓말을 하지 말자, 참 쉬운 얘긴데, 거짓말이 너무 횡행한다"며 "사회 지도층에서 잘못이 있을 수가 있다.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러면 이건 내가 잘못했다, 시정을 하고 고치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다 보니까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또다른 거짓말을 해야지 되고, 또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다 보니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다"고 질타했다.
명진스님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만약에 지금 정권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대단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이 정권이 70일동안 긍정적이고 잘한다, 정말 우리가 동의할 수 있다 이런 도덕성을 획득했다면 아마도 운하 추진하는데 탄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 자체가 도덕적으로는 조금도 용납이 안되는, 닥치는 대로 전혀 도덕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물적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실용인가,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도덕적 철학적 가치는 부재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경부운하, 엄청난 저항 부딪힐 것"
그는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서도 "광우병 문제도 실제 알고 보면 거짓말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일반적으로 한나라당에서 전 정권에서도 광우병에 문제가 없다, 빨리 수입을 해라 이랬으면 괜찮다. 그런데 지난 번 정권에서는 안된다, 계속 반대를 했는데 갑자기 미국 방문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타결을 보았다"면서 "몇 개월 이상 된 소까지 수입을 한다고 해놓고는 희희낙락하면서 왔다. FTA만 타결하면 된다고. 그런데 결국 국민의 건강, 국민의 생각은 전혀 생각을 안하고 그냥 실용적 가치만 가지고 결국은 타결보고 온 것이 이명박 정부,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실랄하게 비판했다.
명진스님은 이어 "그러다보니까 학생들이 모여서 2만이 되고 3만이 된 거다. 이건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된다. 그런데 거기서 무슨 불법단체 선동을 해서 애들이 철없이 나선 거다, 놀 데가 없어서 거기 간 거다, 이게 결국은 뭐냐 하면 내가 땅을 사랑해서 땅 샀다, 이런 사고다"라며 "깊은 사고와 숙고가 없이 나오는대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정치 지도자, 나라의 지도자로서는 앉으면 안 될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앉아있다면, 이건 국가적인 비극이고 국민의 비극"이라고 한탄했다.
명진스님의 이번 발언은 법정스님의 한반도 대운하 저지 선언에 이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경고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