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1억6,000만원짜리 포르쉐를 타는 한 사찰 주지스님의 말이다. MBC <뉴스후>는 12일 밤10시50분 '사찰 살림 빠듯하다면서...'를 예정대로 방영했다. 초파일을 앞둔 상황이어서 보도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 후>는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 주지를 비롯한 상당수 스님들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한 실태를 고발했다.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천은사와 신흥사다. 문화재도 보이지 않는 새벽에 도로를 통과하거나 산을 오르는데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부터 방송은 지적했다. 매표소 직원은 "그러면 해뜨면 다시 오라. 지금 문을 닫겠다"며 낯뜨거운 항변을 했다. 문화재청도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뉴스 후> 취재기자는 "작년 1월의 재방송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문화재관람료의 문제점을 이 프로그램은 방영했었다,.
소요산 자재암은 문화재 사본을 전시했고, 동종을 보존해 2,000원의 관람료를 받는 희방사에 대해서는 동종의 존재도 모르는 등산객이 문화재보호 명목으로 관람료를 낸다며 부당성을 보도했다.
올초 문화재관람료를 받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안이 통과한 뒤 다시 번안동의안이 통과된 사실도 <뉴스 후>는 보도했다. 모 의원의 말을 빌어 불교계의 요청때문이었음을 기정사실화 했다. 물론 이 의원은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며 불교를 두둔했다. 방송은 번안동의안을 제출한 14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4명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사실도 보도했다.
방송은 범어사 주지 진산식(취임식)날 고급외제 승용차가 대거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포르쉐를 타는 한 사찰의 주지는 취재진을 향해 "이전에는 BMW를 탔다"며 외제차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이 문제라고 말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케했다.
1억여원이 넘는 아우디를 타는 경기도 한 사찰의 주지는 헬기를 타든 뭐를 타든 상관하지말라며 무소유의 기준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라도의 한 사찰 주지는 포드사의 링컨LS를 타고, 경북의 사찰 주지는 1억원이 넘는 차량을 그것도 2년에 한번씩 갈아탄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이 스님은 골프회원권도 가지고 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불교닷컴>이 지난해 7월 보도한 기사 내용도 보도하며 "파장이 만만치 않았으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뉴스 후>는 석왕사와 약천사의 예를 들며 지어진지 30년도 안된 사찰이 전통사잘로 지정돼 국고를 보조받는 상황도 지적했다. 국고보조금 13억원 횡령 등 혐의로 기소중지된 화엄사 전 주지 명섭 스님이 아직도 국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검찰은 수사를 중단한 사실도 밝혔다.
방송은 지난해 마곡사 사건을 들며 내부고발자는 징계하면서 정작 자정을 하지 못하는 조계종단의 한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내부 사정기관의 시정을 거치지 않고 사회법에 제소할 경우 처벌한다는 종법 규정도 사회일반의 인식과 한참 뒤떨어진다고 <뉴스 후>는 주장했다.
전통사찰 지정, 문화재 보존 관리 비용이 관람료와 정부의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보족한 현실등에 대해서는 업급하지 않는등 방송이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불교계 내부의 현실을 가감없이 지적했다는 반응이다.
포살결계법 시행을 앞두고 직접 총무원장이 골프와 외제승용차 문제까지 언급한 조계종이 이번 보도에 대해 과연 어떤 자정 노력을 기울일지 불자를 비롯한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