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해, 남북불교 교류의 새로운 모색
[기고] 새해, 남북불교 교류의 새로운 모색
  • 이지범/고려대장경연구소장
  • 승인 2021.01.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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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장.
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장.

새해는 소띠의 해이다. 1998년 6월 16일 판문점 소몰이 방북과 같은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그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을 두고,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기 소르망(Guy Sorman) 교수는 “20세기 최고의 퍼포먼스”라고까지 평가했을 정도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이제 없을 것 같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2월에 출범하고 약 1년이 되어서야 한반도 정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면, 더욱더 암울하다. 또 2022년 5월 9일까지 현 정부의 임기로 볼때, 올해가 남북 교류의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 작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 6항의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것”에 따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상호 간 준비하지 못하면서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 문제가 선행되지 않는 가운데, 남북한 정부 대 정부 교류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부터 북녘으로 가는 길은 모두 통제되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다시 고려할 수 있는 남북한 교류는 정부 주도형 교류보다 민간교류의 추진이 새로운 대안일 수밖에 없다. 그 준거로는 전례(前例)를 강조하는 북측의 상황으로 보면, 6.15와 8.15 민족대축전과 같은 방식이다.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민간영역에서 교류하는 방안으로부터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출구를 열고, 북측에서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는 교류 아이템이다.

이는 정책을 결성해야 하는 정부 차원보다 한 단계 낮은 민간 주도형 교류의 단위를 일컫는다. 2010년 이후, 북측의 변화된 교류 조직체와 입장을 반영하고, 신뢰도가 깊은 양측 민간부문에서의 교류를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과거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정치적인 성향이 있거나 악용한 남측 인사들을 제대로 검증하고,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은 “악은 선의 때 묻은 옷을 입고 있다.”라는 격언처럼 민간부문의 인적 교류에 있어 몇몇 인사의 도출 행동을 예방하고, 그리고 상호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6.15 남측위원회 등과 같은 남측 민간단체의 활동이 추진되는 가운데, 북측에서도 앞으로 현재의 코로나19 예방이 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제3의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북한은 국정운영의 플랜C와 같은 선행조치를 작년 12월까지 단행함으로써 북녘으로의 왕래와 교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 실마리는 2020년 12월 3일 묘향산지구와 12월 20일을 기해 금강산지구 개발을 추진한 것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출처=노동신문, 연합뉴스(2020.12.20.)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출처=노동신문, 연합뉴스(2020.12.20.)

 

묘향산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준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차단과 극단적인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한 플랜C는 남측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와 달리 올 하반기쯤, 코로나19가 진정된 때로부터 중국을 비롯한 독일, 러시아 등 서방 관광객을 다시 유치할 수 있도록 대표 관광지를 재단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국내 언론에서도 다룬 바와 같이 북한 《노동신문》(2020.7.30.)에서 “묘향산이 ‘인민의 유원지’로 보다 훌륭히 꾸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묘향산 하비로암으로 가는 입구에 다리가 있는데, 그 밑에는 보기 좋은 바위들도 있고 맑은 물도 흘러 경치가 좋다고 하면서 등산길에 오른 사람들이 그 다리 밑에 내려가 사진을 찍으며, 휴식할 수 있게 소로길을 내고, 돌로 계단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묘향산 만폭동의 휴게소 건설은 묘향산 명승지관리소와 군 산림경영소 주관으로 향산군 일꾼들과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묘향산지구 꾸리기 사업으로 진행했다. 이때 향산호텔에서 묘향산역사박물관(보현사) 주차장까지 피치 도로포장과 묘향산 보현사 조계문 앞에서부터 비로봉 표식비까지 도로와 등산길 콘크리트포장을 하고, 삼경 터와 천태폭포, 서천폭포, 이선남폭포에 휴식 터를 건립하고, 여러 개의 무넘이언제(일류부[溢流部], 물이 차면 자연 방류되는 댐)를 건설하였으며, 향암다리도 개건 보수하였다.

그 후 국제친선관람관과 보현사 등이 자리한 묘향산지구 관광자원화 사업은 《조선중앙통신》(2020.12.3.)에서 “묘향산역사박물관(보현사)의 대웅전, 해탈문, 조계문, 수충사, 팔만대장경보존고 등 건물에 단청을 새롭게 하고 바닥 보수공사를 했다. 천연기념물들을 소개하는 사진 자료를 벽면에 게시하고, 명소들을 더욱 부각시켜 주는 조명설비를 새로 설치하였으며, 개건된 봉사 건물 주변에는 야외식사 장소와 휴식 터를 현대적으로 갖추었다.”고 덧붙였다. 또 “지하 명승으로 총길이 7.2km에 달하는 묘향산 용문대굴 보수를 완료했으며, 평양-향산 관광도로에서 용문대굴로 가는 도로구간의 여러 개소에 대한 보수와 가로수를 많이 심어 주변 풍치를 돋구었다.”고 전해 외국인 관광 재개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개발이 본격 추진되는 것은 《조선중앙통신》(2020.12.20.)이 보도한 바와 같이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 현지를 방문하여 ‘총개발계획안에 따른 시공대책 토의’함으로써 알려진 사실이다. 김덕훈 총리는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보면서 명승지들을 개발하여 인민들의 문화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 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하였다.”고 전한다. 이 통신은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를 소개하면서 이미 ‘총개발계획안’이 작성되었으며, 개발사업의 선후 순서를 바로 정하여 세계적 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에 대한 설계와 시공대책들이 토의되었다고 알렸다. 또 현지에서 김 총리는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며 인민들이 자연 경치를 한껏 즐기면서 휴식할 수 있게 건설에서 선 편리성, 선 미학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언급했다.

이로써 2019년 10월 23일 김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에 따라 북한이 10년간 방치된 금강산을 새롭게 북한식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것으로 독자노선을 이행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남북 공동 협력으로 조성한 금강산 관광지구를 북한 주도의 국제관광문화지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월 코로나 전염 위험으로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는 북측 통보문으로부터 협의는 중단됐지만, 북한 내각차원에서 지난 12월 20일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면서, 1월 초순에 개회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3차 정치국 회의를 기점으로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때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문제에 대한 협의, 진행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데, 여기에 2007년 10월 최종 복원된 외금강산 신계사의 포함 여부도 남측 불교계가 유념해야 할 중대 사안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처음 방문한 묘향산 만폭동의 하비로암 전경.(사진=이지범 소장 제공)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2월 처음 방문한 묘향산 만폭동의 하비로암 전경.(사진=이지범 소장 제공)

남북불교 교류의 까닭과 과제

남한 불교계 단독으로 교류 협력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왜냐하면, 지금의 국제정세로 보면 남측은 제외된 분위기다. 코로나19의 위험 요소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북측이 독자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간 연례적으로 주고받던 종교계의 신년 인사마저 중단한 상태에서 북한이 5년 만에 여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외금강 신계사를 남측 시설로 분류하고, 철거를 명령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남북불교 교류의 단절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잃어버린 10년의 시간을 다시 복기하면, 금강산을 비롯한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이를 풀고 교류할 수 있었던 종교계와 민간단체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불교계가 남북한 교류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까닭은 그간 대외적인 목적만이 아니더라도 2019년 10월 말부터 예정된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문제의 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수수방관한 우리 정부의 무책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조계종단의 안일함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금년 하반기쯤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멈추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때 과연 10년 이전과 같은 형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의 해석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북측이 제시한 대로라면, 2007년 이전 상태로의 남북불교 교류는 장담할 수 없다. 설령, 금강산관광이 시작되더라도 남측을 제외한 외국인은 평양의 ‘조선국제여행사’ 또는 ‘조선금강산국제여행사’에서 관광사업을 관장하기에 남측 불교계만의 특혜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북측에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을 볼 수 있도록 불교문화재를 비롯한 사찰 승려의 모습을 확대하여 과거 전통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북한불교의 새로운 가능성은 2019년 10월 금강산과 2020년 2월 묘향산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현지지도를 함으로서 신계사와 보현사 등 주요 관광지 사찰의 위상이 제고되었다는 점이다. 묘향산 보현사가 아직까지 묘향산역사박물관으로 인식되고 불리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최고 지도자가 ‘하비로암’이라는 사명을 처음 거명함으로써 해당지역과 사찰 등 관할 조직의 사회주의 건설 복무에 새로운 전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측면에서 남측 불교계는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조불련)의 위상 제고에 더욱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어린이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과 연등 주문 제작 등 사월초파일 용품의 물적 교류에 세부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북측과 추진할 수 있는 교류의 내역을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결행하기 위한 연속적인 종무행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조불련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가능한 불교 교류의 방법을 이제, 남측에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한 이유가 있다.

남북한 불교는 인적 교류가 안 될 경우에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규모는 작고, 신속하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양측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19에서 남북불교 교류의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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曉 史 2021-01-06 07:28:48
민주주의와 통일조국이 삶의 가장 큰 목표였는데 어느덧 일흔~!북녁 조국에 가 살고 싶은 꿈~!!

제창모 2021-01-04 20:43:47
묘향산 하비로암 한번 가보고 싶네요
통일이여 오라

큰소장님의 2021-01-04 17:40:38
큰소장님의 크신 원력 이뤄지기를 다같이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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