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수호하는 두 가지 그리고 ‘나눔의 집’ 사태
세상을 수호하는 두 가지 그리고 ‘나눔의 집’ 사태
  • 이희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0.12.21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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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선의 쌍월상조(雙月相照) 2.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세상을 수호한다. 두 가지란 무엇인가? 부끄러움을 아는 것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다. (이띠붓따까-여시어경 중 ‘밝은 원리의 경’ 중에서)

부처님은 이 세상을 수호 지탱하는 두 가지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드셨다. 부끄러움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아 반성하는 양심을, 창피함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외부의 지적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을 말한다. 맹자가 말한 수오지심(羞惡之心)과 같다고 하겠다. 인간에게 이 부끄러움이 없으면 세상에 윤리 ·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나라의 치안이 불안해져 세상은 살 곳이 못 되고 만다. 불경에서 말하는 오탁악세(五濁惡世)의 말세라고 할 것이다.

양심과 수오지심의 마지막 보루는 종교라고 할 것이다. 종교야말로 구원과 해탈 이전에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고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종교는 과연 그런가? 앞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이게 나라냐?’라는 시민사회의 구호가 때론 ‘이게 종교냐?’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하지 않았던가.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하지 않았던가.

‘나눔의 집’ 사태가 지난 5월 MBC PD수첩의 방송으로 처음 알려졌을 때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공분을 금치 못했는데, 필자는 이 사태가 단지 이사진의 몰역사성 때문만이 아니라 조계종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에 기인한 비리의 일단이 드러난 일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조계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종교계, 성직자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할 것이다. 종교의 세속화, 물신화 경향이 날로 더하고 있어 이미 종교 자체의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하면 과언일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됐을까? 우리 사회에서 종교를 성역으로 생각하는 관습, 고위 성직자들이 돈과 표를 앞세워 권력과 결탁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 내부의 비리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을 때, 사회법에 호소하게 되면, 앞에서 지적한 배경 때문에 흐지부지되는 혹은 지나치게 관대하게 처분하는 검찰, 법원의 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의 민관합동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발표에 따라 지난 7월 이사진의 직무 정지 결정이 내려졌고 며칠 전 이사진 해임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남부경찰청의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결과는 업무상 횡령과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 11개 범죄 행의 혐의로 안모 전 소장과 김모 전 사무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관리 · 감독의 책임을 물어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경기도에서 이사 전원을 해임한 것과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보인다.

그 이유가 이사진들이 횡령에 직 · 간접으로 관여한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경기도가 민관합동 조사로 밝혀낸 사실과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전 상임이사 스님은 상근하지 않고 국가보조금을 받았고 입찰 서류를 위조해 특정 용역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비를 부정으로 받은 비위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불교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수사결과가 종교 권력 눈치 보기와 수사 외압이 없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 불교시민단체에서 조계종 고위 성직자의 비리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려왔다. 검찰의 이러한 행태를 볼 때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는데, 이제 경찰의 수사조차 믿을 수 없게 되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검찰이 이 부족한 수사를 제대로 다시 할 수 있을까?

‘나눔의 집’은 국가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 뜻있는 불자들이 추진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 몇 분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여생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역사성과 도덕성, 전문성을 겸비한 새 이사진을 선임해야 한다. 들려오기로 광주시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현 이사진들이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가당치 않은 일이다. 조계종에 ‘나눔의 집’을 제대로 관리할 성직자들이 있는지 회의가 들 지경이다. 먼저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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