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운동 당시) 조계종은 기존 불교와 차별을 둔다면서 새 종헌과 함께 종조를 보조국사 지눌로 바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꾸는 환부역조'라는 웃지 못할 비극까지 빚었다."
한국불교태고종이 정화운동 이후 왜곡 위축됐던 종단 위상 회복을 시작했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4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개최한 '한국불교 태고종의 정체성 탐구' 주제 '한국불교태고종의 정체성 탐구 제1차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호명 스님은 "한국불교태고종은 해방 후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조선불교'라는 이름으로 한몸이었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불교를 정화하겠다는 전근대적 사시안적인 생각과 편견으로 7번의 유시를 내리면서 분규가 일어나 태고종과 조계종으로 갈렸다"고 했다.
정화 당시 태고종은 태고보우 국사를 종조로 새 종단으로 출발했다. 조계종은 (태고종과의 차별을 위해) 보조국사를 종조로 내세웠다.
당시 조계종 종정 만암 스님은 800년 동안 모셔온 종조가 태고보우에서 보조국사로 바뀐 것을 '환부역조'라며 정화운동에서 손을 뗐다.
근현대 선지식으로 추앙 받는 성철 스님은 "한국불교 종조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태고 스님"이라고 했다. 성철 스님은 보조정통설을 주창하는 불교학자에게 "그 이론은 성립될 수 없고 학자로서의 자살행위"라고 호통을 쳤다.
호명 스님은 "한국불교의 애환과 아픔을 되돌아봄으로써 한국불교 적통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이어서 "우리 종단 차원에서도 그동안의 내홍을 불식시키고 모든 종도가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 단결해 종단 안정과 발전은 물론, 실추된 종단 위상을 회복하는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종단은 종단 차원에서 이러한 학술세미나를 정례화해 한국불교 발전과 중흥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중앙종회의장 법담 스님은 축사를 통해 "최근에 태고종조가 특정 종단에 의해 부인되고, 그러면서도 그들은 마지못해 중흥조라는 어설픈 지위에 끼워 놓아 눈가림했다. 역사를 부정하는 힘 있는 자들의 날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은 "최후의 수단으로 태고종이라는 종명으로 전통을 지키고자 하던 선사들의 헌신적 노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 소임에 따르는 책무를 등한히 한 채 감투와 재물을 노린 자들을 경계하지 못하여 종세가 위축된 결과가 지금의 종단 모습"이라고 했다.
행사에서는 김방룡 교수(충남대)가 '나옹 혜근과의 비교를 통해 본 태고 보우의 사상', 김용태 교수(동국대)가 '조선 후기 태고법통의 성립과 불교문파의 발전', 김경집 교수(진각대)가 '한국불교태고종의 성립과 태고종조관 성립', 손성필 교수(조선대)가 '조선 후기 순천 선암사의 수행 전통', 도광 스님(원로의장)이 '한국불교태고종의 수계에 대한 고찰'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