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의 정초석(머릿돌) 글씨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친필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0일 전문가 3인 현지조사 자문단의 현지조사를 통해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정초) ’두 글자가 이토 히로부미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조사는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이토 히로부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해 진행됐다.
한편,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 7. 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융희’는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이다.
문화재청은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한다”고 밝혔다.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한 정초석 글씨에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정초석 글씨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일본 총독부가 우리나라 경제 침탈을 자행한 건물로,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1987년 한국은행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