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독대, 사립학교법 따라 손원영 교수 재임용해야"
"서울기독대, 사립학교법 따라 손원영 교수 재임용해야"
  • 이해람(오마이뉴스)
  • 승인 2020.07.1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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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기독대 정문 앞에서 손원영 교수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자 이에 반대하는 학교측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사진 : 이해람 시민기자)
▲  7월 6일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기독대 정문 앞에서 손원영 교수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자 이에 반대하는 학교측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사진 : 이해람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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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단 1m, 아니 30cm도 채 되지 않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두 집회가 진행됐다. 하나의 의제를 두고 맞불집회가 열리는 것은 종종 있지만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집회가 진행되는 것은 보기 흔한 광경은 아니다. 

두 집회가 열린 하나의 장소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기독대학교(학교법인 환원학원)다. 캠퍼스 정문을 사이에 두고 한 명의 교수를 재임용해 정문 안으로 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사자는 2016년 파면되기까지 약 18년간 서울기독대에서 재직한 손원영 교수다. 손 교수 측은 '이단몰이를 통해 부당하게 파면당한 손 교수를 복직할 것'을 요구했다. 사법부와 교육부. 학원 이사회가 손 교수를 재임용하라고 결정했음에도 대학 당국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한편, 대학 당국과 6일 집회에 참여한 서울기독대학교 대학원 총원우회는 손 교수가 교단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복직 반대'와 복직 처분을 한 '학교법인 환원학원 이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종교다원주의 해방신학자, 학교에 들일 수 없어"

ad손 교수의 재임용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울기독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환원학원의 교단, '그리스도의교회'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의교회 신앙의 기반이 되는 것은 "성서로 돌아가자", 학교법인의 이름이기도 한 '환원운동'이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에 따르면 그리스도의교회 환원운동은 "성서적 초대교회를 지향"하는 것을 표방하며, "책은 성경만, 신조는 그리스도만, 명칭은 하나님의 것으로만, 주장은 복음만" 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환원학원 정관 제48조(직위해제 및 해임)에 따르면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또는 교원으로서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는 징계 처분될 수 있다. 손 교수는 '신앙 정체성을 성실히 지키려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면된 것이다.

서울기독대는 '손 교수가 교단과 일치하지 않는 정체성', 즉 파면 사유로 종교다원주의, 해방신학 등을 지목했다. 종교다원주의는 기독교 외 다른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해방신학은 마르크스주의 신학으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환원운동과 보수신학을 표방하는 서울기독대에서 손 교수가 강단에 설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2016년에 발생한 '개운사 사건'을 들었다. 한 개신교 신자가 경북 김천에 위치한 개운사의 불상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자 손 교수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불상 재건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에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손 교수의 신앙이 교단과 부합하는지 조사한 바 있다. 특히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손 교수가 모금운동을 벌이면서 '우상 숭배'인 불상 건립 운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서울기독대학교 교수'라고 소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지난 6월 손 교수가 "예수님은 육바라밀 수행하신 보살이다" 등 '예수와 보살을 동일시'한 발언을 2013년 이전부터 지속했다는 점을 들어 손 교수는 '이단'이며, 서울기독대 교수로 재임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단 아냐... 종교평화주의자이자 환원 운동가일 뿐"
 

 손원영 교수
▲  손원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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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손 교수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서울기독대의 주장에 대해 '이단 몰이'라며 반박했다.

본인이 종교다원주의자라는 주장에는, "절에 갔다고 종교주다원주의자가 된다면 절에 가본 모든 한국 기독교인이 모두 종교다원주의자"라며 "다른 종교에 구원이 있다고 주장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해방신학자라는 주장에는 "해방신학 창시자 구티에레즈 신부 문하에서 공부할 기회는 있었으나, 해방신학을 한두 과목 공부했다고 해방신학자가 될 순 없다"며 "해방신학자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을 "종교평화를 말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이웃 종교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반대"한다며 "평화를 선포하신 평화주의자인 예수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고 서울기독대와 그리스도의교회를 사랑하는 '환원운동가'라고 주장했다.

교수의 정치행위, 징계 대상?

앞서 살폈듯, 손 교수 파면 처분 사유는 여러 가지지만 '보복성 징계'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손 교수는 서울기독대의 비위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했고, 서울기독대는 이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원학원은 학교 부지를 옮긴다는 명목으로 2008년 갈현동 그린벨트 지역 1만 4000여 평을 총 90억 원(토지가 50억 원, 대학 이전 후 40억 원 지급 약정)의 교비로 매입했다. 

교비는 등록금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 회계로, 법인 토지 매입을 법인회계가 아닌 학교회계에서 지출했다는 것 역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갈현동 부지 공시지가는 8억 원으로, 교육부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 비용 50억 원을 환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학원은 환수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이로써 서울기독대는 신입생 정원 감축,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전면 제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조치를 받아 학교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당시 학생과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은 책임자인 이강평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수업을 거부했고, 자퇴서를 쓰는 학생도 속출했다. 손 교수는 학생들의 학내 운동에 대해 지지한 바 있다.

손 교수는 2014년 한 차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몇 가지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학 내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 '학교가 하나 되는 길에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이 포함된다.

'정치 활동'이란 손 교수가 회장으로 활동했던 교수협의회 활동을 일컬으며, 손 교수는 약속 이행을 위해 교수협의회를 탈퇴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2015년 손 교수의 학내 퇴진운동 지지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 정치 행위'로 판단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은 손 교수뿐만이 아니다. 2015년 당시 학생들을 지지하며 이강평 총장 퇴진과 교비 50억 원 환수를 요구한 교직원들 다수가 해고되거나, 재임용에 탈락했다.

서울기독대, '종교단체' 전에 '교육기관'... 사립학교법 따라야

서울기독대는 앞서 살폈듯 종교적 이유를 들며 손 교수를 파면했고, 재임용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기독대는 '종교기관'이기 이전에 '교육기관'이자 '사립학교'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따라서 서울기독대의 파면 행위가 '사립학교법'에 저촉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립학교법 제61조(징계의 사유 및 종류)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은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하여 교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와 사법부는 환원학원과 달리 손 교수가 보인 행보가 파면되는 것이 그릇됐다고 판단했다.

파면무효확인처분 소송 1심을 판결한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서울기독대는 종교단체가 아니라 학교법인이며 서울기독대도 사립학교법에 근거를 두고 설립된 사립 종합대학"이라며 "서울기독대 소속 교직원은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그 신분이 보장되며 징계의 사유, 방법, 정도에서도 종교단체 내부의 교단 헌법, 징계 사유, 권징 절차 등이 아닌 사립학교법과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서울기독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손 교수를 파면할 수 없으며, 사립학교법에 따라 손 교수의 지위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따랐다.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종교 이념이 재임용 심사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심사를 하며, 손 교수의 복직을 결정했다. 환원학원 이사회는 사법부와 교육부의 결정에 따랐지만, 서울기독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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