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녹색시민은행'으로 풀어가자
그린뉴딜, '녹색시민은행'으로 풀어가자
  • 이원영 수원대 교수
  • 승인 2020.11.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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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사례가 말해주는 '녹색시민은행'의 필요성... 한국도 서둘러야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의 성패는 주민과 공동체의 자발성에 달려있고, 자발성의 기초는 사업추진에 따른 재무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부문의 지원에 있습니다.
녹색금융부문은 지원하는 일 자체 뿐 아니라, 지원여부를 가늠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제대로 한다면 그 과정에서 주민추진사업의 미비점도 보완이 됩니다.

사회적 금융의 역할이 그만큼 큽니다. 한국은 시민을 돕는 이러한 금융이 취약합니다. 이를 극복하고 새 비전을 제시할 기회가 지방정부에게도 왔습니다. 지난 9월에 열린 경기도 그린뉴딜 민관T/F 녹색금융 화상회의 웹자보. 이때 참여한 인사들중 세 사람이 지난 14일 다시 모여서 지상대담을 펼쳤습니다.
 

바이든의 그린뉴딜 2400조원 공약이 말한다
  

▲ 사회자 이원영 수원대 교수 사회자 이원영 수원대 교수, 경기도형 그린뉴딜 민관T/F 민간위원장 ⓒ 이원영

   
이원영 (사회자, 수원대 교수, 경기도형 그린뉴딜 민관T/F 민간위원장): "미국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공약은 그린뉴딜에 2400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것입니다. 툰베리가 일갈하듯이 '절체절명의 기후위기'에 태만했던 트럼프의 실정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촌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고, 그린뉴딜을 뒷받침할 기술이 발달한 한국이 그 영향권에 있습니다. 미국 혼자서 쓰기에는 큰 돈입니다. 우리에게도 가까이 다가오는 돈입니다. 요즘 한국에의 투자가 과열될까 봐 염려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경기도 같은 지방정부도 영향권에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대처에 복음과도 같은 이 공약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전개과정에서 자본세력의 힘을 강화할 수도 있고 주민주도에 의한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녹색금융은 주민에게 힘을 주어 그 흐름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이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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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전문가와 함께 지상대담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양준호(인천대 교수, 경제학과), 유인식(IBK기업은행 박사, 국무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두 분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기 뉴딜정책은 자본분배 방식이 시장에서 국가로 주체가 옮겨갈 수 있도록 한 정책이었습니다. 지금의 그린뉴딜은, 친환경·생태·에너지전환을 실현해내기 위해 관련 자원 배분 방식을 대대적으로 변혁하자는 것인데, 미국 및 유럽의 그린뉴딜 관련 정책 기조를 보면 시장에서 국가(지자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로도 주체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원영: "독일도 GLS(Gemeinschaftsbank fur Leihen und Schenken)라고 해서 사회적 은행이 최근 10여년간 붐이었지요. 주로 복지분야 등 사회적 공익사업에 대해 대출이자를 시중의 절반이하로 하는데 예금이자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럼에도 예금자가 많은 것은 자신의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양준호: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의 성패는 주민과 공동체의 자발성에 달려있고, 자발성의 기초는 녹색 사업추진에 따른 재무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부문의 지원에 있지요."

이원영: "녹색금융부문은 지원하는 일 자체 뿐 아니라 지원여부를 가늠하는 과정도 중요하겠군요.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한국형 뉴딜펀드가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요, 다만 돈의 흐름이 지배하면 주민자발성이라는 기둥이 위축되기 쉽다는 우려도 있지요."

바야흐로 사회적 금융 시대
  

▲ 양준호 인천대 교수, 경제학과 양준호 인천대 교수, 경제학과 ⓒ 양준호

  
양준호: "그렇지요. 그린 뉴딜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풀뿌리 조직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금융의 지원, 즉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 방식의 투융자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은 시민을 돕는 금융, 금융의 공공성이 매우 취약했는데 이를 극복하고 새 비전을 제시할 기회가 왔습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박사, 국무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그린뉴딜 정책 성공의 핵심은 금융의 원활한 공급입니다. 그런데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의 자본공급 방식과 창구에 차이가 있습니다. 디지털뉴딜은 민간금융의 영역입니다. 수익창출 가능성이 높기에 민간금융의 적극적 투자가 있습니다.

반대로 그린뉴딜은 정책금융의 영역입니다다. 투자회수기간도 길고, 기술개발 또는 상용화 이전 단계 산업이 많습니다. 수익보다는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분야가 다수이기에 민간금융의 참여가 적극적일 수 없습니다. 민간금융의 매력적 투자대상이라 보기 어렵지요. 그래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원영: "그러면 기존 정책금융기관은 그 역할을 못 하나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관, 신용보증기관 같은 곳 말이지요."

유인식: "해외사례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재생에너지와 그린모빌리티는 유럽 및 미국 기업의 기술력과 연관된 금융구조가 매우 잘 되어있습니다. 폐기물 및 연료전환 분야는 호주 멕쿼리 투자은행이 주도하고 있고, 풍력 및 태양광은 BNP 파리바 등 유럽 투자은행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죠.

그럼에도 녹색투자를 위한 전담금융기관을 추가로 설립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녹색사업 지분투자, 후순위여신, 보증, 보험 등 훨씬 높은 리스크가 발생하는데, 그걸 담당할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원영: "그렇군요. 좀더 사례를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리스크 때문에 별도로 필요한 녹색투자기관
  

▲ 유인식 IBK기업은행 박사, 국무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유인식 IBK기업은행 박사, 국무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유인식

 
유인식: "호주 청정에너지금융공사(Clean Energy Finance Corporation)가 있습니다. 호주국회가 2012년 "청정에너지 금융공사법"에 따라 자본금 100억 호주달러 규모로 설립한 전담금융기관이지요. 영국 녹색투자은행(Green Investment Bank)도 있습니다.

영국 국회가 2013년 "Enterprise and Regulatory Reform Act" 입법으로 자본금 30억 파운드 규모로 설립한 기관입니다. 미국 뉴욕녹색은행(New York Green Bank)은 뉴욕 주 에너지연구개발청이 10억 달러 규모로 설립했고, DC주, 코네티컷 주, 몽고메리카운트 등도 녹색투자공사를 설립했습니다."

이원영: "명칭이 헷갈리는군요. 뱅크를 은행이 아닌 공사로 해석하기도 하나요?"

유인식: "네 그렇습니다. 이들 해외 금융기관은 공공자금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보면 '공사'로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만일 자본의 출처가 '경기도민' 또는 '경기도 내 소재기업' 등 민간이고, 여신 외 수신업무를 포괄할 경우 '은행'이라 표현함이 타당합니다만, 일단 공사는 법인으로 하며, 한국은행법과 은행법을 적용하지 않기에 설립이 은행설립보다 용이합니다.

가령 경기도의 경우 시중은행이 매우 많고 타 지방은행의 영업까지 전면 허용되고 있어서, 경기도 기반의 지방은행 설립은 현실성이 낮습니다. 지방은행 설립시 인허가 조건 중 가장 큰 장벽은 대주주의 지분이 1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은행의 여신심사프로세스, 리스크관리절차 등은 국내외 금융법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시민이 투자하고, 사업심사 및 운영관리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지방은행이 보편화되어 있는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인허가가 까다롭지요

미국은 은행 법인만 6천여 개에 달합니다. 공사 설립 후 일부 시민참여형(시민 투자, 관리)으로 운영하며,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표현을 시민은행이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추후 검토가 필요할 듯 합니다."

이원영: "그렇다면 '녹색시민은행'으로 부를 수 있겠군요. 이름이 그럴싸하네요."

양준호: "녹색금융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 에 없어서 비시장적(NON MARKET) 공공적 자원 배분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녹색금융은 정부 또는 시민사회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요.

녹색금융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중시하는 대형 상업금융기관들에 의해 영위되면, 그들이 공급하는 금융지원은 자금수요자들의 사회혁신적 성과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하는 '인내심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으로 작용할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의 BIS 비율 규제 때문이지요. 친환경, 생태, 에너지 전환 등 이른바 '사회혁신'에 대한 지향성과 역량을 가진 녹색 주체들에게 '인내심 있는 자본'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1금융권을 통로로 하는 투융자를 피해야 합니다.

미국의 지역공공은행이나 독일의 지역저축은행(Sparkessen) 처럼 녹색금융의 상품개발, 투융자 결정, 투융자, 채권관리 등 그 전 과정에 시민이 관여, 경영,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프로세스의 공공화/시민화 또는 '금융에 대한 시민적 조정'이 중요하지요."

소액을 대출받은 서민의 상환율이 높다

이원영: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방글라데시에서 빈민을 위한 소액대출을 위주로 하는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은 상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신용이 좋다고 하는군요. 정부가 약간의 신경만 써도 활성화 될만 합니다. 그렇다면 참여주체의 지분은 어떤식으로 하는게 바람직한가요?"

양준호: "녹색금융 프로세스의 공공화/시민화를 위해서는 녹색금융의 주체에 대한 지자체/시민사회의 지분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의 에너지전환금융기관들을 주로 '시민은행'으로 불리는 조직 형태로, 시민이 50%, 지자체가 30%, 그리고 해당 지역 산업계가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직한 것은 지자체가 100% 출자해서 주체를 설립하는 겁니다. 가령 미국 노스다코다 지역공공은행의 경우, 지역의 친환경, 에너지전환, 여타 사회혁신적 사업에 투융자하는 것에 특화한, 지자체 100% 출자의 은행입니다. 그러나 이 '시민은행'은 설립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의 대대적인 참여를 조례로 제도화하고 있지요."

이원영: "그러면 '시민은행'이 만들어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가야 할까요?"

유인식: "원칙적으로 국책은행, 시중 민간은행 및 금융공공기관과의 차별화가 있는 분야여야 합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녹색사업 지분투자, 후순위여신, 보증, 보험 등 민간금융이 할 수 없는 높은 리스크를 책임져야 하지요. 리스크 차별화 없이는 설립 이유가 없습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가칭)'의 사업범위와 대동소이하되, 대상은 경기도 내로 한정하고, 사업규모는 소규모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너지전환에 기여한 도쿄의 미래뱅크사업조합의 사례

양준호: "일본 도쿄의 녹색은행인 미래뱅크사업조합을 보면, 친환경적 실천에 관련된 투자를 하고 있는데, 펀드유치와 투자의 흐름이 재미있습니다. 1994년에 설립된 이 은행은 주로 지역의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탈원전 에너지전환 사업, 친환경상품 생산, 그리고 시민에 대한 녹색교육 사업에 파격적인 저금리(최대 2%)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녹색금융에 적극적인 동경 시민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후 아주 낮은 금리로 배당을 지급하고 있지요. 시민의 주도적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뱅크사업조합이 녹색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대기업들과 같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는 사업 주체는 융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반면, 사회적경제조직과 같은 지역에 착근되어 활동하며 사회성과 공공성을 견지하는 주체들의 자금수요에 한해서 융자를 제공해왔던 점입니다. 즉 녹색 관련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NGO 중에서도 금융기관에 계량화된 재무정보나 담보를 제공할 수 없어 신용할당의 피해를 받고 지역 금융시장에서 배제되어 온 녹색 주체들에게 주로 투융자를 시행했다는 것이죠. 이게 중요합니다."

이원영: "일본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이 최근 십년간 급격히 신장된 것도 까닭이 있었군요."

양준호: "이 '시민은행'은 도쿄도 등 지자체와 연계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지요. 무담보 대출기한은 10년 이내로 설정했고, 융자 상한액은 300만 엔에서 900만 엔으로 설정하며, 장기회임기간을 갖는 설비자금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공적 신용보증을 통해 거액의 융자를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도쿄도는 이 은행의 융자에 대해 일정 비율까지 그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으며, 해당 은행이 융자 결정을 하는 모든 과정에 금융전문가, 시민, 출자자 시민, 지역의 녹색운동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융자 프로세스 전반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녹색금융에 대한 국가(지자체)와 시민사회의 중층적 조정을 통해 그린뉴딜의 성격을 담보하고 있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이원영: "지역 시민으로부터 탄탄한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이 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출자가 이루어지도록 했군요."

양준호: "100년 전 미국의 노스다코타주는 주예산 200만달러를 자본금으로 해서 지역공공은행을 설립했는데, 은행경영 전반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대출심사 등과 같은 핵심 프로세스를 주민이 직접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게 했습니다. 100년 동안 한결같이 지역 내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저리융자에서부터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사업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협동조합들에 대한 무배당 투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금융지원을 제공해왔지요.

중요한 것은, 자금 대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환경, 생태, 에너지 관련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대출심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 은행을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은행으로 부릅니다.

이렇듯 공공성이 매우 강한 은행임에도, 100년을 운영하며 은행업 자체로도 시장에서 번영을 구가했는데, 2018년에는 자산 규모 70억달러로 성장했고 1억5900만달러 흑자를 냈었지요. 바로 이 은행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 덕분입니다."

이원영: "감탄할만한 사례군요! 유럽에도 모범사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선진국 사례들이 말해주는 '녹색시민은행'의 필요성

유인식: "영국의 정부소유기관으로서 환경정책 목표달성과 상업 이윤을 동시 추구하는 녹색투자은행(Green Investment Bank)이 유명한데요, '시민은행'과는 좀 다르지요. 네덜란드의 Green Funds Scheme은(GFS)는 정부 차원에서 녹색금융의 활성화를 추진하려고 세제혜택을 통해 환경프로젝트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새로운 환경프로젝트가 환경에 즉각적이고 상당한 혜택을 가져온다는 것이 검증될 경우 정부가 녹색프로젝트로 지정하고 GFS의 낮은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펀드의 경우 낮은 배당을 지급하는 혜택을 준다는 것입니다.

독일에는 '시민은행'과 유사한 사례가 많습니다. 지자체가 100% 출자한 지역공공은행(sparkassen)이 지역경제 안정화는 물론이고 지역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녹색투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요."
 

▲ 독일의 80호 농촌마을 Singen의 마을기업 Solar Complex는 태양광과 바이오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는 전기를 팔아서 소득을 창출한다. 녹색금융은 이런 사업을 지원한다. ⓒ 이원영

 
이원영: "독일은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급격한 흐름을 이런 녹색금융이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 협동조합수만 8천개인데, 이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는 것이죠. 만약 경기도와 같은 지방정부가 이런 사례들 과 유사한 '녹색시민은행'을 설립하여 운영하려고 한다면 초기에 어떠한 접근이 필요할까요?"

유인식: "일단 초기 출자에 대한 개념을 설정할지를 선행 검토하는게 필요하겠지요. 이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이유는 향후 경영체제와도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선결과제는 재원확보입니다.

비교를 해보면, 영국 녹색투자은행 자본금은 6조 원이고, 뉴욕 녹색은행은 1.2조 원, 한국주택금융공사 2조 원, 한국도로공사 5조 원, 경기교통공사 185억 원입니다. 지자체 공사의 경우 초기 출자가 50억~200억 원 사이가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경기도 내 그린뉴딜 전담 금융기관은 타 공사보다 초기 출자금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단독으로 충당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국회 입법발의 준비 중인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의 공동출자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는 설립되지 않는 경우, 또, 공동출자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독자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지요."

이원영: "독자적인 방안이라면?"

유인식: "경기도와 주요시군, 경기도 내 소재 대기업(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공동출자하여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요. SK등 RE100 참여기업들의 출자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매년 지자체 예산과 수익 외에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녹색채권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방향이기도 합니다. '녹색시민은행' 에는 금융 전문가보다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기술전문가 비중이 더 많아야 합니다."

'녹색시민은행'이 해야할 일

양준호: "일반 은행 형태로 '경기도 녹색은행'이 설립되면, 예금을 취급하는 은행이 되기 때문에 수익적, 영리적 규제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금융위원회와 같은 금융감독 당국의 간섭과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가령 신협(신용협동조합)이 지역밀착형 조직 또는 협동조합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상업 금융 은행들과 같은 기회주의적 자금공급 행태를 보이게 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녹색금융에 비즈니스가 강조되다 보면, 제대로 사회혁신에 기여하는 녹색금융은 물 건너 가버리게 됩니다. 일본 시민사회가 설립한 녹색은행들은 그 법적 조직형태가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 '대부업체'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녹색은행들을 대부업체 형태로 설립‧운영하게 되었던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본 사례를 감안한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또 녹색시민은행의 자금은 '사회적으로' 조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영리 상업은행들은 지역 내 약자들의 자금수요를 지금껏 외면해왔지요. 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형 상업은행들에게 지역의 녹색화 및 에너지전환 등과 같은 지역 발전 또는 지역 혁신과 관련해 자금을 투‧융자할것을 의무화하는 '경기도 지역재투자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출된 자금과 시민투자에 의해 확보한 자금으로 녹색 주체들에게 투‧융자, 그 리스크는 경기도가 공적 보증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내심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이 공공적으로 기여하려면 금융에 대한 시민의 참여와 관여가 필수적이지요."

이원영: "그렇군요. 녹색시민은행의 자금은 '사회적으로' 조달해야 운영에 더욱 탄력을 받겠군요. 그러면 첫발을 내딛는 행정절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인식: "영국 녹색투자은행의 3대 성공요소는 법안 제정, 설립 위원회 및 팀 발족, 확실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영국은 2009년 민간투자자, 대학교수 등이 영국 내 녹색투자은행 설립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자유민주당, 보수당이 공사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2010년에 공사 설립 계획안을 감은 위원회 보고서가 발간되었고, 이듬해 예산심의 후 정부가 공사 운영계획안 발표 및 자문단을 발족했습니다. 2012년 영국 녹색투자은행이 설립되었고, 2013년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요.

가칭 경기도 '녹색시민은행' 역시 설립 필요성에 대한 타당성연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후 행정안전부 2017년 지방공기업 설립운영기준에 입각하여 추진한 이후 절차를 거쳐 경기도지사의 설립 결정, 경기도 조례제정안 마련 및 의회 심의를 거쳐 조례를 공표하는데, 통상 이 과정에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됩니다."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녹색시민은행' 설립
  

▲ 독일 함부르크 지하철에서 본 풍력발전 관련 녹색금융 광고(2012) -100유로이상만 투자하면 연8%의 수익율을 보장해준다는 내용 ⓒ 이원영

 
이원영: "지금부터 준비해도 2022년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도 크군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준비는 해야겠죠."

유인식: "올 여름 국회 그린뉴딜 정책포럼에서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가 지역별 녹색투자금융공사 설립을 지원하고,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 지자체 등과 합작으로 광역시 위주로 설립하고, 지역신용협동조합 등과 함께 저소득층 우선지원 등 지역특화 소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방안입니다. 

정부는 그린뉴딜 추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는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경기도 내 소규모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까지 다루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원영
: "그린뉴딜은 중앙정부와 기업이 맡을 부분이 있고, 지방정부와 주민이 주도할 부분이 있습니다. 궁극적인 승부처가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자발성과 주도성에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게다가 정치변화와 관계없이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더더욱 그렇지요.

그리고 '녹색시민은행'은 돈 자체보다 돈의 흐름을 올바르게 리드하는 섬세한 거버넌스의 장치가 되겠군요. 사업의 올바른 길을 가늠해주는 장치이자 길목에서 잘 되도록 체크해주는 효과가 크겠지요."

유인식: "위 지자체 조례 등 행정기간을 고려하면, 경기도 '녹색시민은행' 설립이 국가적 차원의 한국녹색금융투자공사 설립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또한, 양교수님 지적처럼 시민참여형 구조를 공사 운영 제 규정에 반영하여 투자 및 운영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사업범위로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경기도만의 특색을 보여주며 그린뉴딜의 금융해법을 제시하는 선도적 위상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원영: "바이든 당선인의 2400조원은 그린뉴딜 특성상 경제승수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기술한국이 기후악당이 아니라 기후천사로 변신할 절호의 찬스 일지도 모릅니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찬스가 온 것 같습니다. 특히 전국인구의 1/4이 몰려있고, 땅이 넓어서 그린뉴딜의 커다란 무대가 될 경기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동안 민주화나 위기극복과정뿐 아니라 이번 K방역때도 유감없이 입증된 국민의 '의병(義兵)'기질이 지구촌에도 기여할 찬스라고 할까요. 'K그린뉴딜'의 작품을 만들 때로 보이는군요. 관건은 금융이 그런 멍석을 깔아주는 겁니다. 그동안 부동산에 의존해왔던 금융계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야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지구촌 어느 곳보다도 좌초의 거센 파도가 빠르게 닥칠 한국은 위기속의 기회를 살릴 찬스로 보입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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