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의 모든 것 한권에
번뇌의 모든 것 한권에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0.11.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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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끊어야 하나 보듬어야 하나'

 

'번뇌'는 보통 마음이 괴로움을 느끼는 일종의 심리상태로 우울 근심 불안 절망 공포 등 몹시 괴롭고 힘든 심리상태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중생의 해탈을 가로 막는 최대의 적으로 간주한다. 탐진치도 번뇌의 일종으로, 번뇌를 중생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자 조종자로 보기 때문이다. 

책 <번뇌, 끊어야 하나 보듬어야 하나>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번뇌에 대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선불교, 서양철학, 심리학에서 바라본 번뇌의 의미와 본질, 구조, 그리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총체적 고찰이다.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편집자 서문'에서는 구체적인 번뇌론을 논의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서, 편집자가 이해한 불교 번뇌론의 기본구조를 간략히 정리하고 있다. 즉 괴로운 심리상태로서 의식이 느끼는 수번뇌와 그런 심리상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서의 근본번뇌는 서로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는 순환을 이룬다는 것, 번뇌의 순환성은 곧 번뇌의 근거 없음 내지 허망성을 의미하며, 그러한 번뇌의 허망성은 역설적이게도 번뇌 너머의 청정한 본래 마음, 일심 내지 여래장을 지시해 주는 기호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초기불교에서의 번뇌 문제를 다룬 <번뇌, 알아야 끊을 수 있다>에서 이필원은 불교의 핵심 주제는 번뇌와 수행이며, 따라서 불교는 언제나 번뇌를 깊이 있게 다루어 왔다고 말한다. 그의 글은 크게 3가지 물음을 포함한다. ①번뇌란 무엇인가? ②번뇌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③번뇌는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초기불교에서의 용례를 들어가며 그 의미와 해결점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번뇌는 실체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따라 일어나는 것임을 강조하며, 따라서 ‘번뇌는 밖에 있는가, 안에 있는가?’라고 이원적으로 분별하여 장소를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승불교의 번뇌론의 유형과 그 사상체계>에서 김재권은 대승의 번뇌론이 발전되는 과정 및 그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우선 초기경전에서의 번뇌론과 아비달마불교 설일체유부에서의 번뇌론을 정리한다. 이어 대승불교의 번뇌론으로 반야중관의 번뇌론과 유식학파의 번뇌론을 순서대로 논한다. 반야중관에서의 번뇌는 언어적인 개념화 내지 희론에 근거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번뇌이며, 이는 무자성 내지 공성空性의 깨달음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유가행파는 유식성에 기반하여 번뇌설을 확립하면서 유부의 98번뇌설을 128번뇌설로 확장하였으며, 제7염오의(말나식)에 따라 구생기번뇌까지 함께 논함으로써 보다 더 정교한 번뇌설을 확립하였다고 파악한다. 

오용석의 <물고기의 꿈, 그리고 깨어남>은 선불교의 번뇌를 범부의 번뇌와 수행자의 번뇌 둘로 구분하고, 발심하지 못한 범부의 번뇌는 생사의 번뇌이고 발심한 수행자의 번뇌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의 번뇌라고 말한다. 또한 선불교에서 번뇌란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원적 분별 너머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되어야 할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일체의 분별을 넘어 무심의 경지에 이름으로써 일체중생을 향한 무연자비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고 논한다. 

박찬국은 <서양철학에서는 번뇌 망상이란 문제를 어떻게 보았는가>에서 우선 일본 정토진종 창시자 신란이 말하는 인간의 번뇌와 유한성은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유한성과 기독교철학에서 논의된 인간의 원죄성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어 서양철학 전반에 나타나는 번뇌 망상의 양상과 대응을 논한 후,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중심으로 번뇌의 문제를 다룬다.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인간 정신의 성숙도에 따라 계속 다른 단계로 발전해 가는 ‘절망’의 다양한 모습을 인간의 번뇌 망상의 여러 양상들로 해석하면서, 키르케고르가 제시하는 번뇌 망상 극복의 길을 제시한다.

이유경은 <번뇌의 분석심리학적 이해>에서 융의 분석심리학이 번뇌의 증상을 어떻게 분석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번뇌에 상응하는 걱정, 불안, 공포, 공황 등의 신경증적 증상은 자아의식의 과도한 주도에 제동을 걸면서 자아중심성을 벗어나게끔 하며, 결국 자아의식과 무의식의 소통과 화합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상적인 자아의식의 중심인 ‘자아(Ich/Ego)’의 한계를 넘어 전체 인격의 중심인 ‘자기(Selbst)’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은 그러한 자기의 실현 내지 성숙한 인격의 완성을 위해 ‘적극적 명상’의 방법으로 자아의식과 무의식의 소통과 합일을 찾아 나갈 것을 제안한다. 

책은 독자들은 번뇌가 무엇이고, 번뇌가 왜 일어나는지, 그 번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통해 번뇌와 더불어 사는 삶이 조금은 덜 무겁고 덜 고통스러울 수 있게 돕는다.

번뇌, 끊어야 하나 보듬어야 하나|박찬욱·윤희조 기획, 한자경 편집|이필원·김재권·오용석·박찬국·이유경 집필|운주사|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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