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철부지가 쓴 귀농일기
게으른 철부지가 쓴 귀농일기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0.10.06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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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삼의 '넌 아직 서울이니?'

 

안영삼의 <넌 아직 서울이니?>는 귀농일기이다.

게으름 찬가와 같은 책은 '게으른 천성의 철부지'라 경쟁적인 서울 생활이 힘들었다는 저자 안영삼이 썼다.

저자는 옆지기와 전남 구례에 살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빵점은 아니다"는 뜻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구례에는 우리와 같은 쌍들이 제법 있다. … 우린 서로 왜 이런 삶의 형태를 가졌는지 묻지 않는다. 가끔 이런 걸 집요하게 묻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알지 못하는 풀은 다 잡초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잡초임을 인정하라고 다그친다."

저자는 귀농을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 "시골에서의 하루하루는 더더욱 나 자신을 위한 날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구례 땅을 밟은 것은 2011년 겨울이었다. 구례로 내려올 때, 저자가 잡고자 한 일은 농부였다.

저자는 '대충 살고, 막 살고, 건성건성 살고 머 그런 지랄'이었지만, 땅과 함께 정직한 땀방울 흘리는 일은 떳떳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급자족의 삶이 그런 삶에 가까울 것 같았다.

호미 하나, 삽 한 자루 스스로 생산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자연주의, 친환경 농법을 결심했다. 제초제니 농약은 거부했다.

서울서 친구들이 내려오면 밤잠을 아껴가며 통음하는 기쁨을 포기할 수가 있나? 한 달 쯤 돌주돌주(돌아보면 술, 돌아보면 술) 하다 보니, 풀들의 무시무시한 번식력 앞에서 봄에 심어놓은 콩이며 과실수는 흔적도 없이 묻혔다.

책에는 이렇듯 저자와 옆지기가 지난 10년간 구례에서 맞닥뜨린 사람, 사건, 사고에 관한 글들이 담겼다.

이들에게 서울은 서울이라기보다 도시에서의 삶이고, 구례는 구례라기보다 도시의 삶이 아닌 삶이다. 온갖 상품이 넘쳐나는 화려한 도시의 삶은 지은이에게는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의 삶과 같아 보였다. 늘 바쁘게 움직여도, 아무리 해도 도달할 수 없는 무언가에 쫓기는 불만족스러운 삶에서 벗어난 이들의 삶은 성공적인가? 아니다. 성공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초라하지만 빛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흔한 내 집 한 채 없고, 지어먹을 땅 한 평 없어도, 낮부터 꽃그늘에 앉아 한잔할 수 있는 그 기막힌 여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런저런 농사를 다 망치고도 다시 땅을 만지며 희망을 품는 기개는 어떤가? 몸이며, 마음이며 노동이며 내 것 다 내놓고 함께 어울리는 지혜는 또 어떤가? 그래서 지은이는 말한다. 발랄한 자유, 요상한 풍요함, 건방진 당당함의 삶이라고.

그래서 묻는다. ‘넌 아직 서울이니’라고.

넌 아직 서울이니?┃안영삼 지음┃빈방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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