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문관: 여당작불(余當作佛)
신무문관: 여당작불(余當作佛)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20.12.23 21:11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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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44.
혜능조사의 두개골을 모신 육조정상탑.
혜능조사의 두개골을 모신 육조정상탑.

 

성찰배경: 앞글에서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 선사의 전법제자인 남악회양(南嶽懷讓, 677-744) 선사 문하에서 크게 깨친 후 강서(江西) 지역을 중심으로 대활약했던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에 대해 살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시 육조 선사의 전법제자였던 청원행사(靑原行思, 671-738) 선사의 법을 이은 후 호남(湖南) 지역을 중심으로 대활약하며 중국 천하를 양분해 선풍(禪風)을 휘날렸던 석두희천(石頭希遷, 700-790) 선사에 대해 <조당집(祖堂集)>과 <전등록(傳燈錄)>을 중심으로 <무문관(無門關)>에 없는 부분들을 상보적(相補的)으로 채우고자 합니다. 

나도 응당 부처가 되리라[余當作佛]
먼저 석두희천 선사께서 당찬 꿈을 꾼 어린 시절이 <조당집>에 다음과 같이 실려있습니다.

“석두(石頭) 선사는 길주(吉州) 행사 선사의 법을 이었으며 남악(南嶽)에서 선풍을 날렸다. 도호(道號)는 희천이며 속성은 진씨(陳氏)이고, 단주(端州)의 고요현(高要縣) 출신이다. 어머니의 태중(胎中)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비린내와 누린내 나는 음식을 끊었으며 태어나던 날 저녁 무렵 방안이 온통 광명으로 가득하였다. 부모가 이를 괴이하게 여겨 무당(巫堂)에게 물으니, 무당이 “이는 길하고 상서로운 징조입니다. 특히 풍모가 단정하고 빼어나며, 턱이 모가 나고 귀가 크며, 매우 고요하여 산만하지 않으니, 보통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라고 답했다. 
젖니를 갈 무렵인 7,8세 꼬마 시절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갔었는데, 어머니가 불상 앞에서 함께 절을 올리게 하셨고, 예를 마치자 ‘이분이 바로 부처님이시다.’라고 일러주셨다. 그러자 어린 희천이 절을 올린 다음 한참을 바라보다가, “만인이 숭상하는 이분의 모습이나 손발 어디가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있는가? 만약 이분이 부처라면 나도 응당 부처가 되리라.[苟此是佛 余當作焉.]”고 서원(誓願)하며 일찍이 부처가 되기를 꿈꾸었다. 이에 승속[道俗]이 모두 이를 기이하게 여겼다.” 

군더더기: 임제종 황룡파를 연 혜남 선사는 말년에 이 일화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사료되는, 부처니 짐승이니 사람이니 하는 분별을 넘어서게 하는 화두를 새롭게 제창(提唱)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선종 어록인 <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에 다음과 같이 들어있습니다. “혜남 선사께서는 황룡산에 머물면서 부처님의 손[佛手], 즉 ‘내 손이 부처님 손과 닮은 것은 왜일까?[我手何似佛手.]’, 나귀의 다리[驢脚], 즉 ‘내 다리가 노새의 다리와 닮은 것은 왜일까?[我脚何似驢脚.]’, 태어난 인연[生緣=本來面目], 즉 ‘사람에게는 제각기 태어나는 인연因緣이 있네.[人人有箇生緣.]’이라는 이 세 가지 화두로 수행자를 시험하였는데 이를 ‘황룡삼관(黃龍三關)’이라 불렀다.” <무문관> 부록에도 들어있는 이 ‘황룡삼관’ 화두는 신무문관 제창의 원칙인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나중에 다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한편 황룡파는 비록 중국에서 100여년 정도 번창하다 사라졌지만 소동파, 왕안석, 황정견, 장상영 등 높은 벼슬의 뛰어난 재가 거사들을 다수 배출하며 오늘날까지도 이분들의 행적을 깊이 새기게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비록 중국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으나 일본에서는 남송 때 유학승인 명암영서(明庵榮西, 1141-1215) 선사가 일본 임제종 건인사파(建仁寺派)를 개산(開山)해 번창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행사 선사의 법을 잇다
그후 장성한 희천이 육조혜능 선사 문하로 출가해 구족계를 받기 직전에 관한 일화와 행사 선사의 인가(印可)에 대한 대목이 역시 <조당집>에 다음과 같이 실려있습니다.

“육조 선사께서 열반에 들려고 할 때에 사미 희천이, “선사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저는 어느 스승께 가르침을 청하면 좋겠습니까?”하고 여쭈니, 선사께서 “법호에 사(思)라는 자(字)가 들어간 스승을 찾거라.”고 말씀하였다. 
희천은 육조 입적 후 즉시 행사 선사께서 주석하고 계신 길주 청량산(清涼山) 정거사(靖居寺)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선사께서 즉시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하고 물으시니, 희천이 “조계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선사께서 효자손[화양자(和痒子)]을 번쩍 들면서 “그곳[조계]에도 이런 것이 있는가?”하고 물으시니, 희천이 “비단 그곳뿐만이 아니라 인도[西天]에도 역시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선사께서 “그대는 인도도 다녀왔는가?”하고 물으시니, 희천이 “만일 갔었다면 인도에는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선사께서 “답이 미흡(未洽)하니, 다시 일러라.”라고 다그치시자, 희천이 “선사께서도 모름지기 반 정도는 일러주셔야지 어째서 저만 혼자 전적으로 답하라고 하십니까?”라고 응수하였다. 그러자 선사께서 “그대에게 일러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뒷날 후학들이 선지(禪旨)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니라.”라고 말씀하였다. 
행사 선사께서 또 “그대는 조계[六祖 會上]에서, 무엇을 얻어 가지고 왔는가?”하고 물으시니, 희천이 “조계에 간 적도 없고 잃은 적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오히려 “선사께서는 일찍이 조계에 계실 적에 육조 선사님(의 진면목)을 알아채셨습니까?” 반문하였다. 그러자 행사 선사께서 “그대는 지금 나(의 진면목)를 알아챘는가?” 물으시니, 희천이 “알아챘다고 해도 어찌 능히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고는, “선사께서는 영남 조계에서 떠나오신 후, 이곳에 얼마나 오래 계셨습니까?”하고 여쭈었다. 
행사 선사께서 “나도 역시 모른다. 그대는 언제 조계를 떠났느냐?”하고 반문하시자, 희천이 “저는 조계에서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행사 선사께서 “나는 그대가 온 곳을 안다.”라고 말씀하시자, 희천이 “선사께서는 대선지식이신데, 그런 경솔한 말씀은 삼가하십시요.”라고 답하였다. 문답을 마치고 행사 선사께서는 희천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서쪽 시자실(侍者室)에 머물게 하여, 아침저녁으로 오직 선사 곁에 두었다. (스승이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드러낸 선지를 제자 희천이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그후 어느 날 ‘희천은 풍모가 단정하고 대중들의 시비를 잘 가려준다.’라는 소문이 곧장 행사 선사의 귀에 들렸다. 선사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고 희천에게 “그대의 (법을 펼칠) 시절이 바로 지금이니라!”라고 독려하시자, 이에 희천이 즉시 “예![喏]”하고 호응했다.” 

군더더기: 마조도일 선사와 함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석두희천 선사로 전해진 선법(禪法)은 그 문하에서 선종의 오가칠종(五家七宗) 가운데 조동종(曹洞宗)과 운문종(雲門宗) 및 법안종(法眼宗)의 갈래를 이루며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세 종파 계열의 선사들이 새롭게 제창했던 멋진 공안들은 <무문관>이나 <벽암록> 등의 공안집에 다수 수록되면서 선 수행자들이 목숨을 걸고 참구하도록 다그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누가 뒷사람이란 말인가
이번에는 <전등록> 가운데 희천 선사와 그의 법을 이은 천황도오(天皇道悟, 748-807) 선사가 주고받은 다음과 같은 선문답을 통해 희천 선사의 선풍을 엿보고자 합니다.

“도오가 희천 선사를 알현(謁見)하며 “지혜[定慧]를 여의고 어떤 법으로 수행자들을 깨우치고 계십니까?”라고 여쭈었다. 석두 선사께서 “나는 지혜가 없는데 무엇을 여의겠는가?”라고 답하셨다. 도오가 다시 “어찌해야 진리[法]를 분명하게 체득할 수 있습니까?”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석두 선사께서 “그대는 허공(虛空)을 붙잡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셨다. 도오가 “만일 그렇다면 오늘부터 그곳을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석두 선사께서 “그대는 언제 거기서 왔는가?”라고 물으셨다. 다시 도오가 “저는 그곳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답하자 석두 선사께서 “나는 일찍이 그대가 온 그곳을 알고 있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도오가 “선사께서는 어째서 물증(物證)도 없이 사람을 속이십니까?”라고 응수하였다. 이에 석두 선사께서 “그대의 몸이 지금 여기 있지 않는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도오가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끝내 무엇으로 뒷사람[後人]을 깨우치시겠습니까?”라고 응수하였다. 이에 석두 선사께서 “그대는 누구[옥수(阿誰)]를 뒷사람이라고 하는가?[汝道阿誰是後人.]”라고 다그치시자, 마침내 도오가 석두 선사의 이 ‘말 한마디[一轉語]’에 크게 깨쳤다.”

군더더기: 도오 선사는 먼저 선종의 비주류인 우두종(牛頭宗)의 경산도흠(俓山道欽, 714-792) 문하에서 5년 동안 수행한 다음, 다시 마조도일 선사 문하에서 2년 동안 수행을 심화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석두 선사 문하에서 입실점검(入室點檢)을 통해 크게 깨친 이후 약 10년 동안 희천 선사를 모시고 오후(悟後) 수행을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선사께서 입적한 후 형주의 시자산 자락에 천황사(天皇寺)가 위치했던 절터에 다시 절을 짓고 머물자 이때부터 운수납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가르침을 청했다고 합니다.
한편 ‘누구[阿誰]’에 대한 의문은 뒤에서 다시 자세히 다루겠지만 훗날 간화선의 원류인 오조법연 선사를 통해 <무문관> 제 45칙인 ‘타시옥수(他是阿誰)’란 화두로 다음과 같이 탈바꿈해 오늘날까지도 수행자들로 하여금 진땀을 흘리게 하고 있습니다.

“동산의 오조법연 선사께서 가로되, ‘석가세존이나 미륵불은 오히려 그분의 노예이니라. 자! 일러 보아라. 그분이란 누구신가?’[東山演師祖曰 釋迦彌勒 猶是他奴 且道 他是阿誰.]”

끝으로 이 화두를 요즈음 소위 잘 나간다고 “갑질하는 이들 모두 오히려 그분의 노예이니라!”라고 바꾸면 종교를 초월해 좀 더 깊이 참구하기도 수월하고 교조인 석가세존에 대한 불경죄도 저지르지 않겠지요. 
한편 날이 갈수록 국내외적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갑(甲)질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화두 경계와 관계없이 만일 갑질하는 이들이 이 글을 접하고 ‘겸손(謙遜)’에 관해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 ‘을(乙)’의 위치에 있는 분들과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소통하며 을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게 돕기를 간절히 염원(念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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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이블 말씀 사역 2021-06-24 13:52:26
오빠 몸 은 좀 어떠세요? ㅎ
여름 더위 조심 하세요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밤에 우유 를 드셔 보세요 난 홍초를 타서 마시니 설사도 없고 속도 편안하고 넘 좋아
여긴 숲속 벤취 임 블 로베리. 석류.복분자 홍초 다양함
울동네 ㅎ
사탄이 주는 기회는 반짝이고 너무나 수월 하고 하느님 이 주시는 기회는 항상 고난 이 역경 이 시험처럼
따른후에 온다고 하네요
방금 유튜브 동영상 들음
오빠 놀 랍게도 그뭐지? 오빠같은 체험을 한분 있다고.
근데 그 내용 이 처음엔 천사들이 그다음엔 많은 사람들 이 글고 성 모님이 등등 아주 장관 이너요
진짜라고 교황청에서 인정해줬다고
그 본 내용 이 비슷

오빠 뭐해요? 2021-06-20 14:40:03
지금 내가 있는곳은 울동네 공원 벤취임
오빠 어디 아파요?
여름 날씨에 조심하세요
오빠 지금 바람 이 시원하고공기가 참 달콤 해요
오빠 난 오래전에 울산에서 혼자 자취한적 있어요
그때 일년동 안 참 외로웠는데 오빠도 혹시 그럴까? 생각해봐요
해서 오빠에게 좀 도움주고 싶은데 내가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좀전에 방구석 1열에서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 명에 대한 줄거리를 보다가
오빠 그만화 내용 알아요?
오빠 갑자기 생각 않나
우리 박하사탕 이야기 해요
주인공 남자가 왜 ? 첫사랑 여자가 찾아 왔는데
그 식당 의 여서빙 한테 나쁜짓을? 하잖아요?
아마 첫사랑을 그냥 돌 려 보내려고 했

날씨 흐리네요 2021-06-16 11:44:50
오빠 뭐해요?
우울한 수요일 이네요
오빠 잘지내시지요?
갑자기 여기 온 이유는 없어요
그냥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내가 그동 안 불행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빠도 긍정적인 사고로 늘 의식의 전환 하시고
ㆍㆍ
오늘도 힘을 내어 봅시다
오빠 ㅎ
내가 밉지요? ㅎ
코로나 때문에 여자들은 할일이 너무 늘었어
어후
오빤 요즘 뭐드세요?
배달음식 먹지말고 텃밭에서 상추 깻잎. 고추.가지.오이.토마토등등
야채랑 계란 생선 신선한고기 종루 등등 든든한 끼니 챙기세요
댓글 빨 리 마치고 또 가까운 마트에 가서 찬거리 사와야지
굴비. 냉동만두.쇠고기 무국.오이무침 김. 등등
우린 이렇게 먹는데 ㆍㆍ
오빤 뭐 드세요?
자고로 나이 들수록

여름노래 2021-06-10 10:09:54
엄 마의 무릎을 베고
스르르 잠이드는
여름 한낮

온세상이
내 것인 양
행복합니다

꿈에서도
엄 마와 둘이서
바닷가를 거닐고
조가비를 줍다가

문득 잠이 깨니
엄 마의 무릎은 아직도
넓고 푸른 바다입니다 ㆍㆍ 이해인 ㆍㆍ

하느님 2021-06-08 22:53:02
저는 이런 기도하는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단지 오빠가 이제는 모든 방황을 끝내고 그분 참 그분 품으로 돌아가 원래 하느님 이
지으신 모상대로 착하고 건실하고 믿음이가고 따뜻한 모습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제 가 그동안 흘 린 눈물 이 강물과 같이 깊고 넓다해도 다 잊고 마음 놓고 행복하게 살수 있어요
제발 두번 다시 그때와 같은 고통 받고 싶지 않으니 오빠를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주소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참 하느님께 이렇게 간청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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