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전환의 성공조건, 섬세한 ‘거버넌스’
[기고]에너지 전환의 성공조건, 섬세한 ‘거버넌스’
  • 이원영 수원대 교수
  • 승인 2020.07.09 13: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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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 수원대 교수

2015년 가을, 한국을 잠시 벗어나 원전 해체를 활성화할 길이 있을까 하여 독일을 방문했다. 프랑크푸르트시 에너지정책 담당자 W 노이만 박사가 자신의 한국산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한국의 기술력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뛰어난 한국이 앞서가지 않으면 도대체 어느 나라가 하겠나?”

외부로 열이 새는 것을 방지해 에너지 낭비를 막는 주택인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를 검정하는 이필렬 교수(방통대)도 “기술로만 따지면 우리도 15년 안에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에너지 전환을 실현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버넌스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은 일반행정분야와는 다르다. 시민이 의사결정을 한 후에, 그 행위가 시장경제 안에서 작동하면 그 이후에 나오는 결과가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게 되는 독특한 분야다. 말 그대로 ‘서로 돕는’ 협치라는 뜻의 섬세한 ‘거버넌스’가 있어야 한다.

2012년 인구 5만명의 ‘동화의 도시’인 독일의 하멜른 시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홈페이지의 시가지 화면에는 빨간색이 칠해진 지붕과 노란색이 칠해진 지붕이 있었다. 지붕의 좌향이나 경사도로 봐서 태양광 설비를 할 경우 경제성이 있으면 빨간색, 그렇지 않으면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이다. 자신의 집이 빨간색인 것을 본 시민은 시청에 문의를 한다. 시청의 담당공무원은 친절히 그 시민의 지붕에 대해 설명해준다. 설치에 따른 여러 행정적·기술적·금융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섬세한 ‘거버넌스’다.

함부르크에서 지하철을 탔더니 벽면에 ‘풍력발전에 투자하면 연 수익률 8%를 지급하겠다’는 풍력회사의 광고문안이 눈에 들어왔다. 시민에게는 매력적인 수익사업이다. 이른바 녹색금융이 제대로 발동되고 있는 것이다. 녹색금융은 에너지 절약형 건축 리모델링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농업 분야에서 추곡수매가를 보장해주는 것과 같다. 정기예금 이자를 고정이자율로 지급하는 것과 같아서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펼치다가 이번 정부 들어서 FIT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설치단가와 구매가격, 보장기간은 경쟁력 있게 책정된 편이지만 재무설계, 인·허가, 금융 알선 등의 친절한 거버넌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원전 1기 줄이기’ 등 일찌감치 에너지 전환에 힘써온 서울시는 소형 사업자에게도 지원 혜택을 주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간이 넉넉하고 농촌 주민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광역단체는 더 유리하다.

일본은 52개 원전이 2011년 이후 5년간 올스톱되다시피 했지만, 에너지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 대형 공장이나 시설은 자체 발전설비를 돌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에 대응한 지방정부의 섬세한 거버넌스가 시민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독일은 풍력 비중이 높지만 요즘은 태양광도 만만치 않다. 최대 수요 시 전기공급의 3분의 1 수준까지 감당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위도가 높아서 햇빛이 비스듬하게 비추는데도 말이다. 그것도 우리처럼 멀쩡한 맨땅이 아니라 지붕 위주로 공급해온 게 그렇다. 우리는 지금까지, 행정이 타성에 젖어 에너지 전환을 방치해온 느낌마저 든다.

노이만 박사가 다시 지적할 것 같다. ‘한국 국민은 지금 그 어려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방역까지 성공하고 있고, 지구촌에 모범을 보이고 있네. 에너지 전환은 이에 비하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라고.’

이원영 | 수원대 교수

* 이 칼럼은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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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2020-07-11 09: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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