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행사권 정부 독점 시대는 끝났다
재정행사권 정부 독점 시대는 끝났다
  • 이원영 수원대교수
  • 승인 2020.09.0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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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재난지원은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능 발휘'
 
 정세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태년, 정세균, 이낙연, 김상조, 민주당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 최인호 당대변인, 유동수 정책위수석부의장. 2020.9.6
정세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태년, 정세균, 이낙연, 김상조, 민주당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 최인호 당대변인, 유동수 정책위수석부의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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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감탄사가 나온다. 12년 전 강바닥 모래를 퍼올려 판 돈으로 운하공사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MB가 광장의 '촛불'에 못 이기는 척, '4대강 정비' 국가예산으로 갈아탄 솜씨가. 마치 축구묘기 마르세유 턴을 방불케 한다.

이에 뒤질세라 당시 관료도 솜씨를 발휘한다. 원래 돈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은 예비타당성을 따지도록 국가재정법이 정해놓았는데, 행정부가 시행령을 고쳐서 입맛대로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천 정비'의 목적을 '긴급한 재해 예방'으로 둔갑시키는 재주를 부렸다.

사법부는 한 술 더 떴다. '합법은 아니지만 공사 중단을 못한다'는 핑계의 판결로 '중단 없는 공사'를 가능케 한 것이다. 삼권분립이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역사에 남을 만한 편법
 
5년 전에는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둘러싸고 당시 지식경제부의 모 차관이 재주를 부린다.

"우리 원자력계 일하는 방식 있지 않겠습니까? 허가는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습니까? 허가 안 내주면 우리 7천억 날린다고 그래야죠."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이 어려워지자 국제기준을 무시하고 편법을 쓴 것이다. 대놓고 범죄를 저질렀다. 역사에 남을만한 하다.

이런 월성1호기를 두고 근래 사법부 출신의 감사원장이 압력을 행사해가며 월권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립대학에는 권력비호 아래 등록금을 수천억원 쌓아놓고 교육재정을 기만하는 자도 있다. 가히 '재정독재'시대다.

놀라운 것은 최근 어떤 진보적 인사부터 나온 발언이다. '재난지원금은, 필요한 사람에게 선별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그것도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어야 한다는 개념은 선동적인 주장'이라 매도하면서. 민주적 주장과 토론을 백안시 한 주장을 보고 있다. 정부 재정 부담을 핑계로 말이다. 믿기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튼실한 편이다. 액수도 얼마되지 않은 돈을 갖고 웬 호들갑인가? 4대강 22조원의 절반도 안된다. 그가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게 의아하기까지 하다.

원래 사람 선별한다는 게 민감한 부분이다. 가난한 예술인은 어느 쪽에 해당하나? 업종에 따라서는 실업자라고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출산 때문에 직장을 쉬는 주부는 어디에 해당하나? 4차산업 혁명기에 고소득직군에 있다가 잠시 쉬고 있는 실업자는? 저마다 사정이 다르기 마련이다. 소득하위계층의 구분 잣대를 함부로 정할 수가 없다. 불보듯 뻔하다. 그 금을 제대로 그을 자신도 없으면서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세상이 복잡해져서 예전보다 판별이 어려운 세상이 됐다. 선별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민원 때문에 행정이 마비될 게 뻔하다.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트라우마도 뒤따른다. 감정 상한다.

재정행사권 국민 공유는 시대적 흐름

세상이 바뀌었다. 원래 주인인 국민이 IT정보혁명시대를 거치면서 국민 모두 SNS라는 총 한 자루씩 꿰차고 있다. 여차하면 쏜다. 그 위력이 모여서 촛불혁명이 된 것이다. 국민의 권력도 커진 것이다. 그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혁명의 의의는 국민이 시혜나 선별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행정수비'의 개념이 뿌리부터 흔들린 것이다.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독점해오던 재정행사권도 국민 공유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이다.

특히 비상시국에는 국민 개개인이 더 정확하게 용처를 찾아서 지혜롭게 쓴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듯 핀셋 지원보다 승수효과가 훨씬 크다. 이게 시장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재정사용권의 행사는, 잘 살든 못 살든 국민 누구나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재난지원'이라는 '시혜'가 아니라 '재난에 대처'하는 '주인의 권능'의 발휘다. 똑같이 나눠주고 잘 사는 이에게 세금 더 거두는 건 어렵지 않다. 주인을 등급 매기는 거보다 그게 훨씬 쉽지 않나? 쉬운 길을 충실히 해내는 게 머슴의 할 일이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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