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녕의 실체를 아는가
구녕의 실체를 아는가
  • 김규순
  • 승인 2020.07.20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풍수란 무엇인가 18
이병철증조모 묘_의령 유곡리 호암산에 있다. 삼성그룹의 성공이 이 무덤의 발응이라고 믿고 있다. 교과서적인 풍수지식으로 해석하기에는 쉽지 않은 명당이다
이병철회장 증조부 묘_의령 유곡리 호암산에 있다. 삼성그룹의 성공이 이 무덤의 발응이라고 믿고 있다. 교과서적인 풍수지식으로 해석하기에는 쉽지 않은 명당이다

 

풍수학에서 길지의 핵은 구녕이다. 풍수용어로 혈이다 혈은 실존적 존재이나 혈의 완전체를 본 사람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다. 혈을 확신하고 혈을 보았다는 풍수사가 있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기란 무척 어렵다. 따라서 풍수사에 따라 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그들 각각의 직관과 영감에 따른 실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풍수사가 혈을 현장에서 증명하는 방법으로 혈증오악이 있다. 혈증오악을 갖추었다면 혈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혈의 형태이지 혈임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 혈은 발복에서 완성되므로 그 작용이 증명되지 못하면 가짜 혈이다. 이런 가짜 혈을 가화(假花)라 한다. 꽃 모양일 뿐 진짜 꽃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위 자연의 오묘함에 인간이 속은 꼴이다. 즉 혈의 형태가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오죽헌_강릉최씨 최치운이 최초로 건립하였고, 외손에게 상속되었다. 최치운의 아들은 오죽헌을 딸에게 주었다. 강릉최씨는 이사온과 결혼해 낳은 딸 용인이씨에게 오죽헌을 물려주었고, 용인이씨는 신명화와 결혼하여 이곳에서 살았는데, 신사임당이 친정으로 와 오죽헌에서 율곡선생을 낳았다. 오죽헌은 풍수 길지로써 학습장이다
오죽헌_강릉최씨 최치운이 최초로 건립하였고, 외손에게 상속되었다. 최치운의 아들은 오죽헌을 딸에게 주었다. 강릉최씨는 이사온과 결혼해 낳은 딸 용인이씨에게 오죽헌을 물려주었고, 용인이씨는 신명화와 결혼하여 이곳에서 살았는데, 신사임당이 친정으로 와 오죽헌에서 율곡선생을 낳았다. 오죽헌은 풍수 길지로써 학습장이다

 

심지어 발복으로 증명된 혈이라고 해도 그것을 뜯어보거나 해체해 볼 수 없다. 심정적으로 공감할 뿐이다. 이것이 풍수학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로부터 풍수발복을 믿지 말라는 경구가 쏟아졌다. 시중에 이를 빙자하여 사기를 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풍수사가 실력이 부족하여 혈이 아닌 엉뚱한 꼿을 혈이라고 해도 혈이 아님이 드러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우길 수 있는 것이다. 혹시나 혈이겠거니 하면서 한없이 발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잘못된 맹신에 의해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많은 사대부들이 밤을 이용하여 자기가 직접 풍수를 공부하곤 했다. 그래서 주유야풍(晝儒夜風)이라 했던가. 낮에는 유학을 공부하고 밤에는 풍수를 공부했다는 말이다. 오직 자기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

광릉_사진의 좌측은 세조, 우측은 정희왕후 윤씨의 릉이다. 세조는 자기의 무덤을 직접 선택하였는데, 가장 큰 희망은 조선이 끝날 때까지 역모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의 자손이 이어지도록 풍수길지를 선정했으니,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광릉_사진의 좌측은 세조, 우측은 정희왕후 윤씨의 릉이다. 세조는 자기의 무덤을 직접 선택하였는데, 가장 큰 희망은 조선이 끝날 때까지 역모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의 자손이 이어지도록 풍수길지를 선정했으니,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혈은 하나의 유기체적 존재로 혼백을 가지고 있다. 즉 혈판과 그것을 지탱하는 기(氣)가 한 몸이다. 혈은 해체하거나 분리해서 확인할 수 없다. 그렇게 하는 순간 혈은 죽어버린다. 사람의 신체를 조각내면 죽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풍수의 혈은 기(氣)를 품고 있다. 기는 바람을 타면 사라진다는 원칙을 기억하시는가. 혈을 해체하거나 분리하는 순간 혈속에 있는 기는 사라진다. 따라서 혈을 찾으면 혈이라고 믿을 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래서 명사(名士)가 아닌 진정한 명사(明師)가 필요하다. 명사(明師)는 거짓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며 혈을 찾았다고 해도 발복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신하게 기다릴 줄 안다.

정광필 묘_동래정씨 동래군파 파조는 정난종이고, 정광필은 그의 아들이다. 정광필 무덤의 발응으로 그의 후손에서 10명이 넘는 정승이 배출되어 조선 8대 명당으로 회자되고 있다. 
정광필 묘_동래정씨 동래군파 파조는 정난종이고, 정광필은 그의 아들이다. 정광필 무덤의 발응으로 그의 후손에서 10명이 넘는 정승이 배출되어 조선 8대 명당으로 회자되고 있다. 

 

의뢰인이 시중의 작대기 풍수사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풍수 지식은 부족해도, 풍수사의 진실성과 인간됨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면 운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악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惡之家 必有餘殃,)'이란 격언이 회자 되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