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교학자 리타 그로스가 "불교는 페미니즘"이라 주장한 책이 번역 출단됐다. 종교와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이 번역한 <불교 페미니즘: 가부장제 이후의 불교>이다.
책은 "여성은 붓다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불교는 깨달음의 과정에 성별 구분은 없고, 모든 수행자에 깨달음으로 가는 구도의 길이 열려 있다고 한다.
현실은 붓다의 가르침과 달리 성별은 물론 출가 재가 사이의 위계질서가 생겼다. 한국 대만을 제외한 나라에서 비구니 승단이 사라진 것이 본보기이다. 초기불교 원형을 갖고 규율로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티베트 불교에서도 비구니 승단은 독자성을 갖고 있지 않다.
저자는 성평등적 관점관점에서 불교를 재평가하기 위해 인도 불교와 대승 불교, 티베트 불교 등 3대 불교 발달사에 나타난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를 살핀다.
저자는 시기별 불교의 교리와 실천 간 모순을 지적하며 불교의 페미니즘적 재건을 위해, 성평등 관점에 일치하는 재가수행자의 생활 스타일과 남성 우월적 사원 중심의 불교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사원제도 구축을 제안한다.
저자는 "미래의 정토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하고 순결한 땅이 될 것이다. 이 순결한 땅에서는 불교사 전반에 걸쳐 널리 퍼진 남성 중심적 견해나 현실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2015년 작고한 저자는 생전에 미국 위스콘신대 철학종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종교학과 페미니스트적 관점의 균형 위에서 인도 종교 연구를 많이 했다.
서양 최초 비구니 스님인 텐진 팔모는 추천사를 통해서 "이 책은 가부장제와 그 이후 불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30년 전에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분석이 유용할 정도로 불교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역자 옥복연 소장은 "이 책을 읽은 후 여성학적 관점에서 불교가 참으로 페미니즘과 유사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찬성하며 불교 연관 박사학위를 쓰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제11차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에서 저자를 만나 이 책이 얼마나 내게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말하며 많은 한국 여성 불자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가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린 한참 지난 이제야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했다.
불교 페미니즘┃리타 그로스 지음┃옥복연 옮김┃동연┃2만5000원